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야말로 모든 미루기 전문가가 배우고 익혀야 할 마법 같은 생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훗날 유익한 결과를 낳은 하나의 시작이다. 그렇다. 나도 해야 할 일을 하며 착실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서랍의 연필 넣는 칸을 정리한다면... 그 결과로 어떤 놀라운 일이 발생할지 누가 알겠는가? 정말 해야 하는 일이나 하며 하루를 보낼 만큼 내게 여유가 있을까?”
-172쪽, <미루기의 천재들> 중

책은 ‘역시 제목이 반’이다. <미루기의 천재들>도 그중 하나다. 미루기의 천재? 나 말고 또 있는가. ‘동료의식’으로 이 책을 만났다. 미루는 일이라면 나만큼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작은 제목을 다시 보는 순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렇지. 비교할 수 없는 위인의 미루기를 다뤘다. 나는 그냥 해야 할 일을 계획 없이 미루기만 하는 게으른 사람이 아닌가.

미루기의 천재들은 역사에 작품을 남겨놓았다. 다윈은 노트에 기록한 것을 20년이나 지나 <종의 기원>으로 발표했다. 다빈치는 의뢰받은 작품은 25년 후에 완성했다.

미루기와 게으름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이 두 경계 사이에 있는 사람은 뭔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그 결과물이 어떤가에 따라 삶의 길아 다름은 분명하다. 뭔가를 한다고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게으른 삶에 머물지 않으려 허둥지둥 살고 있지 않은가. 마감이 있는 일은 캘린더에 마감 3일 전 알림으로 설정해놓고도 변함없이 당일에 내지 않은가. 제대로 미룰 만한 것을 갖고 산다면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내가 미루고 있는 일들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우리는 일을 시간 내에 마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투두 리스트(ToDo List)를 만들어 움직인다.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전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창조하는 인간의 삶인가 아니면 기계 부품의 하나로 존재하는 걸까. 질서와 혼돈 속 직장은 정교하지만 어지럽고, 시스템적으로 깔끔하지만 때로 인간적으로 지저분하다. 따뜻한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밖으로 나온 말에는 표정이 없다. 그냥 냉혹한 전쟁터다.

그 속에서 자기 정신을 갖고 원하든 원하지 않는 힘겨운 노동을 해내는 일은 가엾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고 상처 주는 말은 때로 당연하게 여긴다. 상사와 직원으로서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포장재가 달라붙는다. 다행인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급하게 한 일들은 다시 손을 봐야 하는 일이 더 많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미완성이라도 ‘일단 경쟁업체보다 먼저 내놓고 보자’는 식이 하나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 있게 만들어 내놓자고 한다. 한 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1등 전략을 취한 한 기업의 광고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 살고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위대한 천재들이 미루는 일을 밥 먹듯 해왔다면 안 따라 할 수 없지 않은가.

미뤄야 할 것 제대로 미루는 삶은 우리 인생을 구원하는 길이다. 우연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 애쓴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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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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