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렛’ VS 레드 바이올린 ‘죠슈아벨’

◆ “처음은 신이 준 재능으로 시작된다. 그 이후의 모든 것은 노력만이 지배한다."

작은 바이올린 하나로 세상을 정복한 니콜로 파가니니. 뛰어난 연주 실력 때문에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서는 이런 연주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물음에 어쩔 수 없이 그렇다고 대답을 한 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오명을 가지고 살았던 파가니니.

영화 '파가니니 :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파가니니 :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2013년에 개봉한 버나드 로즈 감독의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 파가니니 역할을 연기한 ‘데이비드 가렛’은 파가니니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정말 저런 연주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신들린 연주를 선보이며 등장하는데 그의 연주를 들은 여성 관객들이 실신할 정도로 그의 연주는 파격 그 자체였다.

그런 파가니니의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를 이용하려는 했던 우르바니는 파가니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노이즈 마케팅을 진행하였으며 때문에 파가니니의 연주 티켓이 모두 매진되는 흥행을 거둔다.

조명과 그림자를 이용해 연주하는 파가니니 뒤로 악마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알려진 파가니니는 사망 후 제노바 교회의 반대로 공동묘지에 묻히지 못했고 결국 40년 뒤 후원자인 디 체솔레 백작과 아들 아킬레의 청원으로 교회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영화 '파가니니 :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파가니니 :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파가니니가 작곡한 수많은 곡들 중 ‘24개의 카프리스’는 현재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고난도 테크닉이 가득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새소리를 연상시키는 하모닉스 만으로의 연주, 넓은 음역의 변화(3도 내지 6도 옥타브는 기본)를 빠른 페시지에서의 간단히 연주하는데 파가니니는 분당 1000개의 음정을 연주했다고 알려졌다. 현을 동시에 연주하는 이중음 및 삼중음, 왼손으로 피치카토를 하는 진기명기에 가까운 파가니니 만의 독특한 연주 기법은 오늘날 많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큰 과제로 남게 되었다.

또한 파가니니는 동시대의 음악가들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데 ‘세빌리아 이발사’를 작곡한 오페라 작곡의 천재이자 게으른 미식가로도 불리는 로시니는 파가니니의 음악을 듣고 감격을 주체하지 못한 채 흐느껴 울기까지 했으며 피아노의 황제 리스트는 ‘피아노 파가니니’가 되기 위해 연주했다는 일화와 함께 슈만과 멘델스존, 브람스, 라흐마니노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파가니니 카프리스의 주제 선율을 따서 작곡하거나 편곡을 하기도 했다.

그의 연주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없지만 데이비드 가렛이 주연한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 콘(KON)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 파가니니’ (6월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공연 예정) 등 다양한 창작물을 통해 그의 숨결을 느껴볼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 레드 바이올린 라이브로 다시 돌아오는 조슈아 벨

'조슈아 벨의 레드 바이올린' 라이브 / 이미지 출처 : 롯데 콘서트 홀 홈페이지
'조슈아 벨의 레드 바이올린' 라이브 / 이미지 출처 : 롯데 콘서트 홀 홈페이지

2007년 미국 워싱턴 랑팡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감미로운 바이올린 선율이 들린다. 남루한 옷차림을 한 채 우리 돈 40억 원대에 달하는 바이올린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한 45분 동안 그의 연주를 들은 사람은 단 7명. 모금된 돈은 불과 32달러였다.

편견과 허세 가득한 음악계에 일침을 가하는 조슈아 벨의 실험적인 게릴라 연주는 현대 음악계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14살에 리카르토 무티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데뷔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 음악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조슈아 벨의 내한 소식은 팬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다.

코로나 19로 인해 얼마 전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가 협연하기로 한 루체른 페스티벌 공연이 우리나라를 비롯 해외 순회공연 일체를 취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공연들을 소화하고 있는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020년 2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된 W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20년 마스터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프렌치 판타지아 II 공연에서 지휘자 김남윤은 “마스크를 쓴 관객 앞에서 연주를 해본 적이 처음이다. 부디 얼른 이 사태가 진정 국면을 맞아 예정되어 있는 좋은 공연들이 무사히 무대에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날 예술의전당에서 가즈시 오노가 지휘한 서울시향의 ‘모차르트 교향곡 36번 린츠’ 공연에서도 간혹 보이는 마스크를 쓴 연주자들의 모습이 보이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연주를 하는 사람이나 들으러 오는 사람이나 모두의 소원은 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조슈아 벨의 공연만큼은 마스크 없이도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영화 '레드 바이올린'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레드 바이올린'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조슈아 벨이 OST로 참여한 영화 '레드 바이올린’은 17세기 바이올린 제작 명인이었던 부조티가 산고로 죽은 아내의 피를 바니시 대신 사용하여 레드 바이올린이라는 평생의 역작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레드 바이올린이 300여 년 동안 동서양을 누비며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손을 거치게 되고 레드 바이올린을 손에 얻은 사람들이 미스터리한 불운을 겪게 되는 모습들이 영화의 주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음악감독 존 코릴리아노가 이 영화로 1999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였다는 사실도 괄목한 만한 부분이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 레드 바이올린의 명장면을 감상하는 동시에 조슈아 벨의 오리지널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시간이 될 것이라는 이번 클래식 공연은 디나 길버트의 지휘 아래 KBS교향악단의 연주로 2020년 6월 12일 저녁 7시 30분에 롯데 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핏빛 레드바이올린이 선사하는 매혹적인 조슈아벨의 연주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대가 크다.

손미선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mss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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