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휴대용 게임기는 하나의 게임밖에 즐길 수 없었다. 큰 화면으로 게임을 하려면 오락실을 이용했다. 하지만 콘솔 게임기와 PC 보급으로 집에서도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게임을 열심히 즐겼다면 아마 집에 게임팩이나 게임 CD가 많을 것이다. 스마트폰 출시 이후 더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게임은 PC나 콘솔 게임에 비해 한계가 명확하지만 하드웨어 사양이 나날이 발전한 덕에 서비스가 상당 수준 올라왔다. 초기는 퍼즐류 같은 단순한 게임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배틀그라운드를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여기서 좀 더 진화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형태가 나오고 있다. 음악이나 영화처럼 구독을 통해 게임을 하는 '게임 구독 서비스'를 비롯해 저사양 하드웨어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발전하고 있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

◇애플 아케이드

3월 애플은 흥미로운 구독 서비스를 발표한다. 바로 '애플 아케이드'로 월정액 형태로 운영하는 게임 서비스다.

보통 모바일 게임은 개별 판매, 게임 내 구매, 게임 내 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게임 내 구매는 기본 플레이는 무료지만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형태다. 다만 일부긴 하지만 미성년자들의 무분별한 게임 결제와 랜덤박스라고 부르는 도박류 게임으로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

애플 아케이드는 매달 이용료를 내면 애플 아케이드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중요한 점은 인 앱 결제와 DLC 등 모든 추가 결제를 금지하고 있으며, 게임 내 광고도 금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용료 이외에는 모든 게임 이용에 추가 비용을 낼 필요 없으며, 아이폰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맥 등을 넘나들며 게임할 수 있다. 다운로드 설치 방식이라 오프라인 게임을 즐기는 데도 문제가 없다. 게다가 가격 정책도 경쟁력이 있다. 월 6500원(4.99달러)으로 책정되었는데, 가족 공유로 최대 6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6500원만 내면 추가 비용 없이 온 가족이 애플 아케이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모바일에서 게임 플레이가 불편한 부분 중 하나가 조작이다. 디스플레이 터치를 이용해야 하므로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게 되고, 정밀한 제어가 잘 되지 않는다. 콘솔 게임기에서 사용하는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좋은 이유다.

애플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아케이드가 제공되는 iOS 13에서는 게임 컨트롤러를 쓸 수 있다. 현재 X박스 무선 컨트롤러(블루투스 지원, 모델 1708), 플레이스테이션 듀얼쇼크4 무선 컨트롤러, 스틸시리즈 님버스 등 다양한 컨트롤러가 지원된다. 아직 출시 초기라 게임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이 콘솔 게임기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구글 플레이 패스

구글 플레이 패스는 애플이 아케이드를 내놓자 부랴부랴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애플 아케이드와 동일한 4.99달러로 가족 5명이 즐길 수 있다. 애플 아케이드는 올 3월에 발표되었지만 정식 출시는 9월 20일에 이뤄졌다. 준비기간이 길었지만 세계 동시 오픈이었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 패스는 현재 미국에서만 오픈된 상태다. 추후 지원 국가를 늘릴 방침이다.

기본 운영 방식도 애플 아케이드와 비슷하다. 구글 플레이 패스에는 앱 내 결제, 광고 없는 게임이 제공되며, 월정액 이외에는 추가 비용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애플은 아케이드에서 독점 콘텐츠에 신경을 많이 썼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과 유사한 부분으로 차별화 요소다. 이를 위해 애플은 5억달러(약 6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구글 플레이 패스도 비슷한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앱 개발업체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확보한 타이틀은 350개가량 된다. 애플 아케이드가 100여개 정도이니 3배 이상이다. 애플은 큐레이션에 신경 쓴 것으로 보이는데, 구글은 기존 게임에서 광고와 인 앱 결제만 제거해 제공하는 형태다. 다양성으로 승부를 보는 듯싶다. 구글 플레이 패스는 여러모로 급하게 준비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도 지저분한 안드로이드 진영에 청정 게임 구역이 생겼다는 점에서 반가운 부분이다.

