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마주치는 표현이다. What you are made of라는 표현. '당신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라고 해석해서 '살과 피'가 그 답이 아니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대체 뭘 묻고자 저런 표현을 쓰는 걸까 해석을 찾아보면, '당신의 됨됨이, 당신의 사람됨, 당신의 성격'정도로 이 표현이 해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표현이 쓰인 문맥을 찾아보면 “It will test what you are made of”와 같은 문장들이 많이 보인다. '그것은 네 됨됨이를 시험할 것이다' 정도의 의미이다. 이제 의문이 생긴다. 왜 '한 사람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가 '한 사람의 됨됨이 혹은 성격'이라는 뜻으로 쓰이는지.

이 의문을 해결하려면, 그리스 시대 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스 시대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의학자인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을 4개의 체질로 구분했다. 영어로는 이를 Four Humors Theory라고 하고, 우리 말로는 히포크라테스의 체질론이라고 번역한다. Humors를 우리는 ‘유머, 익살’ 정도의 뜻으로 알고 있지만, 원래 humor는 '액체, 체액'이라는 뜻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사람의 체액 중 어떤 체액이 많은가에 따라 그 사람의 체질과 성격이 달라진다고 보았고, 그래서 Four Humors Theory가 생겨난 것이다. Four humors는 blood, yellow bile(황담즙), black bile(흑담즙), phlegm(가래, 담)으로 각각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로 번역한다. black bile 흑담즙이라는 단어는 아예 ‘우울’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phlegm 가래라는 단어는 ‘침착, 냉정’이라는 뜻으로 굳어졌다. 흑답즙이 많은 이들은 우울해하고, 가래가 많은 이들은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이라고 저 체질론에서 말하고 있다.

이는 그리스 시대의 네 개의 체액론이 퍼지면서, 아예 저 단어들이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말로 굳어졌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전통 의학-사상의학-에서 말하는 4개의 체질 이론이 떠오르기도 한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음 (big yang, big yin, small yang, small yin)의 4가지 체질로 사람의 체질과 성격을 한국에서도 분류해서 말하기 때문이다. 이게 서구의 체질론과 비슷하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은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 따라 사람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동서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믿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왜 영어에 what you are made of (너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는 표현이 ‘너의 됨됨이’라는 뜻으로 쓰이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온전히 이해가 된 표현은 써본다. 인생에 역경이 닥치면, 이 역경이 당신의 됨됨이를 시험할 것이다. Hardships will test what you are made of. 고난에 처해보아야 그 사람의 참된 인간성이 드러나고, 고난을 겪으며 사람의 내면의 힘이 다져지고 빚어지기 때문이다. 고난을 이겨보지 않고 착하고 선한 사람은 사실 아직 제대로 자기 본성이 뭔지 모른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드린다. “What are you made of?”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