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포스터 (출처 | IMDb)
영화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포스터 (출처 | IMDb)

영화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감독: 안케 블론데)은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닥치고 혼란에 빠진 주인공 ‘도리엔’(킴 스나우바르트)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성공한 남편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도리엔. 자신도 번창하는 동물병원 수의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겉보기와는 다르다’라고 했던가? 도리엔은 갑자기 찾아온 현실의 굴레 앞에 무너지고 만다. 엄마는 25년간 다른 남자와 불륜관계를 이어왔고 이를 뒤늦게 깨달은 아빠는 이혼을 결심한다. 뿐만 아니라 남편은 직장 동료와 바람을 피우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말썽이다. 설상가상으로 도리엔은 가슴에 악성종양이 생기고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영화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스틸 컷 (출처 | IMDb)
영화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스틸 컷 (출처 | IMDb)

도리엔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상대가 절실하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다. 가족, 친구, 동료, 누구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다. 도리엔은 자신이 꿈꾸던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변화를 줘야겠다고 결심한다.

평생을 한 가족의 딸, 아내, 엄마로서 살았고 수의사라는 직업에 얽매여 자신을 돌볼 틈도 없던 도리엔은 드디어 자신을 위한 삶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다. 부모님의 티격태격 이혼 문제에 말려들지 않고 남편과는 쿨하게 헤어지고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도 조금은 내려놓는다. 동물병원 손님으로 우연히 만난 옛 친구와 잠자리를 가지는 등 평소 그녀답지 않은 일탈적 행동도 마다 않는다.

영화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스틸 컷 (출처 | IMDb)
영화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스틸 컷 (출처 | IMDb)

영화에서 보이는 도리엔의 모습은 매우 밝다. 힘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결코 주저앉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태권도 유단자인 도리엔은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신나는 음악을 들고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거실에서 홀로 발차기 연습을 하는 코믹스러운 모습으로 힘듦과 어려움을 이겨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씩씩하다 못해 왈가닥이고 엽기적인 느낌마저 든다.

남들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도리엔은 세상 평화로운 사람처럼 밝고 경쾌하게 겪어낸다. 영화는 도리엔의 모습을 통해 삶에 큰 위기가 찾아와 앞이 보이지 않는 다해도 절망하지 말라고 말한다.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면 맞서고 그 과정에서 깨지고 잃는 것은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 어찌 되었건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영화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스틸 컷 (출처 | IMDb)
영화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스틸 컷 (출처 | IMDb)

상영시간 107분, 청소년 관람불가, 2019년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국제장편경쟁’부문 상영작.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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