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IFA 2019에서 불거졌던 ‘가짜 8K TV’ 논란이 국내에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LG전자는 1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트윈타워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8K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가졌다. 같은 날 오후 삼성전자에서도 설명회를 진행해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번 설명회는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 전무가 포문을 열었다. 남 전무는 우선, 경쟁사 삼성전자의 ‘QLED’는 ‘퀀텀 닷 LCD(QD-LCD)’라며 “QLED라는 이름이 LED도 아닌데, LED로 오해할 소지를 만들고 있다”면서 “엔지니어 관점에서 참 안타깝다. 경쟁사를 따라 다른 경쟁사도 규격미달의 TV를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전시존 투어는 미리 마련된 두 곳의 장소에서 진행됐다. 첫 번째 전시존 투어는 2019년형 삼성 ‘QLED(65Q950)’와 LG ‘OLED(65C9)’ 간의 화질과 패널 차이를 눈으로 살피고 비교했다. 65Q950는 8K TV, 65C9는 4K TV다. OLED 4K가 명암, 색재현력, 시야각 측면에서 QLED 8K 못잖은 화질을 보여줌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LG전자가 2019년형 QLED 8K 제품(왼쪽)과 OLED 4K 제품의 화질을 비교 시연하고 있다. QLED 8K 제품에서 보랏빛으로 번진 검은색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가 2019년형 QLED 8K 제품(왼쪽)과 OLED 4K 제품의 화질을 비교 시연하고 있다. QLED 8K 제품에서 보랏빛으로 번진 검은색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제품의 차이는 먼저 우주 공간에 반짝이는 별을 담은 동일한 화면 재생에서 차이를 보였다. OLED 제품에서는 보이는 별이 QLED TV에서는 보이지 않거나, 블랙이 다른 색처럼 보여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 이어 보여준 영화 ‘라라랜드’ 장면에서도 보라색이 섞인 블랙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어진 영화 아쿠아맨 장면은 정면 대비 측면에서 보여지는 휘도나 색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에 관해 LG전자는 QD-LCD(QLED)는 백라이트를 탑재해야 하는 고질적 한계로 인해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LCD 패널을 사용한 QLED는 OLED와 달리,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어 뒷면에 백라이트를 덧대야 하고, 이로 인해 명암비와 색재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QLED는 삼성전자에서 마케팅을 위해 붙인 이름일 뿐, 실제로는 QD(양자점발광다이오드) 시트 한 장을 추가한 LCD TV에 불과하다며 기존 LCD TV의 화질·구조적 한계도 그대로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가 QLED 패널 뒷면에 놓인 백라이트 설계를 설명한 구조물을 전시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가 QLED 패널 뒷면에 놓인 백라이트 설계를 설명한 구조물을 전시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가 패널 뒷면에 아무 것도 없이 자체 발광하는 OLED 패널을 설명한 구조물을 전시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가 패널 뒷면에 아무 것도 없이 자체 발광하는 OLED 패널을 설명한 구조물을 전시하고 있다.

17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남호준 LG전자 HE 연구소장 전무가 QLED TV 패널에 부착되는 QD 시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QD 시트에 대한 설명을 돕기 위해 남 전무는 전시존에서 QLED TV에 덧붙인 QD 시트를 보여주며 “이게 스스로 빛을 낼 것 같나요?”라며 되묻기도 했다.
17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남호준 LG전자 HE 연구소장 전무가 QLED TV 패널에 부착되는 QD 시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QD 시트에 대한 설명을 돕기 위해 남 전무는 전시존에서 QLED TV에 덧붙인 QD 시트를 보여주며 “이게 스스로 빛을 낼 것 같나요?”라며 되묻기도 했다.

QD 시트에 대한 설명을 돕기 위해 남 전무는 전시존에서 QLED TV에 덧붙인 QD 시트를 보여주며 “이게 스스로 빛을 낼 것 같나요?”라며 되묻기도 했다.

첫 번째 전시존과 달리, 두 번째 전시존에서는 2018년형 QLED 4K TV(65Q900) 하나와 삼성전자의 2019년형 QLED 8K TV(65Q900), LG전자의 2019년형 OLED 8K 나노셀 TV(75SM99)가 각각 전시됐다. 이 중 2019년형 제품 두 가지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하얀색을 표현하는 두 화면의 픽셀 차이까지 자세하게 보여줬다.

