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20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20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내년 예산안으로 지난해 보다 9.3% 늘어난 513.5조원을 확정했다. 지출 예산이 10% 가까이 늘어난 초 슈퍼예산으로,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등 경기 하방위험에 대한 대응,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경제체질 개선과 미래성장동력 확충 등을 위해 필요한 확장적 예산 편성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2020년 예산안은 이런 방향에 맞춰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혁신성장 가속화 △경제활력 제고 △포용국가 기반 공고화 △생활편의⋅안전⋅건강 증진 등에 지출을 집중 배정했다.

정부는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2020년 예산안을 심의 확정했다. 정부안은 내달 3일 국회에 제출되며, 국회는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의결해야 한다.

◇ 중기와 에너지 포함한 산업 분야 큰 폭 확대

내년 예산안의 분야별 재원 배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산업⋅중기⋅에너지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다. 정부는 이 분야에 전년 대비 27.5% 늘어난 23.9조원을 투입한다. 분야별 투자로는 가장 높은 증가세다. 내년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성장의 주축인 수출⋅투자 활력을 높이고, 제2벤처붐 확산과 영세자영업과 소상공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확충을 통한 조기 공급안정에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1조원을 배정했다. 우선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것처럼 1년내 20개, 5년내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6대 분야 총 100개 품목의 자립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1.3조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단기간 수입산의 국산 소재로의 전환 지원에 5000억원,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전용투자 자금 1.6조원 공급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혁신성장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3대 핵심산업 육성에도 4.7조원이 투자된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기 위해 데이터 시장형성과 AI생태계 확충, 5G 등의 인프라 구축에 1.7조원을 배정했다. 또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핵심산업 지원에 3조원을 배정했다.

2020년 예산안 혁신성장 4대 중점 투자. 출처=기획재정부
2020년 예산안 혁신성장 4대 중점 투자. 출처=기획재정부

◇ 일자리, 보건복지 예산은 지속 확충...재정 건전성 악화는 우려

2020년 예산안에서 일자리와 보건복지 분야는 예년처럼 지속적으로 늘려온 흐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일자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과 구직급여 보장성 강화, 직원훈련과 고용서비스 확대 등으로 전년 대비 21.3% 늘어난 25.8조원을 편성했다. 재정을 투입해 100만개(95만5000개)에 가까운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와 노동 예산은 일자리 예산을 포함해 181.6조원이다. 기초연금을 증액하고 실업급여가 늘어나면서 전년보다 12.8% 늘었다.

이 처럼 내년 예산안의 총 지출이 513.5조원에 달하는 반면, 예상되는 내년 수입은 482조원이다. 단순 산술로 31.5조원이 적자인 셈이다. 우선 수입 예산 전망은 반도체 부문의 법인세 감소 등으로 국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이 292조원으로 올해보다 0.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의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관리재정수지는 72.1조원 적자로 올해 37.6조원보다 배 이상 늘어난다. 국가채무역시 내년 805.5조원으로 올해 740.8조원보다 60조원 가빠이 늘면서, 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 대비 39.8%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재정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내년 적자국채 60.2조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33.8조원의 국채 발행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국가채무 절대 규모와 증가 속도면에서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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