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 최대 글로벌 ICT 전시회 ‘컴퓨텍스 타이베이 2019’(이하 컴퓨텍스)는 전 세계 바이어들과 투자자들이 한 곳에 모이는 기회의 장이지만, 의외로 국내 기업의 참가는 저조한 편이다.

이번 컴퓨텍스에는 이노벡스를 참가한 10곳의 국내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세 곳의 국내 기업이 타이베이 컴퓨텍스 본 행사장인 난강 전시센터에 부스를 마련했다. 남들과 다르게 꾸준히 컴퓨텍스를 찾고 있다는 이들은 어떤 기업일까. 지난 27일과 28일(현지시간) 양일에 걸쳐 난강 전시센터에서 직접 만났다.

◇ 포스뱅크

난강 전시센터는 주제에 따라, 1홀과 2홀로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2홀 4층에 위치한 스마텍스(SMARTEX) 전시관에서 국내 POS 전문 제조기업 포스뱅크를 만날 수 있었다.

포스뱅크는 하드웨어인 POS단말과 주변기기 외에도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직접 개발해 직영서비스망을 운영하고 있다. 1994년 경영관리 솔루션 개발에서 시작해 꾸준히 성장했고 2007년부터 POS 제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컴퓨텍스에서는 4년 연속 참여하며 다양한 매장용 POS 기기 기술력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일반적인 POS단말부터 키오스크와 태블릿까지 다양한 제품이 선뵀다. 형태와 크기도 여럿이고, 탁상 위 혹은 야외 등 장소나 위치와 상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내장돼 사용자가 직접 POS 운영 방식을 간편하게 변경할 수도 있다.

눈에 띄었던 건 태블릿 형태의 POS 단말이다. 매장에서는 거치대에 꽂아 쓰거나 주문을 받기 위해 직원이 들고 다니는 용도로 쓰이며, 매장을 닫은 후에는 거치대에서 단말을 분리해 매출 현황을 밖에서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들고 다닐 때는 360도 회전도 할 수 있고 앱도 안드로이드와 윈도를 모두 지원한다. 휴대가 간편한 회계장부와도 같은 셈이다.

무인화 매장 대중화와 함께 포스뱅크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쌍방향 키오스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사용자 요구에 따라 POS단말이 POP 광고판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최근 국내 커피 브랜드 ‘이디야(EDIYA)’에 납품계약을 수주하는 성과도 올렸다.

홍지나 포스뱅크 기획실장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연동되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것은 다양한 고객의 요구와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한 결과”라며 “20년 이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고객 친화적이며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포스뱅크의 자산이자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 신흥정밀

회사이름 대신 ‘SAM4S(삼포스)’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부스를 차린 신흥정밀은 POS 단말의 유연성 높은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설명처럼, SAM4S 전시장은 외국인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설명처럼, SAM4S 전시장은 외국인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SAM4S는 올해 3월에 출시한 신형 POS단말 브랜드다. 기존 POS단말과 달리, 디스플레이와 받침대 등 모두 단말 구성요소들을 분리해 모듈화했다. 단말에 적용된 화면은 고객용과 점원용 2개의 전용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점원용 화면은 ▲10인치 ▲10.2인치 ▲15.2인치 ▲18.2인치 4종 의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해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다. 고객 화면도 ▲9.7인치 ▲10.1인치 ▲15인치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각 화면마다 사용자 권한을 설정해 터치 기능 제한도 가능하다. 매장 사정에 따라 받침대 모양도 바꿀 수 있다.