전자현미경 화면에서는 OLED 픽셀이 검은색과 흰색이 뚜렷하게 구분해 표시하는 반면, QLED 픽셀은 검은색 띠가 보이지 않는 채로 두 색이 뒤섞이며 다소 흐릿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정석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실제 흰색에 가까운 색을 표현하려면, 이처럼 검은색 세로줄과 하얀색 세로줄 픽셀을 완벽하게 교차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CM이 부족하면 텍스트 표현의 세밀함이 떨어지고, 검은색 표현이 일정하지 않거나, 이미지 표현에서도 격자 무늬가 나타나는 등 화질선명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CM이 부족하면 텍스트 표현의 세밀함이 떨어지고, 검은색 표현이 일정하지 않거나, 이미지 표현에서도 격자 무늬가 나타나는 등 화질선명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 같은 검은색과 흰색 교차 표시는 권위있는 국제 표준 기구 ICDM에서 정한 해상도 측정법인 화질선명도(CM) 계산법과도 관계있다. ICDM은 LG전자, 삼성전자, 파나소닉 등 50여개 주요 제조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 인증기관 중 하나다. 주로 디스플레이 측정 방법을 개발하고 제시하고 있다.

ICDM에서 정한 CM 값은 흰색 선 밝기와 검은색 선 밝기 값을 더한 값에서 두 값의 차이 값이 차지하는 비중(임계치)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ICDM에서는 픽셀(화소) 수가 8K(7680×4320)를 차지하는 것 외에도 CM 값이 50% 이상을 충족해야만 8K TV로 인정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백선필 LG전자 TV 상품 전략팀 팀장이 ICDM에서 정의한 CM 계산법을 설명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백선필 LG전자 TV 상품 전략팀 팀장이 ICDM에서 정의한 CM 계산법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ICDM은 “디스플레이의 해상력은 픽셀 수가 아닌 화질선명도(CM)를 기반으로 측정해야 하며, 화질선명도 기준치를 넘는 흑백 라인의 수를 해상도라고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ICDM의 CM 값 측정을 기반으로 한 실제 해상도 계산에 따르면, 삼성 QLED 8K는 텍스트 해상도 기준 4K, 이미지 해상도 기준 6K 수준에 불과하다. IFA 2019 현장에서 가짜 8K TV 논란이 불거진 것은 여기서 기인한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백선필 LG전자 TV 상품 전략팀 팀장이 VDE에서 발표한 LCD TV 간 CM 비교 검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QLED 8K 제품에서는 세로 해상도를 나타내는 CM 값이 현저히 떨어진 모습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백선필 LG전자 TV 상품 전략팀 팀장이 VDE에서 발표한 LCD TV 간 CM 비교 검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QLED 8K 제품에서는 세로 해상도를 나타내는 CM 값이 현저히 떨어진 모습이다.

아울러, LG전자는 인터텍(Intertek)의 75인치 QLED 8K TV(75Q950R) CM 검사 결과를 증거자료로 제시하며, 삼성 QLED TV가 8K 제품을 선보이면서 지난해 선보였던 4K 제품보다 CM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함께 전시된 QLED 4K 제품인 65Q900의 가로해상도는 1×1그릴(1픽셀 교차) 기준으로 CM이 90%를 넘었지만, 2019년형 모델인 QLED 8K로 와서는 오히려 12%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시야각에 따라 화질 차이가 발생하는 QLED 패널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신제품에서 가로해상도를 12%까지 낮췄을 것으로 추정했다.

(왼쪽부터)백선필 LG전자 TV 상품 전략팀 팀장, 남호준 HE연구소장 전무, 이정석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백선필 LG전자 TV 상품 전략팀 팀장, 남호준 HE연구소장 전무, 이정석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물론, QLED 패널을 사용하는 곳은 삼성전자 외에도 소니가 있다. 남 전무는 이에 관해 “모든 제품을 살피거나 시야각 보상 필름을 뜯어본 것은 아니지만 삼성 제품 외에는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에서 직접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8K협회(8K association)의 8K 인증마크에 관한 의견도 냈다. 이정석 LG전자 상무는 인증마크를 붙이는 행위는 지금도 널리 쓰고 있는 마케팅임을 인정했지만 “현 단계에서 8K 단체가 국제 마크를 만들어 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해외 전문 IT매체를 통해 알리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이런 부분이 정리가 되고 선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또, LG전자는 “디스플레이 국제 표준 체제가 존재하는 만큼, 8K 협회에 가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현재, LG전자는 각 국가별 제소행위 없이 언론이나 소비자 대상으로 한 8K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삼성 때리기를 통해 국내외로 ‘리얼 8K TV’를 이슈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관해 남호준 전무는 “제소는 별개의 문제”라며 “8K 등 새로운 고해상도 TV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확한 기준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석 상무는 “8K는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이며, 서로 정성을 들여 성장시켜야 할 시장이라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삼성에게 바라는 건 인정이다. 앞으로 성장할 큰 시장에 비하면 지금은 상당히 작은 시장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리가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우리가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8K TV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 같은 업계 내 분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인 만큼, 빠른 선점이 향후 시장 점유율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따른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1.5%를, LG전자는 16.5%를 기록했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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