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발달로 종이 편지나 문서는 없어지고 e메일이나 전자문서로 대체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서류 없는 사무실', 빌 게이츠는 '종이 없는 사무실'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그럼에도 가정이나 회사 우편함은 여전히 종이로 가득 차 있다. 각종 고지서 때문이다. 고지서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기 일쑤다.

우정사업본부 일반통상우편 물량은 98년 34억통에서 2017년 32억통으로 연평균 약 0.3% 줄었을 뿐이다. IT산업을 이끌고 있는 통신사업자 조차 연간 요금고지서 물량이 약 1억8000만건에 이른다. 우리나라 1인당 스마트폰 보유 수는 1대 이상이다. UN 주관 전자정부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종이 사용면에서 여전히 디지털화는 멀기만 하다.

◇종이 없는 사회가 필요한 이유

2017년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OECD 기준 4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6년 발표한 OECD 주요국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에서는 한국이 1인당 1위를 차지하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친환경디자인기업 슬로워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종이사용량은 약 991만톤에 달한다. 나무로 환산하면 30년 원목 약 2억4000만그루에 해당되며 탄소 가스는 약 7조톤이 배출되는 양에 해당된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주요 원인이 화석연료 사용에 있지만 종이 원료인 나무 사용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종이를 줄이는 것도 환경 문제 해결의 길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종이 사용을 금지해 1000개가 넘던 내부 종이 양식이 60개로 줄고 한 해 최소 4000만달러 비용이 절감되고 업무 효율도 향상됐다.

◇모바일 전자고지서, '친환경·업무효율·비용절감' 1석 3조

정부는 2017년 국무총리 주재 '제9회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은행, 병원 등에서 불필요한 종이문서를 줄이고 전자문서로 대체하도록 유도하는 '종이 없는 사회 실현을 위한 전자문서 이용 활성화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미진하다. 다행히 올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ICT 규제 샌드박스'에서 임시허가를 받은 KT '모바일전자고지서'가 신호탄을 쐈다.

모바일전자고지서는 이동통신사 가입자 대상 행정·공공기관 등의 고지·통지서를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로 발송해 모든 국민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정부, 공공기관의 대국민 정보 전달력을 개선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며 편의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사회 측면에서도 종이 절감을 통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사업이다. 이용기관도 업무 효율성 제고와 예산 절감까지 가능한 '1석 3조 효과'가 있다.

올 2월 모바일 전자고지 임시허가에 따른 사업시행 이후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적 해석이 모호해 서비스를 중단했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은 대환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SNS에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의 긍정 효과에 대해 언급했으며, 과기정통부도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 등에 관해 유관 부서와 검토를 세밀하게 진행했다. 사업자인 KT도 서비스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KT는 2017년 3월 모바일 전자고지서 시스템 개발에 착수, 국내 최초로 2017년 11월에 국민연금 대상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8년 6월에는 과기정통부로부터 공인전자문서중계자로 지정받았다. 그 해 8월 말에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연동을 완료, 2018년 9월부터 '공공알림문자'라는 이통사 공동 브랜드로 전자고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모바일 전자문서 유통기술이 적용돼 올해 7월에 누적 1000만건 발송에 성공했다. 현재는 일 1000만건 처리 수준 인프라를 확보 중이다.

◇공공기관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 높여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는 '모바일 전자고지서' 도입으로 예산 절감과 업무 효율성, 대국민 서비스 질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기존에는 우편 발송, 고객 전화 응대, 계좌정보 수집, 수령확인 절차를 거쳤다. 모바일 고지서는 고객이 모바일로 통지할 때 메시지로 직접 신청하고 일괄 지급하는 방식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가입내역 안내서 등 16종 서비스를 실시해 2019년 7월 말 675만건을 발송, 우편비용 15.6억원(연간 37.7억원 추정)을 절감했다.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400만명에게 가입 내역을 추가 안내하는 등 더 많은 국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과오납신고·체납안내문, 녹색교통지역 5등급 운행제한 위반 안내문 등에 도입했으며 연간 최소 27억원 절감을 전망하고 있다. 송달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성실납세 환경 구축, 환경오염물질 저감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는 여권 유효기관 만료 사전 알림에 적용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여권 유효기간 부족을 사유로 발급된 긴급여권 건수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 대비 66% 감소했다. 그만큼 정보전달 효과가 높아진 셈이다.

