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영국에 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유학, 어학연수, 결혼, 파견, 취업, 결혼 등… 어쨌든 영국 생활을 시작하는 첫 단계는 집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유학 및 어학연수로 영국을 오는 케이스는 상대적으로 집을 구하기가 쉬울 수 있다. 유학원이나 학교의 도움을 받아 홈스테이, 하숙 및 스튜디오를 구하거나 기숙사에 거주할 수도 있다. 기숙사는 1인실, 2인실부터 4인 이상의 가족이 살 수 있는 기숙사도 있다(학교마다 다를 수 있다).

기숙사의 장점은 부동산을 통하지 않아도 되며 유동적인 계약기간, 가구제공(Full-furnished), 합리적인 보증금 및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학교에서 직접, 빠르게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장실이 막히거나 수도가 고장난 경우 개인이 플러머(화장실 수리공)를 부르면 시간당 평균 6만원 정도의 인건비가 든다. 물론 인건비는 고장난 정도와 부품에 따라 금액이 더 높아진다. 또한 바로 출장이 가능한 플러머가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은 많지 않으니 플러머가 해결해줄 때까지 불편한 상황을 참아야만 한다. 우리집의 경우 수도가 새는 바람에 2층 바닥에서 아래층 천장까지 물바다가 된 적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바로 업체를 불러주어 비용 걱정없이 바로 해결한 경험이 있다.

영국에서 유명한 부동산 관련 사이트 롸잇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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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유명한 부동산 관련 사이트 주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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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장점은 보증금을 쉽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이의 경우 계약한 부동산이 폐업하면서 기존 계약된 집들이 다른 부동산에 업무 이전되었는데 집주인이 잠수를 타는 바람에 보증금을 거의 날릴 뻔 한 적도 있었다. 우리 가족은 운이 좋게 가족 기숙사에 바로 입주할 수 있었지만 집의 상태는 사실 최악이었다. 문이 맞지않아 바람이 새고, 냄새나는 카페트에 고장난 화장실, 정글같은 가든까지, 매일같이 인부들이 드나들며 수리하느라 정신 없었지만 그래도 내 돈 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었으니 그나마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없는 경우, 집의 형태, 가구 유무, 카운슬 텍스(Council tax)의 옵션을 결정한 다음 부동산에 가서 매물을 확인해야 한다. 롸잇무브(rightmove)나 주플라(zoopla)라는 사이트가 가장 유명하고 매물도 많으니 온라인으로 미리 위치나 위의 옵션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해볼 수 있다.

우선 영국 집의 형태에 대해 알아보겠다. 집의 종류는 단독주택(Detached house), 반-단독주택(Semi-detached house), 테라스드 하우스(Terraced house), Flat로 크게 나뉘어진다.

영국인의 32%는 Semi-detached 하우스에서 거주한다. 이미지 = MFG
영국인의 32%는 Semi-detached 하우스에서 거주한다. 이미지 = MFG

플랏은 우리나라의 아파트/빌라의 형태와 가깝다. 플랏은 주로 3~4층으로 지어지며 보통 가든은 딸려 있지 않다. 집의 형태를 결정했다면 가구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영국의 집은 냉장고, 세탁기, 가스레인지는 기본으로 되어있으며 침대, 소파, 식탁 등이 갖춰진 퍼니쉬드(Furnished) 집도 있다. 퍼니쉬드된 집에 들어가면 가구를 사는 수고를 덜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계약 만료 후 가구의 상태에 따라 보증금을 차감하는 경우가 있으니 본인이 영국에서 거주할 기간 및 가족구성원의 나이에 따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채리티샵, 이케아 및 기타 커뮤니티에서 쉽고 저렴하게 가구를 구하고 처분할 수 있으니 꼭 퍼니시드만 찾지 않아도 된다.

그 다음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카운슬 택스이다. 카운슬 택스는 주민세의 개념으로 풀타임 학생 및 견습생의 경우 내지 않아도 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반드시 내야한다. 카운슬 택스는 밴드 A부터 H까지 있으며 주거지 및 주거지가 위치한 카운슬에 비례해 부과가 된다. 살고자 하는 집의 카운슬 택스 밴드를 확인하고, 월세와 별개로 부과되니 고정비용으로 잡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의 조건을 모두 결정했다면 부동산에 가서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 뷰잉 예약을 해야한다. 뷰잉 후 원하는 집을 찾았다면 레퍼런스 체크를 해야하는데 한국에서 이사오는 경우는 영국에서 착실히 월세를 내고 살았다는 이력이나 기타 보증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어 있어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거나 평균보다 약간 높은 보증금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집주인이 인터뷰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인의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들을 인터뷰하고 싶어한다고하여 4인가족이 차려입고 집주인과 입주를 위한 면담을 하였는데 떨어져 기가 막혀했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학교측에서 즉시 입주가능한 빈집이 있다는 연락을 받아 극적으로 입주에는 성공했지만 세입자 인터뷰에서 탈락했다는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입주후에는 인벤토리 체크를 꼼꼼히 해야하는데 입주 당시의 집 상태를 사진 혹은 서류로 남기는 과정이다. 입주당시에 발견 못한 흠집을 계약만료 후 인벤토리 체크중 발견했다면 세입자의 잘못으로 보증금에서 그 비용이 제해질 수 있다. 하니 입주할 때의 인벤토리 체크는 꼼꼼하게 확인하여 계약 만료 후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

