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정을 이용하면 더 큰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필요한 연료를 얻을 수 있다. 좋은 의미에서든 아니든, 분노는 항상 내게서 커다란 에너지를 끌어내는 휘발유다. 하지만 분노는 활용하기가 까다롭다. 양이 너무 많으면 생각지 못한, 심지어 바랐던 것과는 정반대 효과를 불러와 에너지가 조금씩 새어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추진력을 얻기 위한 정확한 방정식을 알아내고 언제 심호흡을 해 마음을 다스려야 하며 어떤 순간에 어떤 연료를 넣어야 하는지 배우는 데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한계를 돌파하도록 등을 밀어준 것은 분노였다.
-120쪽, 레슬리 오덤 주니어의 <페일링 업> 중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화가 날 때는 직급상 보고 절차를 무시하고 협의해야 할 사안을 어떤 형식으로든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처리하는 경우다. 같이 한 일을 마치 자신들이 다 한 것처럼 포장할 때도 그렇다. 화를 내며 주먹다짐까지는 가지 않지만, 당사자 간 앙금이 남아 한 사람이 퇴사하거나 둘 다 그만둔다.

상대의 실수나 위협적인 언어와 행동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마음으로 덜 성숙한 시절이 있었다. 화를 제대로 내는 것도 기술인데 상대의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핏대만 세웠다. 여러 팀들이 있는 한 공간에서 다른 부서의 팀장을 향해 소리쳤다. 장소도 바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마무리도 좋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다시 그때 일을 돌아보며 그렇게밖에 처리할 수 없었는지 돌아본다.

지금 그러한 상황과 마주한다면 어떻게 대응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상황을 불러오지 않는 게 최우선이지만 다시 또 일이 생긴다면 좀 더 고급스럽게 처리하고 싶다. 어정쩡한 잽보다는 깊숙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고 싶다.

화를 낼 때 제대로 내면 일이 꼬이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성인군자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사람의 일이 그러해야 한다. 우리는 쉽게 분노하고 화를 낸다. 정작 내야 화를 내야 할 때는 내지 못하고 안 내도 될 화를 퍼붓고 상대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한다.

화를 내야 할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게 사람이 가져야 할 인성이다. 무조건 참으면 되는 게 아니다.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17살의 나이에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배우 레슬리 오덤 주니어는 그로부터 15년 후 <해밀턴>의 주연배우로 활약하고 토니상 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가 <페일링 업; 나는 매일 내 실패를 허락한다>를 출판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무명 배우에서 브로드웨이 주연배우로 성장하기까지 그가 만난 인생 멘토를 통해 얻은 삶의 교훈을 담았다.

레슬리 오덤 주니어는 백인 중심의 프로그램에 흑인으로 출연하며 ‘토큰’으로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성공을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레슬리 오덤 주니어의 인생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일링 업>은 챕터마다 마음에 담아둘 메시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준비하는 삶을 살라는 것과 분노를 삶의 추진력으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쓴 일본의 작가 소노 아야코는 ‘불행도 재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그는 소설가로 지난날을 책 속에 담았다. 고통스러운 일도 하나하나 모으면 그것이 재산이 되고 삶의 작은 기쁨들이 모여 나쁜 일들을 잊게 해준다고 했다.

우리는 오늘 이 시간 어떤 것들을 모으고 살고 있는가. 분노가 자신의 삶을 앞으로 더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되었다고 말하는 레슬리 오덤 주니어의 말에 공감하며 살 수 있을까. 이미 성공한 사람이기에 지난 시절의 일들이 다 그렇게 좋게 기억되는 걸까. 분노가 삶의 에너지가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많아도 문제고 적어도 문제다. 적절한 양을 유지하는 게 어떤 면에서 최선이다. 모자란 듯 살짝 넘치는 듯.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 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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