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이돈 블루 컬러의 반짝이는 은빛 HP 사선로고가 보인다.
포세이돈 블루 컬러의 반짝이는 은빛 HP 사선로고가 보인다.

스펙터 x360 시리즈는 HP 노트북 중에서도 디자인에 유독 공을 많이 들인 제품이다. 정밀한 다이아몬드 커팅에서 세련된 화장품 케이스가 연상될 정도로 차별성은 확실했다.

휴대성이나 기본성능도 좋았던 스펙터가 이제 ‘인텔 아테나 프로젝트’ 인증을 달고 다시 돌아왔다. 까다로운 인증을 통과한 만큼 새 스펙터 x360은 확실히 전작에서 아쉬웠던 점이 상당부분 개선됐다. 어떻게 달라졌는지 미국 출시 모델을 통해 확인해봤다.

◇ “뭐가 달라졌니?” 틀린 그림 찾기 언박싱

이번 신형 스펙터는 겉만 봐서는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웠다. 실제로 버튼이나 단자 배치는 전작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그 차이를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일단, 가장 먼저 차이를 발견한 곳은 구성품에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죽 가방 ▲노트북 본체 ▲케이블 고정핀 ▲USB-C 연결 허브(별매품) ▲HP 터치펜(건전지 교체식) 및 심 ▲USB-C 전원 어댑터 ▲전원 케이블(미국)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죽 가방 ▲노트북 본체 ▲케이블 고정핀 ▲USB-C 연결 허브(별매품) ▲HP 터치펜(건전지 교체식) 및 심 ▲USB-C 전원 어댑터 ▲전원 케이블(미국)

일단, 소소하지만, 가죽 가방을 덤으로 준다. 실제 스펙터를 넣어봤을 땐 약간 뻑뻑한 느낌이 들었는데, 가죽이니 쓰다보면 구두처럼 딱 맞게 늘어날 듯싶다. 또, 터치펜 존재를 통해 본체를 열지 않고도 터치 디스플레이가 지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펙터 x360은 다른 노트북에 비해 연결 단자가 적은 편이다. 단자라고 해 봐야, 썬더볼트 USB-C 두 개와 USB-A 단자 하나, 그리고 이어폰과 마이크로 SD 단자 하나씩이 전부다. 배치는 전작과 조금 바뀌었지만 단자 구성이나 수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변화한 왼쪽 측면 단자 배치 전(왼쪽)후 비교
변화한 왼쪽 측면 단자 배치 전(왼쪽)후 비교

변화한 오른쪽 측면 단자 배치 전(왼쪽)후 비교
변화한 오른쪽 측면 단자 배치 전(왼쪽)후 비교

HDMI를 포함해 다른 입출력 단자를 지원하는 별도 연결허브가 필요한 이유다. 두 개 썬더볼트 단자를 활용하면 허브에 여러 기기를 동시 연결하더라도, 데이터 전송에 무리가 없다.

그래도 덕분에 디자인은 깔끔하다. 모서리에 전원버튼과 USB-C 단자가 있는 것도 통일성 있다. 게다가, 신모델은 본체 왼쪽 USB-A 단자에 하단 덮개를 추가하며 더 깔끔해졌고, 이어폰 단자도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좌우 균형이 맞춰졌다. 기존모델의 경우, 단자가 오른쪽에 더 치우친 경향이 없지 않았던 것.

연결 허브로 썬더볼트 USB-C 단자에 본체와 USB-A 유선마우스를 연결했다. 허브를 통해 다양한 단자 기반의 기기를 여럿 연결할 수 있지만, 그만큼 번거로운 측면도 있다.
연결 허브로 썬더볼트 USB-C 단자에 본체와 USB-A 유선마우스를 연결했다. 허브를 통해 다양한 단자 기반의 기기를 여럿 연결할 수 있지만, 그만큼 번거로운 측면도 있다.

◇ 작아진 크기, 넓어진 화면

본체를 열면, 이전보다 확실히 넓어진 화면이 마중을 나온다. 크기는 13.3인치 그대로지만, 화면비가 90%로 꽤 증가한 덕분이다.

