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이프 제조사인 ‘길산그룹’과 중국 스테인리스 제강사인 ‘청산철강’이 50대 50의 지분을 투자하여 만든 합작회사 ‘GTS’의 부산 유치를 두고 길산그룹과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양사는 지난 3월 투자관련 MOU를 체결한 뒤, 같은 달 부산시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 대규모 냉연 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부산시는 이번 GTS투자 유치가 동력을 잃어가던 부산 산업 발전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해 이를 적극 추진했다. 대부분의 제조산업이 마산∙창원∙진해로 빠져나가며 관광산업만이 세수창출을 내는 유일한 통로가 됐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최저임금제도,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인해 위축되고 있어 단기간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던 게 부산 경제의 현실이다.

그러나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철강협회와 업계는 지난달 3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청산강철의 국내 진출은 국제 무역규제로 인한 열연제품 판로 축소에 대응한 우회수출 거점 및 신규 판매처 확보 의도로 파악되며, 청산강철의 국내 생산 거점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업계 고사와 실업률 상승 등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급 과잉 상태인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 업계에 청산강철이 저가 열연 사용 및 외투기업 세제혜택을 무기로 냉연제품을 대량 판매할 경우 국내 수요가 잠식된다”며 “중국과 인니산 소재를 가공한 청산강철의 냉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될 시 한국은 우회수출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신규 투자유치에 따른 고용창출(500명)보다 기존 국내 동종업계(총 고용인원 약 5000명) 가동 중단에 따른 대규모 실직 타격이 커 모든 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다며 청산강철의 부산 진출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길산그룹은 협회와 스테인리스업계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길산그룹 관계자는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치게 과장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번 청산강철 합자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은 길산과 청산의 지분이 50:50의 공동투자로 해외자복의 국내시장 잠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가 자료를 통해 알린 것과 달리 인니산 저가열연 사용과 외국기업의 세제 혜택을 무기로 삼고 있지 않다”며 “외투기업의 세제 혜택의 경우 지난해 12월 24일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1월 1일부터 관련 법인세 감면제도가 폐지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인니산 소재를 가공한 청산강철의 냉연 제품의 한국산 둔갑 주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스테인리스 열연 제품의 HS CODE(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와 냉연 제품의 HS CODE는 5째 자리부터 다르며, 각국의 원산지 기준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국·인니산 열연소재를 사용한 냉연공정이 한국에서 이뤄진 냉연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GTS의 직접 고용인원은 사업 당해 연도에는 500명 정도지만 관련 유통·제조·수입/수출·국내물류 등의 간접 고용인원을 포함하면 약 5천명에서 1만명 이상의 고용 효과가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길산그룹측은 “부산시와 최초 협의단계부터 부산·경남·울산 지역을 아우르는 스테인리스 제조 클러스터 육성을 목표로 진행했다”며 “이를 통해서는 하방산업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고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냉연업계는 수 십 년 된 노후설비와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풀 가동을 안 하는 등 국제경쟁력을 상실했음에도, 시장독점 지위를 활용한 내수 고가정책을 유지하여 하방 중견중소 2차가공업체 제조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라며 “지금은 철강협회를 위시하여 여론을 선동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을 게 아니라 급증하는 수입재(40%) 방어와 원가경쟁력 확보로 스테인리스 2차 제조 제품의 신수요 창출 및 수출 확대를 위한 업계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으로 이번 GTS 설립은 길산그룹의 생존을 위한 투자이며, 한국 스테인리스업계의 변화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 부산시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GTS유치로 새로운 경제 발전 동력을 도모했던 부산시가 철강협회와 업계의 반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며 “부산시 입장에서는 자칫하다간 미래 투자를 위한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만큼, 현 대립상황의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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