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가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연구센터 유치와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력을 쏟고 있다. 민간 투자가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메꾸고 관련 제도도 마련한다.

프랑스가 연구센터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작년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글로벌 주요 기업 경영진 140여 명을 베르사이유궁으로 초대했다. 노동시장 개편, 세금 인하,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가시적 성과는 나왔다. 삼성전자가 파리에 AI 센터를 설립했다. IBM은 향후 2년간 인공지능, 블록체인 인재 1800명을 채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전문가 100명 채용과 3년간 3000만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은 풍부한 자금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 AI 연구센터를 유치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BAT)도 힘을 보탰다. 텐센트 선진 AI 연구센터, 바이두 텐진 AI 연구센터가 대표적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퀄컴도 베이징에 AI 연구센터를 세웠다.

캐나다는 탄탄한 연구 기반을 바탕으로 연구센터를 설립한다. '캐나다고등연구원(CIFAR)'이 AI 연구 주축이다. CIFAR은 자유로운 연구문화가 특징이다. 조건 없이 도전적 연구 분야에 지속 투자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AI 연구자 350명 중 절반이 다른 나라 출신이다. 캐나다 주요 대학에도 AI 연구소를 꾸리고 글로벌 기업 AI 연구소 유치에도 나선다. 삼성전자, 구글이 몬트리올에 이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외국 기술자 고용 시, 비자와 근로 허가 수속을 2주 내 처리한다.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는 회사에는 채용 절차를 단축해준다. 학술 목적을 포함한 초단기 근무(30일 이하)에 대해선 근로 허가를 면제한다.

정부 주도 기술개발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중국과 미국이다. 그러나 이 둘은 대조적인 정책을 펼친다. 미국은 기초연구와 민간 투자가 없는 분야에 집중한다. 중국은 국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AI 산업을 육성한다.

미국은 응용산업 활성화는 민간에 맡긴다. 대신 정부는 민간이 투자할 가능성이 낮은 분야에 힘을 쏟는다. 장기투자, 인간-AI 협업, 안전과 보안 등 7개 분야를 중점 키운다.

중국은 2020년까지 AI 분야에서 독보적 상품을 선보인다. 글로벌 선도국가가 될 계획이다. 의료, 교통, 농업 등 영역별 애플리케이션(앱)을 집중 개발하며 구체적 달성 수치까지 정부가 제시한다. 바이두(자율주행차), 알리바바(스마트 도시)와 같은 중국 대표 들도 기술개발에 역량을 쏟는다.

한편, 일본은 국내외 최고 AI 연구자를 모으기 위해 연구거점을 마련했다. 개방형 AI R&D 플랫폼도 구축했다. 혁신지능통합연구센터 이화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술개발 프로젝트 AIP()도 추진 중이다. 3개 연구 그룹(총 52개팀)과 기업협업센터로 구성됐다.

[이슈분석]상장 준비 중인 AI 스타트업 생겨

뷰노가 개발한 폐결절 진단 영상 판독 AI 의료기기.(사진=전자신문DB)
뷰노가 개발한 폐결절 진단 영상 판독 AI 의료기기.(사진=전자신문DB)

인공지능(AI) 생태계 체계도 만들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시장을 노크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스타트업 중에는 상장을 준비하는 곳도 생겼다. AI 기반 헬스케어 기업 뷰노와 루닛이 대표적이다. 데이터베이스·온라인정보 제공 업체 마인즈랩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진출 사례도 나왔다. 유비파이는 활동 무대를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자율비행 기술을 앞세워 이름을 떨치고 있다.

사업 영역도 다변화됐다. 최근 들어 데이터 가공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힘을 낸다. 원천 데이터를 가공, 머신러닝에 쓸 수 있도록 변환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거친 데이터를 판매, 유통하는 곳도 등장했다. 수익화에 유리하다 보니 업체 참여가 늘고 있다.

과거 전통적 제조·정보통신(IT) 분야 산업은 정부 주도 하에 소수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AI 산업을 육성하려면 다른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 역동성, 창의성 기반 스타트업 역할이 중요해졌다. 전문가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선순환하는 AI 생태계 조성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2016년 3월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이겼다. 한계를 깨기 위한 도전은 계속됐다. 3년여가 지난 현재 바둑보다 만 배는 어렵다는 전략게임에 도전, 인간을 제압했다.