2020년형 HP 스펙터 x360은 화면비가 90%에 달한다. 베젤 속에 숨겨진 IR 카메라는 이제 하얀 점으로 보인다.
2020년형 HP 스펙터 x360은 화면비가 90%에 달한다. 베젤 속에 숨겨진 IR 카메라는 이제 하얀 점으로 보인다.

위·아래 베젤도 대폭 줄어들어 확실히 몰입감이 높아졌다. 위쪽 베젤에 숨겨진 IR 카메라는 이제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흔적이 거의 없어졌고 상대적으로 넓었던 아래쪽 베젤도 전보다 절반가량 폭이 줄면서 HP 로고까지 작아졌다.

넓은 화면 덕에 마치 화면이 전보다 커진 게 아닐까 착각도 들지만, 실제로는 본체 크기가 줄어든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크기는 13% 줄어 거의 1년 전 12인치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고, 무게 또한 1.33kg에서 1.27kg로 한결 가벼워졌다.

화면 자체도 100,000:1 명암비를 지원하는 4K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이런 화면은 야경이 돋보이는 동영상이나 스릴러물 또는 공포게임을 즐길 때 실감나서 좋다. 함께 탑재된 뱅앤올룹슨 입체 음향까지 더해지면 그 몰입감은 더 깊어진다.

노트북 모드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노트북 모드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투인원 노트북인 만큼, 베젤리스 대화면을 다양한 형태로 바꿔가며 보는 재미도 있다. 동영상 볼 때는 텐트나 스탠드 모드에서 화면만 전면에 배치할 수 있고, 업무나 게임처럼 키보드를 써야 할 상황에서는 노트북 모드로, 펜으로 필기나 그림을 그리거나 모바일 게임을 즐기려면 태블릿 모드로 바꿔 사용하면 즐거움도 배가 된다.

‘2020년형 스펙터 x360 13’은 넓적한 자판과 좌우로 폭이 넓은 패드를 지원하고 숫자판은 없다. 참고로 이 제품은 글로벌 버전이라 한글 키를 지원하지 않는다.
‘2020년형 스펙터 x360 13’은 넓적한 자판과 좌우로 폭이 넓은 패드를 지원하고 숫자판은 없다. 참고로 이 제품은 글로벌 버전이라 한글 키를 지원하지 않는다.

전작처럼 키보드는 백라이트가 기본 제공되며, 정사각으로 넓은 자판을 제공해 오타율이 적고 키감이 부드럽다. 오른쪽에는 ▲홈 ▲엔드 ▲페이지업 ▲페이지다운 키가 지원돼 문서 작업이 쉽다. 또, 좌우로 넓어 세 손가락 인식이 분명한 터치패드는 마우스 없는 환경에서 사용자가 노트북에 지정한 가상 데스크톱을 손쉽게 오가도록 조작편의를 돕는 역할을 한다.

태블릿 모드에서 펜으로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태블릿 모드에서 펜으로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한편, 그래픽처리는 이전처럼 내장그래픽이 담당한다. 그러나, 전작에 탑재됐던 ‘인텔 UHD 그래픽’을 떠올려선 곤란하다. 이번 2020년형 스펙터 x360에는 최신 인텔 10세대 CPU에 탑재된 ‘아이리스 플러스’가 적용돼 한층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자랑하는 까닭이다.

비록, 엔비디아 RTX처럼 고사양 GPU가 탑재된 게이밍 노트북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초연결 시대엔 인터넷 연결을 통해 ‘지포스 나우(Geforce Now)’를 플레이하면 된다. 신형 HP 스펙터 x360 13은 와이파이6를 지원하니 참고하자.

HP 스펙터 x360은 후면(오른쪽 위)과 밑면 일부(오른쪽 아래)에 통풍구가 있다. 밑면 좌우 측면에 각각 위치한 구멍은 스피커다. 태블릿 모드(왼쪽)에서는 약간의 틈만 확보된 상태로 밑면 통풍구가 거의 막히게 된다.
HP 스펙터 x360은 후면(오른쪽 위)과 밑면 일부(오른쪽 아래)에 통풍구가 있다. 밑면 좌우 측면에 각각 위치한 구멍은 스피커다. 태블릿 모드(왼쪽)에서는 약간의 틈만 확보된 상태로 밑면 통풍구가 거의 막히게 된다.