파주시는 2019년 5월부터 환급안내 및 처리, 지방세 체납 납부안내에 도입해 6, 7월에 소액체납자 대상 체납안내문을 발송했다. 그 결과 체납자수 5000여명이 감소해 전년 동월대비 약 2억원 세수증대 효과가 있었다. 파주시는 모바일 안내는 즉시 내용 확인이 가능하고 우편물 미수신 민원 해소와 시민의 납세편의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전자고지서 활성화 방안

여러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 모바일 전자고지서지만 아직까지 전체 기관으로 확산되지 않은 상황이다. 모바일 전자고지서 확산을 위해 정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나 국세청 등 모바일 전자고지를 도입하는 기관이 있는 반면에 도입을 망설이는 기관도 적지 않다. 모바일 전자고지에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어 문제 발생 시 해결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전자문서에 관해서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을 따르는데, 제4조에는 전자문서 효력을 폭넓게 인정하고 다양한 유권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공공기관별 모바일 고지 도입 근거에 대한 시행령이나 조례 등 모바일 고지 법적 효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은 사전·개별적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 동의 취득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해 개인정보동의절차 간소화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이나 공공목적 임시 허가대상 확대가 필요하다. 기초 자치단체 활용을 위해서는 행정안전부의 모바일 통지 연계시스템 구축에 투자나 전자 송달제도 개편 등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와 전자문서 이용촉진 전담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대국민 고지·안내문의 전자화 시범사업 및 인식제고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정부기관에서 여전히 유지되는 종이문서 위주의 사회적 관행은 모바일 전자고지서 도입의 장벽이다. 종이 없는 사회로의 변혁 전도 산업이자 전자정부 실현 디딤돌인 모바일 전자고지서 서비스 성공을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 미비점 개선 △행정·공공기관 선도적 도입 △성공사례 발굴 및 대대적 홍보 △민간영역으로 조기 확대 등이 필요하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바일 전자고지서가 공공행정 분야에서 조기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 주무부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모바일 전자고지서 활성화를 위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모바일 전자고지 같은 경우는 도달뿐 아니라 열람, 회신 등에 대해 법적 효력이 동일한데, 이를 구분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모바일 활용에 있어 계층별 정보화 차이도 걸림돌이라고 봤다. 정부가 모바일 능력이 부족한 계층에게 모바일 전자고지서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해 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입법과 정책 보완과 함께 모바일 고지서의 활용성 등을 홍보 병행한다면 모바일 전자고지서 활성화 확대 시행이 착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수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은 “지난해 모바일과 문자메시지를 사용한 신규 공인전자문서중계자가 등장하며 모바일 시대에 적합한 문서 유통기반이 마련됐다”면서 “올해 초 정부 규제 샌드박스 지정으로 전자고지 시스템 도입 장려와 우수 사례 발굴 사업으로 종이문서 중심 사회적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령상 고쳐야 할 부분을 살펴보고 적극적인 법해석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종이 발명이 인류 지식문명 촉발제가 됐듯 모바일 전자고지는 새로운 데이터 중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바일 전자고지 사업 관계자에 의하면 모바일 전자고지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후속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일반 민간·금융기관이 관련 법 또는 규제에 따라 각종 안내·고지·통지서를 보내는 사례뿐만 아니라 민간 기관도 고객에게 편리한 고지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국민 편익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가 민간 분야까지 확대되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통지, 고지서 관리가 편해질 수 있다. 정부 전자문서 활성화를 통한 전자정부 이행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향선기자 h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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