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일어나지 않은 위험을 대비하는 상품이다. 보험회사는 신기술로 복잡해지는 사회 곳곳을 공략할 수 있는 상품을 마케팅한다. 우리는 의무적으로 보험 가입도 하고 상황에 맞게 보험을 선택, 가입하고 산다. 사고가 안 일어나면 다행이지만 막상 사고를 당하면, 보험 하나 들어놓지 않았냐며 후회한다.

보험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회사를 퇴직한 동료가 어느 날, 외국계 보험회사 라이프 플래너가 되어 회사 로비 테이블에서 직원과 보험상담을 하고 있었다. 회사 대표가 상담 중인 이 둘을 달갑지 않게 쳐다보고는 한마디 하고 지나갔다. “회사 있을 때 저렇게 일 좀 하지.” 남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은 절실하다.

한때,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난 속에서 이전과 다르게 스스로 살아갈 길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기 시작했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위험에 대비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이다. 보호받지도 못하고 스스로 삶을 책임지고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은 누가 돌봐야 하는가. 세금으로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만들어지는 복지제도를 두고 말이 많다. 왜 그들에게 자신이 낸 세금을 그런 곳에 쓰냐고 말하기도 한다.

행복은 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결국 행복한 사람이 주위에 많으면 나의 행복도도 그만큼 증가한다. 퍼주기식 정책과 복지기금 운용 공정성 사이에서 나오는 시비를 줄이는 게 정책 입안자의 일이다. 스스로 살아나갈 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그러한 삶을 만들지 못하는 약자를 위한 국가 정책도 필요하다.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제일 좋은 것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삶이다. 그런 삶을 살지 못한다고 해서 비난할 것도 아니다.

회사가 유지되는 것은 일하는 직원의 행복에 달려 있다. 행복감이 회사의 성장을 만든다. 다른 굴을 만들어 놓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인생을 누릴 수는 없을까. 그래도 걱정은 어떻게 버리기가 어렵다. 근심을 버리라고 하고, 혼자가 되어도 외롭지 않다고 외치는 책을 만든 작가의 마음처럼 사는 게 쉽지 않다.

나는 오늘 어디에 굴을 만들어 놓을까.

우리는 오늘도 각자 있는 곳에서 굴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산다. 다른 굴을 파기도 하고 이미 몸담은 굴을 더 깊게 파기도 한다. 어떤 삶이 되었든 그것대로 존중받을 이유가 있다.

3개의 굴까지는 아니어도 최소 다른 안을 하나 더 들고 움직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꼭 물질이 아니어도 좋다. 돈을 주고 드는 보험보다 평상시 말과 행동으로 인생보험을 들 수 있다. 소중한 건 가까이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우리 ‘인생보험’이다.

“삶의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준비’다. 교토삼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꾀 많은 토끼는 굴을 3개나 가지고 있어서 죽음을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3개의 굴’은 복수의 대안을 의미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고사성어다. 직장인에게도 회사 외의 또 다른 굴을 마련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의 안위만 챙기라는 의미가 아니다. 위험을 예측하고 준비해야만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이 회사에 닥친 위기든 개인에게 닥친 위기든 말이다.”

-104쪽, <리액션-어떻게 받아칠 것인가> 중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 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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