단, 스펙터 x360은 통풍구가 많지 않다. 특히, 태블릿 모드에서는 통풍이 더 어려워진다. 성능을 고려한다면 장시간 게임은 지양하되, 되도록 노트북 모드에서 해야겠다.

◇ 이래봬도, ‘아테나’ 나온 노트북이야~

인텔 10세대 CPU가 언급됐으니, ‘프로젝트 아테나’에 대해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어떤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프로젝트 아테나에서 신제품 스펙은 물론, 디자인까지도 이미 대충 짐작했을 듯하다.

프로젝트 아테나는 인텔에서 PC 사용자들의 핵심 경험 지표(KEI)를 바탕으로 설정한 새로운 PC 인증기준이다. 다시 말해, 인텔에서 “PC라면 이 정도는 돼야한다”며 공증해주는 새 기준. 요구치도 정말 까다롭기 그지없다.

인텔 ‘프로젝트 아테나’ 제품에 붙여지는 인증마크
인텔 ‘프로젝트 아테나’ 제품에 붙여지는 인증마크

업계는 경쟁사 AMD를 견제하고자 인텔이 고객사에게 이런 인증제를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고, 덕분에 국내외 제조사들은 이 인증을 따려고 인텔에게 다소 아부를 떨게 됐다. 그들 사정이야 어찌됐든, 소비자는 이 인증 마크만으로 특정 제품이 최소 어떤 스펙을 갖추고 있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니 뭐, 나쁘지는 않겠다.

프로젝트 아테나는 스마트폰처럼 어디서든 준비된 노트북을 지향한다. 이런 노트북을 설계하려면 인텔과 PC 제조사 간 기술협력이 필수며, 제조사는 그에 걸 맞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춰야만 협력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인텔의 요구 조건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5월 말 ‘컴퓨텍스 2019’에서 사전 언급된 인텔 ‘프로젝트 아테나 1.0’ 세부 내용 [사진=인텔]
지난해 5월 말 ‘컴퓨텍스 2019’에서 사전 언급된 인텔 ‘프로젝트 아테나 1.0’ 세부 내용 [사진=인텔]

배터리와 반응속도와 관련해서는 ▲전원 연결 없이 최소 16시간 이상 저장된 동영상 재생 ▲실사용 환경에서 최소 9시간 이상 사용 ▲절전모드에서 전원 버튼을 눌러 1초 이내 사용 ▲30분 이내 4시간 사용분 확보하는 급속 충전기술 등을 요구한다.

연결성에서는 ▲썬더볼트 유선 단자와 ▲와이파이6 무선 연결을 기본 지원해야 한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아마존 알렉사 등과 연동할 수 있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지원도 있다.

화면 크기는 ▲12~15.n인치 ▲최소 1080px 세로해상도 지원 ▲터치디스플레이 ▲베젤리스 디자인(최소 3방향)을 만족해야 한다. 요구 성능의 경우, 최소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 ▲8GB RAM ▲256GB NVMe SSD 이상을 탑재해야 한다.

이번에 써본 HP 스펙터 x360 13 모델은 프로젝트 아테나보다 훨씬 높은 사양을 자랑했으며, 게이밍 PC에 거의 근접한 성능을 보여줬다.
이번에 써본 HP 스펙터 x360 13 모델은 프로젝트 아테나보다 훨씬 높은 사양을 자랑했으며, 게이밍 PC에 거의 근접한 성능을 보여줬다.

이번에 써본 HP 스펙터 x360 13 모델은 최고 사양으로 ▲인텔 10세대 i7-1065G7 ▲16GB RAM ▲1TB NVMe SSD을 갖추고 있어, 그보다 훨씬 높은 사양을 자랑했다. 화면에서 큰 변화를 보인 것도 프로젝트 아테나 인증을 따기 위한 노력이라 해석된다. 그 외에도, 앞서 열거한 다른 아테나 요구사항은 인공지능 빼고 모두 만족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아테나 인증 모델임에도 인증마크가 붙어있지 않는 것은 좀 의아했다. HP에 확인해보니, 관계자는 “아테나 인증 모델은 맞지만 인텔에서 지난해 12월 프로젝트 아테나를 공식 발표하기 이전에 양산된 모델에는 붙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출시된 2020년형 스펙터 x360 13 모델 역시 인증마크는 없는 상태다.

