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용훈의 경제르네상스] 돌지 않는 돈, 경기침체의 공포

발행일시 : 2019-10-10 09:00
[김용훈의 경제르네상스] 돌지 않는 돈, 경기침체의 공포

 
값이 떨어지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들이 행복해질까? 어떤 해에 양파가 풍년이면 시장에는 양파에 대한 공급이 충분하여 양파 가격이 마구 내려간다. 양파 농사를 짓고 시장에 판매한 공급자들의 생산비용이 판매가격을 넘어서면 양파 농사를 지은 사람들은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양파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가격폭락의 쓴 맛을 보고 다음 해에는 양파가 아닌 배추를 심었다면 시장에서 양파의 공급이 줄어들어 양파의 시장가격이 상승한다. 이해 양파 농사를 지은 사람들은 꽤 높은 판매가격을 만나게 되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건의 거래가 자유로운 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는 상품의 가격은 점차 올라가고 인기가 없는 상품은 가격이 내려가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이 거래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조정하는 것처럼 시장경제는 시장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러한 커다란 생태를 240여 년 전 애덤 아담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의 메커니즘은 시장의 완전경쟁이 보장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실적 시장에서 완전시장은 보호될 수가 없다. 변수들을 동반한 시장은 변수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 근간은 같다. 최근 시중 금리가 하방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 각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자국의 금리를 낮춰 자국 경제를 방어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기업들은 대출을 받고 투자를 도모할 것이고 가계는 소비를 늘릴 것이다. 따라서 시중의 통화량은 확대되어 다운된 경제에 탄력이 가중된다. 소비도 늘고 통화량도 늘면 상대적으로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통화량은 늘어나는데 소비가 늘지 못하고 물가가 올라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종래의 경제학 이론들의 적용이 힘든 저성장 경제는 생각보다 컨트롤이 쉽지 않다.

[김용훈의 경제르네상스] 돌지 않는 돈, 경기침체의 공포

시장의 활발한 움직임을 도모하고자 정부는 의도적으로 금리를 내려서 통화량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경제의 수레바퀴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다. 넘치는 시중의 자금으로 사람들이 돈을 마련하는 것이 쉬워졌지만 쉽게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경기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기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무역 분쟁이 커지자 교역조건의 불안함이 커진다. 이에 따라 국내 경기가 지속적으로 위축되니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하고 가중되는 불안감에 소비마저 절제하고 안전자산으로 돈을 쌓아두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의 속도를 나타내는 통화승수가 올 상반기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고 하락 속도가 빨라진 것을 보면 금리인하로 인한 통화량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상황 때문에 펼치지 못한 투자는 시중의 자금을 멈추게 하고 저축으로 이어져 소비도 줄어들게 만들었다.

이렇게 돌지 못하는 돈은 물가를 올리지 못하고 물가가 곧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에 소비를 하지 않아 시장에는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사람들의 행동을 멈추게 만든 불안의 분위기는 실물경제를 더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물가 하락을 기대하고 현금을 보유하며 소비를 미루기 때문에 공격적인 통화정책도 무력화시킨다. 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0.4%의 소비자 물가는 충격이다. 상품과 서비스 460개 항목의 물가 변동이 마이너스로 거부할 수 없는 경제부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내려설 대로 내려서는 금리를 보며 갈 곳 없는 통화의 방황이 바른 길을 찾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소비와 투자자들의 심리가 안정을 찾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것이 먼저이다. 이것이 펼쳐지려면 정치 경제 사회의 안정에 의구심이 없어야 한다. 사람들은 불안이 스며들 때 투자를 시도하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국내외의 분쟁과 변수는 불안을 가중하는 투자보다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의 비중을 높이게 만든다. 시중에 돌지 않는 돈은 마이너스를 알리는 지표의 수치보다 사람들의 사고에서 먼저 문을 닫아걸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

김용훈 laurel5674@naver.com현 국민정치경제포럼의 원장이자 온 오프라인 신문과 웹에서 정치경제평론가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20여권의 시와 에세이, 자기계발도서를 집필하여 글작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사랑마흔에만나다’, ‘마음시’, ‘남자시’, ‘국민감정서1’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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