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행앱에서 주요 은행들의 계좌조회와 출금 이체가 가능한 오픈뱅킹이 30일부터 시작됐다. 출처=게티이미지
한 은행앱에서 주요 은행들의 계좌조회와 출금 이체가 가능한 오픈뱅킹이 30일부터 시작됐다. 출처=게티이미지

한 은행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요 은행들의 계좌조회와 출금⋅이체 등 은행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30일 시작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사 모바일뱅킹 앱 고객의 확대라는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됐으며, 주거래 은행 개념의 약화는 물론 다양한 은행 업무와 관련한 수수료 체계의 인하 등 본격적인 플랫폼 경쟁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농협은행을 비롯 우리⋅국민⋅신한⋅KEB하나⋅부산⋅제주⋅전북⋅경남은행 등 10개은행이 오픈뱅킹 대고객 시범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이에 맞춰 현재 각 은행의 모바일뱅킹 앱에 오픈뱅킹 메뉴를 신설하고, 타행계좌 잔액 이체 수수료 면제와 종합자산관리서비스 등을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에 나선다.

◇주거래 은행의 약화...플랫폼 사업자 경쟁의 시작

이번 오픈뱅킹의 시작은 여수신 이자마진을 통한 안정적 수익구조에 빠져 있는 은행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우선 주거래은행에 대한 개념이 희석된다. 이는 자신이 편리하고 사용하는 모바일뱅킹 앱이 은행의 주거래 창구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금융소비자는 이 창구를 통해 은행 업무 전반을 이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다섯 곳의 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는 다섯 곳 전체의 모바일뱅킹 앱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편리성에 맞는 한 은행의 모바일 뱅킹을 통해 다섯 은행에서 처리해야 할 은행업무를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르게 보면 이 창구를 기점으로 금융소비자의 자금이 분배되고 거래되는 것으로, 이 창구를 거머쥔 은행으로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주로 쓰는 모바일뱅킹 앱이 금융소비자 자신의 주거래 은행으로 변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은행권역시 이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이 자사 모바일뱅킹 앱 고객 확대에 공을 들여온 이유다. 은행들이 오픈뱅킹에 따른 개방형 플랫폼 사업자로의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는 셈이다.

제공=농협은행
제공=농협은행

◇모바일뱅킹 앱의 고도화...수수료 개편와 이벤트 전개

오픈뱅킹은 은행이라는 금융산업이 개방형 플랫폼 사업자로 나설 것을 강제한 것이기도 하다. 은행은 자신들만의 폐쇄적 금융소비자 정보를 오픈API를 통해 개방했다. 금융권이 열린 생태계 속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경쟁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우선 은행권은 각각의 모바일뱅킹 앱의 고도화를 비롯 수수료 개편과 고객확대를 위한 마케팅 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농협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스마트뱅킹은 물론 올원뱅크 등의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앱 다운로드 이용자 풀이 2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공을 들여왔다. 이대훈 은행장 등 은행 경영진의 디지털 금융에 대한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농협은행은 이날 오픈뱅킹을 기점으로 총 4326명에게 현금 300만원과 노트북 제공 등의 5가지 경품 이벤트도 열었다.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것으로, 오는 11, 12월의 타행계좌 등록 고객에 대한 경품증점을 비롯 첫 급여이체 고객의 오픈뱅킹 퀴즈, 금융상품의 신규 거래 등에 대한 금리 우대 혜택 등이 담겼다.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인 원뱅킹 이용자 확대를 위한 이벤트를 오는 12월15일까지 한다. 우리 원뱅킹 고객이 타 은행 보유중인 입출식 계좌를 등록하면 선착순 2만명에게 GS쿠폰 증정하며, 추첨을 통해 백화점 상품권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다.

제공=우리은행
제공=우리은행

KB국민은행도 오는 12월27일까지 타행계좌 등록시 추첨을 통해 400명에게 갤럭시 노트 10과 갤럭시 폴드 등을 선물하며, 오픈뱅킹 거래고객 1만2000명에게 현금 등을 증정하는 행사를 갖는다. IBK기업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아이-원 뱅크'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506명에게 애플 아이폰11 프로와 LG노트북 등 다양한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다음달 27일까지 갖는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 쏠을 최근 개편했다. 통합자산조회서비스와 생활금융서비스 등을 새롭게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처럼 주요 은행들이 대규모 경품행사를 동원하며 자사 은행앱 등록과 거래를 유도하는 것은 금융권 전반으로 오픈 플랫폼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국내 금융권은 금융지주 체제로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등이 결국은 스마트금융으로 무한경쟁에 노출되며, 수수료 체계도 재편이 불가필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은행 거래의 수수료 체계는 오픈뱅킹의 도입과 함께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도 핀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한 편리한 금융을 모토로 기존 은행 고객들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 체계는 경쟁을 통한 인하 쪽으로 가닥이 잡힐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디지털혁신에 맞춰 조직을 재정비해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될 것임은 확실하다. 은행들의 핀테크 업체의 인수 합병을 통한 전략적 선택도 향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서낙영 기자 nyseo6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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