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가 아팠다. 남들 눈에 띄는 일을 하면 배가 아팠다. 나는 왜 저런 생각을 갖지 못했을까? 매일 눈에 띄지도 않는 고객 원성이 담긴 메일에 답하느라 짜증도 났다. 나보다 더 일을 잘하면 배가 아팠다. 그들은 독특한 시선으로 상대를 설득했다. 밤늦도록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는 나보다 일찍 퇴근하는 그가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면 배가 아팠다.

어느 순간 배가 아프지 않았다. 그럴 수 있는 것은 더 많은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능력은 남보다 더 멀리 가기 위한 시간을 썼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였다. 나는 더 배가 아프지 않았다. 그들처럼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부러워했던 나를 돌아봤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만 했다. 그들은 실제 행동으로 옮겼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배가 아프지 않다. 어디에 기준을 두고 살 것인지, 생각이 좀 더 서면서 그쪽으로 마음이 덜 가기 시작했다. 생각이 뚜렷해지면 가는 길이 헷갈리지 않는다. 인생은 애매한 것들 사이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찾아 세우는 것이다. 이것을 일찍 찾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이는 평생을 찾아 헤맨다.

아나운서 손미나는 어느 날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 돌아와서 회사에 사표를 냈다. 손미나는 삶의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가를 깨닫고 돌아와, 그간 추구해 온 삶의 방향을 조정했다. 자신이 이제껏 갖고 살았던 것을 내려놓았다. 사표 후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손미나는 다시 자신의 삶을 짚어봤다. 행복이라는 것, 살아가며 삶의 짐을 쌓아가는 게 아니라 짐을 버리는 것임을 몸으로 느꼈다. 손미나는 남들이 가진 것들을 갖기 위해 애쓰는 대신에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최선을 다하는 게 진정한 삶의 행복임을 깨달았다.

“나는 유달리 용감한 사람도, 불안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도전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감내하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그렇다. 행복의 비결은 많은 것, 혹은 좋은 것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것을 확실히 아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잘 가꿔진 꽃길을 찾아 걷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놓인 길에 꽃씨를 뿌리고, 가꾸고, 이따금 우연히 발견하는 꽃들에 감사하는 것, 바로 그것일 테다.”

-173쪽, 손미나의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중에서

얼마 전에 지인을 만났다. 직원이 찾아와서는 연봉을 올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때가 되면 알아서 올려줄 텐데 직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먼저 나왔다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해가 바뀌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는 왜 대표를 찾아와 연봉을 올려달라고 했을까. 자신이 해 놓은 일의 결과를 미리 점검받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올려야 할 사정이 있었던 걸까. 상대 처지에서 생각해야 하지만 돈이 걸린 일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 그들은 결론을 내렸을까. 나는 여전히 선택이 어렵다. 아직 내 삶의 기준을 바로 찾아 세우지 못한 탓이다. 그런 상황을 안 만드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때로 정해놓지 않고 떠난 여행에서 뜻하지 않게 인생 방향을 결정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진정한 여행은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마땅히 버려야 할 것을 버리고 사는 게 인생이다. 욕심을 버리면 선택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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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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