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다룬 영화다. (포스터 제공 = 쇼박스)
'봉오동 전투'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다룬 영화다. (포스터 제공 = 쇼박스)

3·1운동 이후 독립군은 봉오동 일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무장 항쟁을 벌인다. 일본군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필드로 독립군 토벌 작전을 시작한다. 이에 독립군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봉오동 지형을 활용해 일본군에 맞선다.

삼국지의 '제갈량'(諸葛亮)에 견줄법한 책략으로 독립군은 일본군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비범한 칼솜씨를 지닌 독립군의 리더 황해철(유해진 분), 빠른 발을 가진 이장하(류준열 분), 날쌘 저격수 마병구(조우진) 등을 주축으로 계곡과 능선을 넘나들며 봉오동 지형을 백분 활용한다. 귀신같은 움직임과 예측할 수 없는 작전으로 일본군을 고립시키고 1920년 6월, 마침내 독립군 최초의 승리를 쟁취해낸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 제공/배급:(주)쇼박스)는 애국심을 고취한다. 한·일 양국의 전쟁을 다룬 영화답게 착한 놈(독립군)과 나쁜 놈(일본군)의 구별이 명확하다. 먼저, 조선의 양민들을 잔인무도하게 학살하는 일본군의 만행을 낱낱이 고발한다. 반면,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똘똘 뭉쳐 저항하는 독립군은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바치는 애국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마침내,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봉오동 전투에서 승리할 때, 느껴지는 울컥함은 최근 국내 반일 감정에 빗대어 볼 때 과하지 않다.

'봉오동 전투'는 장점이 많은 영화다.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시기적절한 소재를 다뤘고 원신연 감독의 연출력과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15개월 동안 전국을 누비며 찾은 촬영지는 광활하며 웅장하고 거기서 촬영된 전투장면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멋지고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여기에 치열하고 긴장감 넘치는 액션신과 중간 중간 등장하는 유머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컷. (쇼박스 제공)

하지만,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은 큰 걸림돌이다. 초·중반을 지나 후반부로 가기까지 서론이 너무 장황하다. 인물들을 소개하는데 상당부분 시간을 할애하지만 크게 의미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후반부의 강력한 한방을 위한 기를 모으는 셈 치고는 그 기다림이 상당할뿐더러 클라이맥스 전투신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패턴의 간헐적인 전투 장면이 반복되며 지루함을 더한다.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를 통해 ”일제강점기 시절, 패배의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항과 승리의 역사도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역사를 있는 그대로 재해석 하지 않고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 영화 '봉오동 전투'다.

8월 7일 개봉, 상영시간 134분, 15세 이상 관람가.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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