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자

초연결 AIoT가 가전, 식품 유통지도 바꾼다

발행일시 : 2020-01-23 20:00

올해 CES는 초연결 5G와 인공지능이 만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이 화두였다. 이 같은 기술의 진보는 기존의 유통지도까지 바꿀 전망이다.

국내기업은 CES 2020 냉장고에서 인공지능이 내용물을 파악하고 부족한 식자재를 인터넷 주문하는 신기능을 추가했고, 음식을 만드는 푸드로봇을 함께 선보여 눈길을 끈 바 있다.

냉장고의 경우, 소비자가 마트에 들르지 않고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방식이 생활에 일반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향후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CES 2020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2020년형 '패밀리허브' 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CES 2020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2020년형 '패밀리허브' 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과거에는 시장에 들러 식품의 신선도를 확인하고 직접 고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인터넷상에 올려진 사진만 보고 주문한다. 신선도는 직접 확인하지 못하지만, 해당 상품을 올린 특정 유통 브랜드를 믿고 주문하는 것에 대해 일말의 의심을 품지 않는다. 이제는 발달된 포장기술과 새벽배송을 통해 신선한 식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다.

냉장고 인공지능(AI)이 식자재 주문까지 대신하는 상황을 보고 감탄하며 생활의 편리함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앞서 유통 브랜드에 보냈던 열렬한 신뢰와 지지가 AI로 전이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유통 과정에 인간이 관여할 이유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근처 마트에 들르지 않고 냉장고에서 직접 주문하거나 AI에 주문을 맡긴다면, 냉장고는 집 안으로 들어온 마트나 다름없다. 앞으로는 생산자가 기존의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맞닿은 일상용품을 통해 거래 및 배송을 할 수 있음이다.

유통 방식은 제조사가 개발한 AI와 기존의 온라인 전자상거래망을 거치게 되므로, 직거래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유통과정에 있어 가전제품 제조사가 관여하게 될 여지는 크다.

LG전자가 지난해 9월 25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논현 쇼룸에서 ‘간편식 자동 조리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에서 네번째부터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박남주 풀무원식품 대표 [사진=LG전자] <LG전자가 지난해 9월 25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논현 쇼룸에서 ‘간편식 자동 조리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에서 네번째부터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박남주 풀무원식품 대표 [사진=LG전자]>

예를 들어 LG전자의 광파오븐은 풀무원식품에서 제공하는 특정 식품만 취급한다. 이 광파오븐은 풀무원식품이 클라우드에 저장한 가장 완벽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적의 조리법만 전송받아 요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조사와 식품회사 간의 협력이 필수고, 특정 누군가에게만 허락된 특권처럼 작용할 수도 있다.

어떤 맛 난 요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이 요리를 제공하는 곳과 제휴된 회사에서 만든 특정 제품을 찾아 집으로 들여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요리에서 그치지 않고 조리법 자체가 거래될 수도 있다. 냉장고가 주문한 식자재 가공과 요리는 이제 로봇이 대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푸드로봇은 입력된 조리법(레시피) 데이터만 있으면 반복적으로 요리를 오차 없이 재현해낼 수 있다. 만약, 특정 레시피를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면, 냉장고 AI는 이 데이터에 근거해 선호 레시피에 필요한 식자재를 자동으로 주문하게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AI는 소비자를 대신해 식자재를 주문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한 레시피에 근거해 식자재를 마련하게 된다. 더 나아가 주문되는 레시피만큼 레시피를 개발한 누군가가 로열티처럼 수수료를 챙기는 시스템이 제조사에서 먼저 마련될 수 있다. 자사 AI 및 쇼핑 연합플랫폼 생태계를 키울 목적이라면, 보상체계 제시만큼 확실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LG전자와 CJ푸드빌이 지난해 12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등촌점에 도입한 ‘LG 클로이 셰프봇’ [사진=LG전자] <LG전자와 CJ푸드빌이 지난해 12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등촌점에 도입한 ‘LG 클로이 셰프봇’ [사진=LG전자]>

이 같은 수익 모델은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시대에 등장할 새로운 수익모델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가공식품업계는 더 이상 음식을 가공해 만든 완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필요가 없게 된다. 집 안으로 들어온 푸드로봇이 현재의 식품 제조 및 가공을 대신할 수준이 된다면, 그 로봇에게 레시피를 공급해주면 그만이다.

외식업 풍경도 바뀔 수 있다. 소비자라면, 더 이상 식당에서 제시하는 메뉴판에 적힌 몇 가지 음식만 바라보고 뭘 먹을까 고민할 이유가 없다. 메뉴판 대신 클라우드에 저장된 레시피를 셰프 로봇에게 전달하고 조리비와 식자재비용 및 기타 부대비용만 지불하면 될 것이다. 알고 있는 레시피 말고 새로운 맛에 도전하고 싶다면, AI가 남은 재료를 활용한 추천 레시피에 기대면 된다.

물론, 이 같은 미래가 곧바로 현실화되려면 아직 멀었다. 아무리 혁신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소비자와 업계는 극히 한정된 얼리어답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첨단 AIoT 가전은 주로 값비싼 프리미엄 신제품부터 등장해 출시된다. 달라질 새 경험과 미래 일상은 사실상 일부 부유층만이 먼저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셈이다.

업계 역시 이들 부유층에 접근 가능한 플랫폼에 접근해 그들만을 위한 최고급 프리미엄 상품을 제안할 것이다. 물론, 여전히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다른 소비자들은 기존의 상품을 전통적인 방식대로 꾸준히 찾을 것이다. 기술 대중화 속도에 따라, 집 안에서 AIoT를 통해 손쉽게 맞춤형 프리미엄 생활을 즐기는 사람과, 전통적인 방식대로 시장을 찾아 먹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시장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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