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TV 기술 논란이 글로벌 비방광고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LG전자는 국내에 송출 중이던 OLED TV 광고의 영문 버전을 이달 1일부터 LG전자 미국법인 유튜브 채널과 미국 현지 TV광고에 송출하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부터 국내 TV광고로도 선보이고 있는 LG전자의 OLED TV 광고다. 이 영상은 묻고 답하는 Q&A 방식으로 LED TV와 비교되는 자사 OLED TV의 강점을 소개하며, 경쟁사 삼성전자의 QLED TV의 기술을 간접적으로 깍아내리는 형식이다.

특히 첫 질문부터 “Q. LED TV는 왜 두꺼운거죠?”에서는 삼성전자의 QLED TV를 연상시킨다. 이후 질문도 “Q. LED TV는 롤러블이 되긴 힘들겠네요?” “Q. LED TV는 블랙을 정확하게 표현하긴 어려운가요?” 등 ‘Q. LED’라는 동일한 어구로 반복된다. 또, 질문내용 모두 자발광 방식이 아닌 QD-Sheet라는 백라이트를 LCD TV에 덧대 만든 QD-LCD TV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어, LED 글자 앞에 여러 알파벳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다 QLED로 끝나며 마침표를 찍는다.

최근 들어, LG전자는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린다는 취지하에 광고전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사는 해당 영상을 글로벌 버전으로 제작해 현지에서 TV광고로 송출하거나 현지법인을 통해 유튜브에 게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미국 TV광고 외에도, 앞서 지난달 18일에 베트남에서도 현지어 버전을 송출했다.

삼성전자는 자사를 겨냥한 LG전자의 국내 QLED TV 겨냥 광고에 대해 10월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는 신고서를 제출했으며, 베트남 건에 대해서도 현지 공정거래를 감독하는 국가경쟁위원회(NCC)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미국 광고에 대해서도 곧 대응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대응에는 공정거래 당국 신고만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기존 LG전자의 Q&A TV 광고에 대응하는 또 다른 Q&A 광고를 제작해 국내 송출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에서 최근 송출을 시작한 이 광고영상은 마치 LG전자의 Q&A 광고를 되받아치며 시작하는 느낌이다. 우선 첫 질문 “QLED에는 왜 백라이트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화면 TV에는 더 밝고 오래가는 빛이 필요하니까요”라고 답한다. 이어, “QLED는 왜 컬러가 더 밝고 생생한가요?” “QLED는 왜 더 오래 쓸 수 있나요?”라는 추가 질문을 던지며, OLED TV보다 높은 QLED의 색재현력과 OLED TV의 번인현상을 꼬집고 있다.

글로벌 버전은 이 영상에서 성우더빙과 자막만 바꾸면 되는 것으로, 삼성 대응광고의 글로벌 버전도 곧 송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양사의 화질 시비가 본격적인 글로벌 비방광고전으로 번지려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자발광 OLED 기술보다 한 단계 낮은 기술인 LCD TV에 'QD-시트'라는 백라이트 패널을 덧붙여 양산했고, OLED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TV를 판매해왔다. 이 같은 전략은 주효해서, 삼성 QLED TV는 올 상반기에만 약 200만대를 판매, 전년 동기(87만대) 대비 127% 성장을 기록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QLED TV가 실제로는 LCD TV임에도, 스스로 빛을 내는 퀀텀닷LED디스플레이(QLED)로 인식할 수 있는 QLED라는 명칭을 썼다는 점이다. LG전자가 지난 9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공정위에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주장하며 신고서를 제출한 것은 여기서 근거한다. 삼성전자의 높은 시장 점유가 그동안 소비자를 속여 온 결과라는 것이다.

LG전자의 주장대로 삼성전자의 높은 TV시장 점유가 소비자 오인에서 근거한 것인지, 삼성전자가 OLED TV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LCD TV를 시장에 공급한 결과인지는 좀더 시장 상황을 살펴봐야 할 일이다. 다만, 업계는 양사 간 상호 비방이 소비자의 알 권리 보호보다는 국내 TV 기술 자체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싹트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학술지 네이처에 업계 최초로 '자발광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의 상용화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의 QLED가 현재 마케팅을 위한 단순한 네이밍에서 그치는 수준이 아닌, 실제 QLED 기술을 구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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