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여명의 눈동자’는 1975년부터 1981까지 6년간 일간 스포츠에서 연재한 소설가 김성종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극화한 작품으로, 뮤지컬의 원작인 드라마는 1991년 MBC에서 방송되며 평균 시청률 44%, 최고 시청률 58.4%에 이어 7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대치역의 최재성과 여옥 역의 채시라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나눈 애틋한 키스 장면은 세기의 명장면으로 아직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일본 강점기부터 한국 전쟁에 이르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여옥, 대치, 하림 세 남녀의 운명적이지만 애절한 사랑을 담은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동아시아 전쟁 10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장대한 서사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작년 초연에 이어 다시금 묵직한 서사와 장대한 세월의 흐름에 따른 수준 높은 작품성을 담아낸 2020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탄탄한 배우들과 완성도의 수준을 높여주는 연출과 음악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선사한다.

장대한 스케일의 역사적 배경을 효과적으로 무대에 접목하기 위하여 원근감을 강조하는 경사 무대를 통하여 다양한 시공간을 입체적으로 표현했으며,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과 앙상블의 군무 등을 더욱 역동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장면에 따른 공간감을 극대화하는 연출을 하였다. 노우성 연출은 “관객들과 더욱 가까이 호흡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으며, 무대를 폭넓게 사용함으로 생동감을 높이려고 했다”면서 “마지막 장면인 지리산에서 북한 군복을 입은 대치와 남한 군복을 입은 하림 사이에서 총에 맞아 죽어가는 여옥, 제주 4.3을 통하여 다시는 이념적인 갈등과 같은 역사적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매일 밤 배우들과 노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대극장의 규모에 맞춰 오케스트라를 재편성하며 기존의 수려한 선율의 넘버를 더욱 섬세하게 편곡했으며, 앙상블 배우 41명의 합창 또한 재편곡 과정을 거쳐 웅장함을 더했다. 작곡가 J.ACO는 초연과 비교하여 음악적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오페라적 메시지와 가사 전달을 위한 큰 울림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많은 회의를 하고 편곡에 집중하였다”라며 이야기했다.

2020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화려하고 환상적인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초연 당시 강인하면서도 여린 여옥의 양가적인 면모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인생 캐릭터라는 극찬을 이끌어낸 김지현은 “여명의 눈동자가 주는 의미는 좋은 작품으로 운명적인 작품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청아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음색과 깊은 연기력으로 관객의 마음에 울림을 전달하는 최우리, 그리고 소울풀한 보이스를 기반으로 한 가창력과 디테일한 연기력으로 무대와 TV에서 활약한 박정아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3인 3색의 여옥을 선보인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대치역을 맡은 오창석은 “초연 자료 없이 순수하게 접근하였으며, 첫 뮤지컬 작품이고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에 동료들과 호흡하면서 대본에 충실했다”라고 이야기했고, 온주완은 “옛 드라마에서 비친 인물과는 다르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학도병의 나이나 목소리 등을 고려하는 등 최재성 배우와는 다른 색깔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연에서는 하림 역을 맡았으나 이번에 대치역을 맡은 테이는 “오창석과 온주완 두 배우에게서 배우고 참고하였다”며, “초연에서 극 중의 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그 시대를 이해해야 인물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역사와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을 하니 고독했다”라고 각자 대치역을 맡았을 때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대치와 대척점에 서는 하림 역에는 수많은 작품에서 가창력과 디테일한 연기력으로 뮤지컬계 톱배우로 인정받은 미이클 리와 초연 당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캐릭터 해석으로 뜨거운 호응을 받은 이경수가 숭고한 사랑을 매력적으로 그려낼 것이다. 이경수는 “음악이 살아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초연 때의 사명감으로 열심히 노력하면서 했다”라고 작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사진 : 김현주 기자

극 중에서 대치와 학도병으로 함께 징병되어 끝까지 함께하며 우정을 지키는 권동진 역의 한상혁은 대치역의 오창석과 마찬가지로 이번 뮤지컬이 처음이다. 첫 뮤지컬이기에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었고, 노우성 연출의 작품이 좋아서 도전할 수 있었다”, “제주도의 역사적 아픔을 팬과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작품에 임하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2020년 2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해박한 역사적 지식이 아디더라도 가슴 아픈 역사에 대한 감정선 만으로 벅찬 먹먹함과 가슴 벅찬 감동과 피끊는 민족적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올만한 작품이다.

최정윤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jychoi@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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