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클립스(Eclipse, 1764~1789)’는 유럽과 미주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명마’로도 기억되는 이름이다. 그는 미국 ‘트리플 크라운(미국 최고의 3세마를 뽑는 세 개의 경주로 세 곳의 경마장에서 열린다)’의 하나인 ‘벨몬트스테이크스’ 우승 트로피에 새겨지고, 미 최우수 연도대표마 시상식의 타이틀이 ‘이클립스 어워즈(Eclipse Awards)’라 명명될 만큼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국내 경주마 중에도 이름을 남긴 사례들이 있다. ‘달’ 또는 ‘달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한국 경주마 ‘루나’가 그렇다. 2015년 세상을 떠난 그녀의 이름이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2001년 제주도의 조그만 민간목장에서 태어난 암말 ‘루나’는 왜소한 체격에 선천적으로 왼쪽 앞다리를 절었다. 그러나 뛰어난 부마(컨셉트윈)와 모마(우수해)의 유전자가 있었다.

이성희 마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루나’를 과감하게 선택했고 최고의 조교사에게 맡겨 허리를 단련시켰다. 점차 상승세를 보이던 ‘루나’는 2005년과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 2007년 KRA컵 마일,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차례로 석권했다.

은퇴하는 날, 8세였던 ‘루나’가 초반에 꼴찌로 달리다가 막판 추입을 통해 선두를 0.1초 차이로 제치고 믿기 어려운 승리를 거두었다. 2004년 데뷔 후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33전 13승을 거둔 ‘루나’의 수득상금은 약 7억 5700만 원. 자기 몸값의 무려 78배에 이른다.

은퇴경주 막판 꼴찌에서 1위로 역전하는 루나
은퇴경주 막판 꼴찌에서 1위로 역전하는 루나

오는 4월 12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최고의 3세 암말을 뽑는 시리즈 ‘트리플 티아라’의 첫 경주, ‘루나스테이크스’가 열린다. 우수한 암말군의 보유는 말산업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장애를 딛고 여왕에 오른 위대한 경주마, ‘루나’. 그녀의 마법 같은 이야기는 과거 영화로 제작됐고 기부로도 이어졌다. 올해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경주 ‘루나스테이크스’로 부활하여 후배 여왕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뉴스팀 onnews2@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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