뉴질랜드에서 생활하면서 마음씨 좋은 현지인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다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던데 우리 가족은 운이 매우 좋은 편인가 보다.

너무 준비 없이 한국을 떠나왔던 탓에 우리는 지낼 곳을 정하지도 못한 채 타우랑가에 왔다. 숙박 공유 플랫폼을 통해 임시 거처를 구했고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기 전 거의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임시 거처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집 주인이 비어있는 위층 살림집을 내어준 상황이기에 아래층의 주인 내외분들과 같이 생활했다. 집 주인인 'Noni' 할머니와 'Barry' 할아버지가 우리 가족이 뉴질랜드에서 만난 첫 현지인이었고 낯선 동양인 가족을 챙기는 그분들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뉴질랜드에 도착했던 때는 이곳의 여름이 한창인 11월이었고 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었다. 그러한 우리에게 집 주인 부부는 여러 종류의 방학 프로그램을 검색하여 하나하나 그 정보를 알려주셨고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빠르게 이곳에 적응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지낼 곳을 구하고 임시 거처였던 'Noni' 할머니와 'Barry' 할아버지의 집을 떠나던 날 두 분이 남겨주신 메모 하나에 크게 감동하기도 하였다. 이사하던 그날은 크리스마스 날이었는데 짐을 옮기다가 1층 계단 입구에 아래와 같은 메모가 붙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이 아닌 타지에 있기 때문에 산타 할아버지가 자기를 찾아오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 묻던 작은아이의 말을 기억하시고는 전날 밤인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를 위한 메모를 남겨두신 것이었다.

임시 거처에 지내는 동안 작은 것 하나라도 도와주시려고 하셨던 'Noni' 할머니와 'Barry' 할아버지는 이사를 나가는 마지막 날까지도 우리 가족을 생각해 주시고 아껴주셨다. 이사 가면서 절대 울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우리 가족을 배웅해 주시는 집 주인 내외를 보고는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이사 간 후에도 자주 놀러 오겠다는 인사말을 전하고 떠나면서 든 생각은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이 타국의 땅에서 친정 부모님 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라는 것이었는데 감사한 일은 계속 이어졌다.

이사를 하고 그 다음날 아침부터 'Noni' 할머니가 '잘 잤는지?', '새로 이사간 곳은 괜찮은지?' 등의 걱정 가득한 문자를 보내시기 시작했다. 걱정을 덜어드리기라도 할 겸 오후에 집으로 놀러 오시라는 답장과 함께 집 주소를 알려드렸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Noni' 할머니와 'Barry' 할아버지가 방문하셨고 우리는 반갑게 이마와 코를 마주 대는 이곳의 전통 인사법을 나누었다. 인사에서도 느껴지는 안도감이 좋았고 마치 본인들의 후손이 살 집을 살펴보는 것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체크해 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이사한 지역이 안전한 곳이라며 너무 좋아하시던 'Noni' 할머니와 'Barry' 할아버지 이후에도 종종 우리 집에 찾아오셨고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나서서 도와주신다. 최근에는 쓰레기 수거와 관련하여 문제가 생겼는데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애를 먹고 있을 때 'Noni' 할머니께서 직접 해당 기관에 전화를 걸어 그 자리에서 해결하여 주신 적도 있다.

친정 부모님처럼 늘 걱정해 주시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만나고 싶어 하시고 늘 우리 가족의 근황을 궁금해하시는 'Noni' 할머니와 'Barry' 할아버지 덕분에 이곳에서의 생활에 많은 도움뿐 아니라 용기를 얻게 되었다.

큰아이와 작은 아이가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만나게 된 현지인 학부모들도 우리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이곳에서의 생활을 즐거워하고 있는지 늘 신경 쓰고 챙겨준다. 특히나 작은아이의 현지인 영어선생님은 아들만 다섯 명을 둔 엄마라서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시스템과 생활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전해준다.

작은아이의 선생님으로 알게 되었지만 지금은 주말에 가족끼리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매일 한 시간여 가량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의 영어실력 향상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 가족이 먼 타국인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의 생활을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주변의 마음씨 좋은 현지인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부딪히며 물어보고, 경험하며 리얼 서바이벌 중인 우리 가족을 곁에서 응원하며 격려해 주는 마음 따뜻한 현지인들 덕분에 오늘도 행복한 뉴질랜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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