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VR 코엑스 지점
몬스터VR 코엑스 지점

전문가들은 몇 년만 지나면 스마트폰처럼 흔하게 가정에서 VR을 사용하는 날이 올 거라고 말한다. 이미 테마파크에서 VR롤러코스트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VR이 영화처럼 비현실적인 세계라고 상상한다. 이제 추억의 영화가 된 '토털리콜'부터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까지 VR은 아직 현실과는 거리가 먼 미래의 모습으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이미 VR은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와 있다. 게임에서 웹툰, 의료, 교육현장까지 이제는 VR이 대세다.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 완전한 몰입의 경험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넥스트데일리는 성큼 앞으로 다가온 VR과 AR의 세계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 VR, 도대체 넌 정체가 뭐니

너도 나도 VR에 대해 떠들고 있지만, 실제로 VR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을 구별하는 사람도 드물다.

가상현실(VR) 기기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기기는 1968년 유타 대학의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가 만든 '다모클레스의 검(The Sword Of Damocles)'이다.

1946년 선보인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보다는 20년 늦게 태어났다. 하지만 1993년 등장한 최초의 스마트폰인 IBM 사이먼보다는 거의 30년이나 앞섰다.

집채 만큼 덩치가 큰 에니악과 요즘의 PC를 비교할 수 없듯, 다모클레스의 검도 기괴하고 조악했다. 하지만 가상현실이라는 매력적인 개념은 토털리콜 같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대기업들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특히 닌텐도(Nintendo)나 소니(SONY)처럼 게임에 VR을 접목시키려는 일본회사들이 초기에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VR 비즈니스를 폭발시킨 주인공은 페이스북이었다. 2004년 페이스북은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를 인수했다. 이어 구글은 가장 저렴하게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카드보드(Cardboard)'를 선보였다.

AR(Augmented Reality ; 증강현실)은 VR과 뭐가 다를까. VR은 완전한 가상공간을 제공하는데 비해 AR은 실제 공간 위에 그래픽을 겹쳐 보이는 기술이다. AR에서 그래픽은 현실과 서로 상호작용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책상을 비추면 동물 등의 그래픽이 튀어나와서 책상 위를 걸어다니는 것이 그 예다.

MR(Mixed Reality)도 있다. '융합현실'이라고도 불리는 MR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서로 융합된 기술이다. 유명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장면이 MR 기술과 가장 근접한 예다. 특별한 장치 없이 현실공간 위에 가상의 물체를 배치하고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기술이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HMD를 통한 MR기술을 선보이는 수준이다.

◆ VR 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격전지...모바일 VR 선두주자는 구글

글로벌 대기업들이 모두 VR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VR은 하드웨로 측면에서 2가지 방식으로 구별된다. VR헤드셋에 스마트폰을 삽입하는 모바일 VR, 그리고 PC에 헤드셋을 연결해 구동하는 PC VR이 있다.

모바일 VR의 선두주자는 구글이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구글은 오픈소스를 전략을 썼다. 누구나 간단한 재료만으로 VR기기를 만들 수 있도록 자사의 '카드보드(Cardboard)' 설계도를 공개한 것. 구글 플레이를 통해 플랫폼 접근성까지 높여, 카드보드는 구글의 의도대로 가장 값싼 모바일 VR의 대명사가 됐다.

Daydream View
Daydream View

구글은 또 VR 플랫폼 '데이드림(Daydream)'과 자체 디바이스인 '데이드림 뷰(Daydream View)'를 출시했다. 데이드림에는 컨트롤러를 추가함으로써 카드보드 보다 훨씬 다양한 인터랙션이 가능했다. 스마트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독립형 VR 디바이스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오큘러스(Oculus)와 공동으로 모바일 기어VR로 시장을 공략한다. 2014년 첫 디바이스 출시 이후 매년 개선된 기능의 디바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콘텐츠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VR 콘텐츠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구글을 뒤쫓고 있다.

한편 PC VR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MS는 홀로렌즈(Holo Lens)를 장착한 윈도우 MR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HP, DELL, 삼성전자 등 PC 제조사들과 함께 보급형 MR 디바이스로 보급화에 앞장서고 있다.

오큘러스와 HTC는 모바일과 PC VR에서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 자체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로 일단 PC VR 시장에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체 플랫폼인 오큘러스 스토어와 바이브포트를 통해 모바일 VR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오큘러스 고(Oculus GO)'와 '바이브 스탠드얼론(Vive Standalone)'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형 VR 디바이스도 공개했다.

◆ 몰입감 넘치는 게임 VR...테마파크에서 VR 롤러코스터를 즐긴다

플랫폼이나 디바이스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결국 콘텐츠다. 산업전반에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도전적인 콘텐츠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다.

VR 엑스포에서 관람객이 한컴말랑말랑 VR를 시연하는 모습
VR 엑스포에서 관람객이 한컴말랑말랑 VR를 시연하는 모습

우선 가장 널리 보급된 VR 콘텐츠는 게임이다. VR 게임은 우선 몰입감이 높다. 실제 게임 배경 속에 직접 들어가서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는다. 때로는 미래의 전사로 때로는 중세의 기사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VR 게임은 VR 카페나 테마파크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VR 게임은 3가지 등급으로 분류된다. 상하좌우로만 움직이는 일반 VR 게임이 가장 아래 단계다. 기존의 게임에서 몰입감이 좀 강화된 정도다. 모바일 또는 PSVR(플레이스테이션 VR) 게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좀더 진전된 룸스케일은 현실에서 걷고 뛰는 게 게임 속에 반영된다. 설치된 외부 센서를 통해 현실에서의 움직임이 인식된다. 실제로 걸으면 가상 공간 속에서도 걷는다. 당연히 일반 VR보다 몰입감이 크다. 오큘러스 리프트 또는 HTC 바이브 등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 이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게임으로 세계적으로 히트한 '오버턴'이 있다.

