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OMC 성명서 '인내' 표현 삭제...파월 "통화정책 완화 근거 강해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인하로의 선회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르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연준은 18~19일(현지시간) 양일간 FOMC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2.25~2.50%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FOMC 성명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 연준은 금융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금리인하에 다분히 화답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금리 동결했지만 ‘인내’ 표현 삭제...인하로 방향 선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통화완화에 대한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번 회의에서 파월 의장을 비롯 대부분의 FOMC 이사들은 금리 동결에 투표했지만, 통화완화 측 금리인하의 근거들은 강해지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FOMC 성명을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우선 성명에서 그동안 줄곳 금리 동결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해온 ‘인내’(patient)가 처음으로 사라졌다. 여기에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확장의 둔화 혹은 하강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특히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세인트루인스 연방준비은행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25bp(0.2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주장해 금리 동결의 만장일치도 깨졌다. 공개된 점도표를 보면, FOMC 17명의 위원 가운데 8명이 동결을 전망한 반면, 또 다른 8명은 금리인하를 예측했고 이 가운데 7명은 두 차례 인하를 내다봤다. 금리인상 전망은 1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7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는 분위기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내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100% 반영했다. 채권 시장은 하락하고, 증시는 소폭 올랐다.

물론 시장의 기대와 같이 내달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인지는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어떠한 결론을 내놓을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방향으로 갈 경우 글로벌 무역은 급격히 후퇴하며 미국의 나홀로 경기확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의 통화정책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의 통화정책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뉴스1

◇한은 3분기 내 기준금리 인하 힘 받나

미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7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2015년 말 제로 금리 정책을 접고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튼 이후 4년만에 선회하는 것이다. 미 연준은 2015년 12월 25bp 금리 인하를 단행 한 후 총 9번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정책금리 역시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부담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실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오늘 새벽 미국 연준의 FOMC 결과가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면서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공개된 점도표상에서 금리인하를 밝힌 위원 8명 가운데 7명이 50bp(0.5%포인트)를 예측한 것은 예상밖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고, 우리 역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카드를 사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준 셈이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기 회복이 더딘 것도 우려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에 격화로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관세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낮아졌고, 반도체 산업의 회복도 기대보다는 느리다는 것이다.

한은내 금융통화위원들의 의견도 금리인하 필요성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 18일 공개된 지난 5월 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2명의 위원이 금리인하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재는 이후 이달 11일 창립 기념사에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은 사실상 한은이 금리인하 깜빡이를 킨 것이로, 연내 금리인하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낙영 기자 nyseo6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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