신형 HP 스펙터 x360 13에 붙여진 인증마크, 아테나 마크는 없다. 인텔 마크 위쪽은 지문인식 버튼.
신형 HP 스펙터 x360 13에 붙여진 인증마크, 아테나 마크는 없다. 인텔 마크 위쪽은 지문인식 버튼.

◇ 여전히 소중한 사생활

아테나 프로젝트에서 요구하지 않는 기준으로는 제품 크기·무게, 운영체제(OS)도 있지만, 보안에 관한 내용도 포함된다. 소비자가 노트북 구매 시 고려하는 주요 사항이지만, 인텔은 이에 대해서는 제조사 재량으로 남겨둔 듯하다.

HP는 비즈니스 노트북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대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지만, 일반 소비재 노트북에서는 그렇게까지 과도한 편은 아니다. 다만, 스펙터는 기본 보안과 함께 물리적 보안수단도 일부 제공하고 있다.

기본 보안수단은 흔히 알려진 노트북 생체인증인 ‘윈도 헬로(Window Hello)’다. OS는 ‘윈도 10’이 기본 설치돼 있고, 이를 통해 얼굴과 지문 인식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저조도 환경에서도 얼굴인식이 가능한 적외선(IR) 카메라(왼쪽)는 상단 베젤에 깨알같이 자리 잡고 있다. 웹캠 킬 스위치는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다.
저조도 환경에서도 얼굴인식이 가능한 적외선(IR) 카메라(왼쪽)는 상단 베젤에 깨알같이 자리 잡고 있다. 웹캠 킬 스위치는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다.

HP가 스펙터에서 제공하는 물리적 보안장치는 ▲디스플레이 좌우 시야각을 차단하는 ‘슈어뷰’ ▲도난을 방지하는 ‘켄싱턴 락 홀’ ▲카메라 해킹을 예방하는 ‘웹캠 킬 스위치’ 등이 있으며, 모델에 따라 제공 여부에 차이를 보인다.

이번에 써본 스펙터 x360 모델에서는 웹캠 킬 스위치만 적용돼 있었다. 집에 설치한 CCTV를 해킹한 사례가 다수 보고된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웹캠 킬 스위치는 꼭 필요한 보안수단이다. 단, 스위치가 돌출형이라 가방에 넣다 빼는 과정에서 밀려 잠금이 저절로 풀릴 수도 있는 점이 우려됐다. 조금 귀찮지만, 틈날 때마다 웹캠 차단 스위치를 만지작거리며 On/Off 상태를 확인해야 할 것만 같다.

◇ 네 가지 선택지. 최소 사용도 나쁘지 않아

2020년형 스펙터 x360 13은 2019년 11월에 국내 출시됐다. CPU/RAM/SSD/디스플레이 사양에 따라, ▲I5/8G/256 ▲I7/16G/256 ▲I7/16G/512 ▲I7/16G/1T/OLED 4K(리뷰 모델) 총 네 개 모델로 출시됐으며, 출고가는 각각 ▲164만 9000원 ▲189만 9000원 ▲194만 9000원 ▲229만 9000원으로 책정됐다. 현재는 프로모션이 진행돼 일부 몰에서 이보다 할인가로 판매되고 있다.

프로젝트 아테나 인증 제품이 이제 막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희소성에 비해 편의성이나 가성비도 괜찮고 디자인까지 마음에 든다. 가격 편차는 있는 편인데, 최소 사양만으로도 누릴 건 충분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애초부터, 초경량 노트북은 주로 집이나 회사에 비치한 고성능 데스크톱 PC와 연결해서 써왔던 까닭이다.

다만, 다양한 단자를 통해 외부기기를 연결해 써야 하는 일부 소비자들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평소 투인원 모델을 선호하는데, 노트북을 스마트폰처럼 쓰고 싶고, 여기다 디자인까지 많이 따지는 얼리 어답터라면 고려해볼만한 선택지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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