최고 레벨인 VR 어트랙션의 경우 이름처럼 놀이기구형 VR이다. 인천 송도의 몬스터 VR이나 롯데월드의 VR 스페이스에 가면 체험할 수 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놀이기구에 탑승하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기존의 게임과 놀이기구보다 훨씬 더 박진감 넘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VR 롤러코스터의 경우 우주나 아마존 정글처럼 실제로는 갈 수 없는 공간을 탐험할 수 있다.

◆ 웹툰이 VR을 만나면...마니아층을 겨냥한 코믹 VR

팬층이 두터운 웹툰 시장도 VR을 흡수하고 있다. VR 코믹의 대표기업은 코믹스브이와 펀퍼니브라더스다. 두 기업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VR 코믹을 만들고 있다.

코믹스브이의 경우에는 360도 이미지를 활용한다. 독자는 직접 만화의 컷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드라마 W에서 만찢남(만화를 찢고나온 남자)을 유행시킨 것과 반대로, 코믹VR은 독자가 만화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준다. 웹페이지 또는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데, VR 기기가 있다면 앱이 더 편리하다.

펀퍼니브라더스는 기존 2D 화면을 여러 개의 층으로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웹툰을 변형시켰다. 멀리 있는 물체와 가까이 있는 물체의 거리 차이가 구별된다. 독자들은 입체감을 통해 생동감 있는 연출을 경험한다.

성인용 VR 콘텐츠도 생겨나고 있다. 행사장에 가면 성인용 VR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성인용품과 성인용 VR 콘텐츠를 결합하여 실제 성관계와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는 1인칭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피지맨게임즈가 광주에 첫 성인 VR방을 개업한 이후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린라이트픽처스는 일본 콘텐츠의 국내 유통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 '그린라이트'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 교육과 의학도 VR 접목...알코올 중독과 정신질환 환자도 고친다

VR은 교육에 디지털기술을 접목시킨 에듀테크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VR은 학습자의 관심을 유발해 학습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VR을 이용하면 수동적이던 학생도 수업태도가 달라진다. 학생의 흥미를 위해 VR을 선택하는 선생님이 늘어나고 있다.

헬로브이알(Hello VR)은 VR 백과사전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VR과 AR을 함께 지원한다. 백과사전에서 궁금한 페이지에 어플리케이션을 인식시키면 VR 콘텐츠가 실행된다. 티라노사우르스를 바로 옆에서 관찰 할 수 있는 식이다. 종류는 태양계, 공룡, 바다 총 세 가지.

페이스북 그룹 'VR활용 교육자 모임'에서는 2500여 명의 회원이 직접 VR을 연구한다. 대부분 교사들로 스스로 교육용 VR 영상을 올리고, VR 교육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의료용 VR은 역사는 길지만 아직 상용화는 거북이걸음이다. 베트남전 병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치료에 VR이 쓰였다. VR은 PTSD뿐 아니라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비행공포증 등 여러 정신의학적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VR은 의료 교육에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책으로 이론을 공부하고 수술을 참관하던 도제식 교육을 VR이 효과적으로 대신해 줄 수 있는 것. VR 해부학의 경우 살아 있는 사람의 장 움직임이나 피의 흐름까지 세세히 관찰 할 수 있다. 시술 전 최대한 많은 실습을 할 수 있어 의료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VR 클리닉은 2005년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 시작했고, VR 의료 교육은 2015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 VR콘텐츠 제작 방식, 영상 360도 촬영 vs 개발도구

현재 VR 콘텐츠 제작 방식은 영상을 360도로 촬영하는 방식과 개발도구를 이용한 소프트웨어제작 2가지로 나뉜다.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하기도 한다.

360도 영상은 실제 촬영을 하기 때문에 현실감이 높은 반면 인터랙션이 제한적이다. 개발 도구로 제작한 SW는 인터랙션은 충분한데 실사수준으로 개발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VR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는 유니티(Unity)와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이다. 원래 개발엔진으로 출발한 유니티는 3D 소프트웨어 개발이 간편한 장점 덕분에 가장 인기있는 VR 개발도구로 자리 잡았다. 유니티는 기본적으로 무료라서 더 인기다. 접근성도 좋고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친화적이다. 또한 사용자들이 만들어 놓은 디자인/개발 리소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에셋 스토어(Asset Store)도 매력적이다.

언리얼 엔진은 에픽게임스의 개발도구로 보다 높은 사양의 게임을 만들때 적합하다. 이미 다수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이미 검증된 만큼 높은 퀄리티를 보장한다. 이름처럼 사용자에게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아웃풋을 제공한다. 강력한 블루프린트 기능이 있어 프로토타입 도구로 코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게임을 설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원래는 라이선스 비용이 필수였지만 경쟁사인 유니티를 의식해 가격정책을 변경했다. 언리얼 엔진은 기본적으로 무료지만, 총 매출의 5%를 로열티로 받는다.

강민주 기자 st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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