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저가 입찰 가이드라인 높여 기술력 갱쟁 유도해야

삼성SDS 사옥
삼성SDS 사옥

삼성SDS와 LG CNS 컨소시엄이 기획재정부 ‘차세대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구축사업’을 놓고 수주 경쟁을 벌인다. 디브레인 사업은 사업규모가 1200억원에 달하며 올 하반기 공공 SI(시스템통합)사업 최대어 가운데 하나다. 삼성과 LG 컨소시엄간 수주 대결은 지난 8월 행정안전부 차세대 지방세 시스템 사업에 이은 두 번째다. 오는 29일 우선협상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인 이번 수주전은 결과는 물론 최저가 입찰 여부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아이티센 컨소시엄과 삼성SDS-대우정보시스템 컨소시엄은 각각 이날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디브레인 구축 사업에 응찰했다.

디브레인 사업은 2020년까지 기획재정부 차세대 예산회계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해 고도화하는 것으로 1191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첫 번째 입찰은 2주전인 이달 12일 진행했지만, 삼성SDS 컨소시엄의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이후 이날 재 입찰에 LG CNS-아이티센 컨소시엄이 참여하며 삼성과 LG 간 수주 맞대결이 또 다시 이뤄졌다.

◇공공 SI 사업에 이는 해묵은 저가 수주 논란의 재연?

디브레인 사업 수주전은 올해 대기업 참여 제외 예외가 적용된 대형 공공 SI 부문의 두 번째 프로젝트다. 첫 번째는 삼성SDS가 수주한 1700억원 규모 행정안전부의 차세대 지방세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행안부 공공사업은 규모도 규모지만, 삼성SDS가 2013년 이후 6년만에 국내 공공 SI 사업에 참여를 다시 시작한 첫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대기업은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공공사업 참여가 제한됐고, 일부 대형 공공 사업만 예외를 적용받아 참여가 가능했었다. 삼성SDS가 참여한 행안부와 이번 기재부 사업이 이 같은 예외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런 과정에서 삼성SDS는 올해 8월 행안부 사업을 적법한 경쟁 속에서 LG CNS를 누르고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왜 삼성SDS의 행안부 수주와 관련 업계에서 저가 수주라는 논란이 인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SDS가 행안부 사업 수주시 조달청 법정 가이드라인인 80%대 금액을 제시한 것이 알려지며, 향후 발주되는 대형 공공 사업을 ‘싹쓸이’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통상 공공 사업은 크게 가격 요건과 기술력 요건에서 경쟁을 하게 되는데, 기술력의 차별화가 쉽지 않고 그 차이가 미미한 상황에서 사실상 가격에서 승부가 난다.

이런 점에서 경쟁 상대였던 LG CNS를 비롯 중견·중소 SI 기업들은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지켜오던 입찰 최저가 90% 이상 유지의 룰이 깨졌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SW제값받기라는 점에서 삼성SDS의 최저가 투찰은 전체 SI산업 생태계 성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S의 최저가 투찰은 과거 SI경쟁이 본격화던 10여년 전의 0원 수주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는 아니다”라며 “다만, 그동안 중소 중견기업을 비롯 SI 업계가 최저가 90% 이상 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과 기술력에서 월등한 삼성이 80%에 맞춘 저가 투찰을 한 것은 다른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LG CNS 전경
LG CNS 전경

◇최저가 입찰로 생태계 파괴 vs 흠집 내기식 프레임 씌우기

삼성SDS와 LG CNS간 수주 맞대결의 관전 포인트로 ‘저가 투찰’이 대두되는 이유다. 기재부 디브레인 사업 입찰가격이 최저가 80%대에서 이뤄질 수 여부는 결과를 까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SI 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기술력 경쟁을 놔두고 건설 수주전과 같은 저가 입찰 경쟁의 재현과 이를 둘러싼 업계간 비방전이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기재부 디브레인 사업을 놓고 삼성이 또 다시 최저가 입찰로 SI 산업 생태계 발전을 저해시킨다는 주장과 흠집내기식 프레임 덧씌우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저가 입찰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측은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가 적용되는 대형 공공사업의 경우 사업 심사 배점상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50대50의 비중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최저가 입찰은 결국 수익성을 깎아 먹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적자 수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SDS는 법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높은 내부 비중을 낮추기 위해 최저가 수주에 나섰다는 식은 전형적인 흠집내기식 마타도어에 가깝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된 기재부 디브레인 시스템의 백도어 보안 이슈역시 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맞지만 지난 6년 동안 유지 보수를 해오고 있는 곳은 다른 중소 IT업체로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 처럼 삼성과 LG 간 공공 사업 수주전 격돌에서 저가 투찰이 이슈로 불거진 것과 관련,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문제는 결국 정보기술(ICT) 시스템 구축의 제값받기 관행을 바꾸는 공동의 노력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정 공공 사업의 최저가 입찰 제도에서 하한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90%로 높이면, 이 같은 소모적인 논쟁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면서 “국방 사업의 경우 최저가 가이드라인이 95%인 사업도 있는 만큼, 업계가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최저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낙영기자 nyseo6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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