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로리아 벨' 포스터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글로리아 벨' 포스터 (소니 픽쳐스 제공)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별의 아픔 역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영화 '글로리아 벨'(감독: 세바스찬 렐리오 | 배급: 소니 픽쳐스)은 인생의 2막을 살아가는 중년 여성 글로리아의 삶을 조명한다. 그 중심에는 사랑과 아픔이 함께 공존한다.

두 자녀를 둔 중년 여성 '글로리아'(줄리안 무어 분)에게 어느 날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온다. 글로리아와 마찬가지로 이혼 한 싱글 대디 '아놀드'(존 터투로 분)는 글로리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외로웠던 둘은 급격히 가까워지고 글로리아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자리에 아놀드를 데리고 가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한다. 하지만, 아놀드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발 물러서는 태도로 일관하며 둘의 관계는 결국 끝을 향해 치닫는다.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판타스틱 우먼'의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의 '글로리아 벨'은 2013년 그의 작품 '글로리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다. '디서비디언스', '판타스틱 우먼' 등을 통해 인간이 가진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고찰을 해온 렐리오 감독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다.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현실을 회피하고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회상한다. 영화 '글로리아 벨'에서 글로리아의 모습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정반대다. 딸이 운영하는 요가 학원을 다니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직장일도 열심히 하며 경단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당당하고 멋진 외모와 마인드는 젊은 사람 못지않은 매력을 뿜어낸다.

글로리아와 아놀드는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영화 '글로리아 벨' 스틸 컷 = 소니 픽쳐스 제공)
글로리아와 아놀드는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영화 '글로리아 벨' 스틸 컷 = 소니 픽쳐스 제공)

글로리아는 클럽에서 춤을 추고 마리화나를 하는 약간의 일탈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균형 있게 조율한다. 스스로 행복을 찾아 즐기는 삶을 살고 자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아놀드와의 관계가 비록 불안정하더라도 그 안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

우리의 인생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상처 받을까 두려워서 사랑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지닌 채 살아가기 보다는 영화 속 글로리아처럼 현실을 통해 잊혀졌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내보는 게 어떨까?

비록, 글로리아 역시 아놀드와의 관계에 실패하고 상처를 받지만, 그와 함께 즐기던 페인트볼 게임에 사용하던 총으로 쿨한 복수를 하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나란 존재가 있어야 이 세상도 있는 법이야! 그깟 사랑이란 감정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없어!”라고 외치는 글로리아의 내면의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다.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 줄리안 무어가 글로리아 역을 맡아 과감한 노출도 불사하며 열연한 영화 '글로리아 벨'은 자존감을 잃고 사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큰 귀감을 준다. 자신의 삶은 결국 자신만의 삶이므로. 극 중, 글로리아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아정체성을 찾고 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