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총수일가가 김치⋅와인을 대량구매 하도록 전 계열사에 지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조치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태광' 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8억 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 및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태광'의 이호진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 아래, 모든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생산한 김치를 고가(19만 원/10kg)에 무려 512톤, 95.5억 원어치를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계속된 영업부진에 따라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다. 이 회사는 김치제조·판매와 관련한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제36조), 영업등록(제37조), 설비위생인증(제48조) 등을 준수하지 않아 춘천시로부터 과태료 및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실무책임자는 형사고발돼 재판진행중이다.

회사 경영진은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19만원/10kg)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다. 임직원 수를 기초로 판촉수요까지 합해 각 계열사에 구매량을 할당하고, 각 계열사는 부서별로 다시 할당했다.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회사비용(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태광몰)을 구축해,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법 위반 기간(2014년 상반기~ 2016년 상반기) 동안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6톤, 거래금액으로는 95.5억 원에 달했다.

이와함께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이 대량의 와인(46억 원)을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메르뱅은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영위해왔다.

2014년 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 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설, 추석)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각 계열사는 각 사별 임직원 선물지급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세광패션과 같은 일부 계열사는 김치구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해 와인을 구매했다.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와인거래 역시 중단됐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법 위반기간(2014년 7월~2016년 9월) 동안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 원에 달한다.

'태광'소속 모든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거래객체인 티시스(휘슬링락CC)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태광그룹 소속 19개 회사는 티시스(김치거래 제외), 메르뱅(와인거래 제외), 티알엔, 태광산업, 대한화섬, 세광패션, 흥국화재해상보험, 흥국생명보험,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티브로드, 티브로드동대문방송, 티브로드노원방송,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 티캐스트, 이채널, 한국케이블텔레콤이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회사와 이호진(동일인)에 대해 향후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시정명령과 총 과징금 21.8억 원(잠정) 부과를 결정했다.

또한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법인과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각각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동일인을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해 이를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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