자극을 받은 한국 기업도 AI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비약적 성장을 이룬 영역으로 AI 번역이 꼽힌다. 구글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다. AI를 활용, 전통산업에 혁신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번역 인공지능…네이버·구글이 각축

AI는 최근 3년간 다양한 산업과 접목돼 왔다. AI 기반 응용산업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AI 번역 분야를 성공 사례로 평가한다. 학습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데다 시장 수요가 분명해 발전 속도가 빨랐다.

구글과 네이버 번역기가 이 같은 혁신을 주도했다. 기계 번역 정확도를 뜻하는 블루(BLEU) 값이 해마다 상승했다. 한국어를 영어로 전환할 경우, BLEU 값이 2016년 9.72점에서 2018년 30.35점으로 3배 넘게 올랐다. 네이버 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에는 높임말 번역 기능이 장착됐다. 한국어 특성인 높임말을 반영, 자연스러운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문장을 한글 어순 그대로 영어로 변환했다. 번역이 끝나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언어별 어순, 문맥상 의미까지 고려해 답을 내놓는다.

사람 뇌 속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적용한 결과다. 번역한 문장이 맞는지 틀렸는지 피드백을 주면, 인공신경망 연결 세기가 조금씩 조절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번역 정확도가 갈수록 향상되는 구조다.

국내 번역기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더불어 구글 번역기보다 자국 번역기를 더 많이 사용한다. 다른 선진국이나 글로벌 AI 기업 대비 연구 인력 수, 하드웨어 수준, 언어 친숙도를 포함한 제반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네이버, 카카오가 일등공신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국내업체 기계번역 기술력을 '우수' 등급으로 분류했다. 서비스 품질은 '매우 우수'로 판단했다. 음성인식 기술 역량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네이버 파파고 높임말 번역 이미지.
네이버 파파고 높임말 번역 이미지.

◇알파고 이후 로봇·알파스타 주목…윤리문제 대두

로봇산업도 AI 발전에 힘입어 고속 성장했다. 홍콩 핸슨로보틱스가 개발한 AI 로봇 '소피아'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알파고를 잇는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해 1월 한복을 입고 한국을 방문했다. 62개 이상 표정을 갖고 있다. 사람과 대화를 나눌수록 소피아는 더욱 진화한다.

국내기업도 AI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린다. 네이버는 AI를 심은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몸에 착용하는 세계 최초 AI 웨어러블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알파고는 3년 전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알파스타'로 이름을 바꿔 세상을 또 놀라게 했다. 올해 1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스타를 내세워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를 무너뜨렸다.

총 11경기 중 한 경기만 내주고 10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 변수를 감안, 다양한 전략을 조합해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 AI 입장에선 바둑보다 만 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알파고가 바둑 기보를 기계학습(머신러닝)으로 공부했다면 알파스타는 게임 리플레이 데이터를 통해 훈련했다. 인간이 200년간 봐야하는 리플레이를 14일 만에 학습했다.

AI 기술이 멈출지 모르고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AI가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NIA는 지난해 6월 '4차 산업혁명 시대 윤리 가이드라인' 발표했다. AI가 사회에 유익한 방향으로 연구·개발되도록 지침을 내렸다.

◇앞으로 3년…인공지능 닥터 등장 및 스마트팜 주목·보편지능 출현

AI 기반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핀테크와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력 산업이 잠재력을 폭발시킬 전망이다. 세계 흐름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안과 분야를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상용화는 성큼 다가왔다.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도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팜이 유망주다. 지금까지 농업은 상대적으로 AI 침투 속도가 더뎠다. 수혜 계층 상당수가 고령자여서 새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적은 인력으로 고효율을 내는 농업생산 방식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도 '스마트팜 혁신 밸리' 사업을 추진, 농촌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AI 기술도 고도화될 전망이다. 단일지능에서 보편지능으로 진화가 예견된다. 이미 구글 딥마인드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이 이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편지능은 AI가 사람처럼 주변 상황을 인지하도록 한다.

현재 AI는 자연어, 이미지, 음성 정보를 따로 수집한다. 정해진 역할만 소화하는 단일지능이 장착됐기 때문이다. 보편지능으로 넘어가면 이런 구분이 사라진다. 사람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을 AI가 인식, 맞춤형 결과물을 내놓는다.
강민주 기자 st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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