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가 주연을 맡은 고공 감성 무비 '버티고'(감독: 전계수 | 제공&배급: ㈜트리플픽쳐스)가 오늘(16일) 개봉했다. 지난 12일 폐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후, 영화 팬들은 물론이고 해외바이어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호평 세례를 받으며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오늘 하루도 몹시 흔들렸지만 잘 견뎌냈다. 거리는 튼튼하니 이제 안심이다” 현기증 나는 고층빌딩 숲 사무실에서 매일을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30대 직장인 '서영'(천우희)은 안정된 삶을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불안정한 계약직 신세, 사내연애 중인 연인이자 상자 '진수’'(유태오)와의 불안한 관계, 엄마와의 갈등 등 바람 잘 날 없는 살얼음판 같은 삶이다.

설상가상으로 어릴 적 아빠의 폭행으로 한쪽 귀의 고막이 파열된 서영은 갈수록 청력이 나빠지고 환청에도 시달리며 보청기를 착용해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느낀 선영이 무너져 내리려는 순간, 회사 건물 창 밖에서 로프에 매달린 채 그녀를 지켜보는 외벽 청소부 '관우'(정재광)를 마주하게 된다.

'버티고'의 주인공 선영은 현대인이 겪는 여러 고충을 한데 집약시켜 놓은 인물이다. 앞서 나열한대로 선영 앞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격하게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 쯤 ‘세상일이 내 맘 같지 않다’고 느끼고 삶의 끊을 놓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대부분은 혼자 삭히며 이겨내려 발버둥 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격언이 있다. '버티고'에서 선영이 삶에 끝에 섰을 때, 관우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무리 잘나고 완벽하다한들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우리집에 매일 신문을 배달해주는 사람이 누군지 한 집에 살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의 안부조차 모르는 현대인들 모두가 화려한 도시 속 자신만의 무인도에 살고 있는 셈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버티고' 속 선영의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면 몇 일전 유명을 달리한 스타 연예인이 떠오른다. “사는 게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곁에서 누군가의 따듯한 말 한 마디와 손길이 있었더라면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배우 천우희는 밀도 높은 감정 연기로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충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강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연기가 가슴 깊이 파고드는 색다른 울림을 선사하는 영화 '버티고'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상영시간 114분. 15세 관람가. (사진제공 = ㈜트리플픽쳐스)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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