◇구글 스태디아

구글 스태디아는 올 3월에 발표된 서비스다. 발표되자마자 주목을 받았는데 이유는 독특한 방식 때문이다. 보통 게임은 기기에 설치해서 플레이해야 한다. 하지만 스태디아는 게임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게임은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며, 사용자는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즐기게 된다. 더 이상 게임 사양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PC 사양에 따라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 때문에 PC를 업그레이드하는 게이머가 많다. 하지만 스태디아는 클라우드에 게임이 설치돼 구동되기 때문에 낮은 사양에서도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저 게이머는 스트리밍으로 화면을 재생할 수 있는 사양이면 된다. 크롬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운용체계(OS)를 가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클라우드 게임이 이전에도 없던 개념은 아니지만 구현에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실시간 조작에 있어 반응 속도가 느린 점이 문제였는데, 구글은 이를 해결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다만 스트리밍인 만큼 통신 속도가 중요하다. 최소 속도는 10Mbps며, 권장 속도는 35Mbps다. 10Mbps에서는 720p 해상도를 지원하고, 20Mbps에서는 1080p 해상도를 지원한다. 35Mbps부터는 4K 해상도를 지원한다. 출시는 오는 11월로 월 9.99달러 유료 구독형 모델 '스태디아 프로'가 먼저 나온다. 최대 4K 해상도, 60FPS, 5.1서라운드 사운드 품질로 이용할 수 있다. 무료 모델인 '스태디아 베이스'는 2020년에 정식 서비스한다. 최대 1080p 해상도, 60FPS, 스테레오 사운드가 제공된다.

다만 유의할 부분은 게임이 포함돼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클라우드 게임, 유료 구독형 모델 등으로 넷플릭스처럼 게임도 포함된 형태라고 추측해 왔다.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은 별도 구매다. 한마디로 유료 구독은 플랫폼 사용료인 셈이다. 비용을 좀 더 높이더라도 게임 구매 비용을 포함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지포스 나우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앞서 설명한 구글 스태디아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게임을 내려받아 설치할 필요 없이 다양한 기기에서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라는 가정용 콘솔 게임기를 만들어왔던 회사답게 해당 자원이 엑스클라우드에 최대한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사용 환경에서 엑스박스 원 컨트롤러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며, 엑스박스 게임 전체 라이브러리와 PC에서 출시한 게임 모두를 제공할 계획이다. 엑스박스에만 3000개가 넘는 게임이 있다. 특히 개발자는 게임이 엑스클라우드에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정식 서비스는 내년이며 흥미로운 건 최근 SK텔레콤과 손잡고 올 연말까지 베타테스트를 한다는 점이다. 5G뿐만 아니라 LTE도 지원한다. 생각 외로 빠르게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가격 정책이나 게임 구매 관련해서는 아직 밝힌 바가 없다. 구글 스태디아처럼 플랫폼 이용료와 게임 구매를 각각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지포스 나우는 무려 2017년에 발표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약 2년간 미국,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무료 베타 서비스를 진행해 왔으며, 여전히 베타 테스트 중이다. 최근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 출시 소식을 알렸다. 10월 31일까지 무료 체험을 진행하고, 이후 유료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금 정책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지포스 나우 요금은 20시간에 25달러인데, LG유플러스 가입자는 조금 더 경쟁력 있는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금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대신 기존 스팀이나 유플레이에서 구입한 게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월정액 구독형

요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대세는 구독형이다. 넷플릭스처럼 월 이용료만 내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형태다. 게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전자책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게임은 이미 월정액 형태 과금 형태가 잘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특정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 매달 비용을 지불했으며, 해당 게임을 할 이유가 사라지면 구독은 끊어진다.

애플이 들고 나온 아케이드는 조금 다르다. 넷플릭스처럼 월정액만 내면 다양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 구매는 개별로 해야 하지만 게임을 설치할 필요 없이 다양한 단말에서 이용할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 게임에서도 애플 아케이드처럼 월정액 형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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