입주후에는 가스, 전기, 수도회사를 선정해야한다. 영국은 가스, 전기, 수도 회사들의 종류도 많다. 카드에 충전해 사용하는 선불제부터 심야전기 등의 옵션으로 둔 다양한 요금제가 많으니 본인의 생활패턴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인터넷의 경우는 집에 설치된 인터넷 회사가 어디인지를 알아보고 그 회사를 이용하는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이 전에 우리 집에 살던 세입자가 스카이를 사용했었는데 그대로 개통해 사용하려고 하니 엔지니어 방문 예약 일정이 너무 늦고 고객서비스가 엉망이라 버진 미디어로 바꾸려고 예약을 잡은 게 한달 후였다. 한달 후에 온 엔지니어가 하는 말이 버진미디어 회선이 집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공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는 연락 두절. 결론은 근 세 달 만에 돌고 돌아 스카이로 개통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고객서비스에 불친절함과 기다림은 덤이니, 영국에서 1~2년정도 거주할 예정이라면 기존 세입자가 사용하던 인프라(가스, 전기, 인터넷 등)를 그대로 이어 쓰는 것을 추천한다.

자동차의 경우 오토트레이더(autotrader), 검트리, 이베이 등에서 온라인 매물을 볼 수 있으며 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영국사랑 등에도 한국에 귀국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매물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한국에서 오는 손님 및 캠핑용 차량으로 7인승이상, 오토기어의 차량을 찾았고, 런던 근교에서 판매하는 중고차를 8,500파운드에 구매했다. 2010년식 오토로 8만 마일리지정도 운행한 7인용 포드 갤럭시로 우리가 원했던 조건에 완벽히 맞았던 차량이었다.

하지만 차량을 구매하자 마자 떠난 영국일주 중 중간중간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있었다. 열흘의 여행 후 이사를 마치고는 우리가 차량을 구매했던 곳으로 찾아갔는데 불명확하고 주기적이지 않은 현상으로는 워런티도 해줄 수 없고 차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만 여러 차례 듣고는 돌아와야 했었다. 후에 약 다섯곳의 정비소를 방문해 다양한 진단을 받아 엄청난 돈을 들였으나 원인을 못 찾은 채 차 상태는 계속 나빠지고 있었고 우리가 구매한 곳은 폐업을 해버렸다. 돌고 돌아 브리스톨에 있는 트랜스미션 전문 회사에 가서 약 3천파운드를 들여 미션을 교환했다. 그 이후로는 주변에서 차를 구매한다고 할 때 절대 인증 받지 않은 딜러 혹은 개인에게는 차를 사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약간의 돈을 더 주더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워런티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시간과 돈을 더 절약하는 방법이다.

조언을 하나 더 하고 싶다. 한국에서 영국으로 오는 사람들이 영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자주 하는 부탁중의 하나가 집을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사실 마음으로는 기꺼이 돕고 싶다. 그런데 거주할 집을 고르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편이라 쉽게 도움을 줄 수 없다. 우리가 봤을 때 괜찮은 집이 한국에서 막 이주해온 이들에게는 최악의 조건일 수 있다. 한국에서 생활했던 많은 사람들은 세련되고 깨끗한 아파트나 주거환경에서 지내다 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영국은 카펫바닥이나 화장실 바닥에는 하수구 구멍이 없으며, 샤워기는 전기 혹은 가스식으로 따로 줄을 당기는 수고를 해야 샤워기가 작동하는 구식인 경우가 많다. 밖에서 볼 때 고풍스러운 영국 집이면 집안도 고풍스럽게 오래되어 히팅도 잘 안되고 창틀사이로 외풍이 새어 들어온다. 처음엔 ‘오, 고풍스러운 브리티쉬 스타일!’ 하며 구경하던 옛집들이 이젠 ‘세상에 저 집은 창문 샤시를 다시 해야겠네, 보기만해도 뼈에 바람들겠다!’ 싶어져 이젠 고개가 저어진다.

영국에 살던 사람이 보기에 괜찮고 살만한 집들은 한국인들에게는 구식의 불편한 집으로 느껴져 살면서 계속 불만이 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금 불편하고 수고롭더라도 에어비앤비 등의 숙소에 거주하면서 부동산을 통해 뷰잉을 잡고 직접 집을 방문해 보면서 영국 집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보며 집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집을 구하는 과정과 집에 입주해 가스, 전기 및 인터넷만 개통해도 영국 살이의 반은 해결한 것이다.

박지현 stephanie.jh@gmail.com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렉트라 코리아의 열정적인 마케터로 일했던 워킹맘으로 현재는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좌충우돌 상황에서도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고, 영국에서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위해 늘 노력하고 탐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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