가격 역시 각 모듈에 무엇을 선택해 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중에 일반화된 일체형 POS단말과 달리, 기업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은 셈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각 매장별 상황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훨씬 많은 고객들의 요구를 맞춰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김혁기 삼포스 기획관리팀 차장은 이번 신제품에 대해 “어떤 시장이든지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특별히 기획해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신흥정밀은 올해로 컴퓨텍스를 다섯 번째 참가했다. 1983년 회사를 설립하고 삼성전자의 ECR 기기 제조 기술을 인수하며 POS단말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SAM4S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진 건 2003년도부터다. 컴퓨텍스를 비롯한 해외 유명 전시회에 참가하며 판로를 넓혀온 신흥정밀은 HP, 소니, 캐논, 앱손, 덴소, 후지 제록스 등 유럽과 미주, 일본 등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 한미마이크로닉스

컴퓨텍스가 열리고 있는 난강전시관 1홀의 게이밍 전시관은 매년 볼거리로 가득하다. ASUS, MSI, ZOTAC, ASRock 등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유명 게이밍 PC 및 노트북 제조사들이 해마다 놀라운 제품들과 부대행사를 선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게이밍 전시관은 중국과 유럽 기업들의 참가 비중이 높다. 이들 가운데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4년 째 홀로 세계에 알리고 있는 국내 기업이 있다. 바로 한미마이크로닉스다.

1996년 한미정보통신으로 시작한 한미마이크로닉스는 국내 PC업체로는 유일하게 게이밍 전시관에 참가해 파워서플라이, PC 케이스, 게이밍 기어 등을 선보였다.

전시품 중에 눈에 먼저 들어왔던 건, 부스 벽에 전시돼 회전하고 있는 LED 쿨러였다. 게이밍 PC에 적용되는 이 제품은 특허기술인 이중 날개 구조로 설계됐다. 바람을 일정 방향으로만 전달하는 기존 쿨러와 달리, 두 방향으로 분사시켜 CPU·GPU 등 주요 발열점에 찬바람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PC 전체 온도까지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는 한미마이크로닉스의 주력 제품군 이들 중 ‘캐슬론 M’은 수출용으로 개발됐다. 편안한 색상이 적용된 이 제품은 현재 국내에는 7만 대를 납품했고, 해외에서도 이 이상의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아스트로, 클래식, 제로, 퍼포먼스, 사이클론, 콤팩트 등 제조사별 PC에 따라 여러 유형의 전력을 공급하는 다양한 파워서플라이 라인업들이 전시되고 있다.

한미마이크로닉스의 PC 케이스가 적용된 게이밍 PC도 눈길을 끌었다. 협력사들이 제공한 고사양 하드웨어들은 마이크로닉스 케이스와 만나 안정성과 화려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게이밍 기어에서는 살짝 휘어 있는 스피커가 눈에 들어왔다. 게이밍 PC에서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커브드 모니터에 맞게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유선과 함께, 블루스트 무선 연결을 지원하며, 휴대가 간편할 정도로 가벼워 야외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급할 때는 외장배터리로 써도 된다.

게이밍 헤드셋은 7.1 입체 음향을 지원했다. 폭발음을 실감나게 표현해주는 건 물론, 소리 방향에 따른 진동까지 전달해준다. FPS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빠른 대응을 하도록 지원해주는 셈이다.

주우철 한미마이크로닉스 파워사업부 담당은 “꾸준히 파트너가 늘고 있고 지난 해 영국, 터키, 체코와 미국에서 새로운 파트너가 추가됐다"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및 인지도 향상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국내 기업에게 컴퓨텍스란?

컴퓨텍스는 매년 4만 명 이상의 해외바이어들이 찾는 아태지역 최대규모 글로벌 ICT 행사이지만, 국내 기업들에게는 관심이 적다. 그럼에도 컴퓨텍스를 주목하며 꾸준히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지나 포스뱅크 실장은 해외 판로 개척과, 업계 동향 파악에 도움이 된다 했다. 실제 자사의 매출 비중은 국내보다 해외가 4:6 비율로 더 높아 해외시장이 중요하다는 것. 포스뱅크의 경우, 대만을 포함한 이곳 범중화권 시장보다는 컴퓨텍스를 찾는 미주, 유럽, 중동권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가 더 많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관람객과 참가기업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최근 들어 타이트라가 컴퓨텍스 전시 주제를 다양화하고 글로벌 ICT 전시회로 컨셉을 바꾸기 시작한 건,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컴퓨텍스는 글로벌 시장 동향을 관찰하거나 경쟁사의 신제품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신흥정밀 김혁기 SAM4S 기획관리팀 차장
신흥정밀 김혁기 SAM4S 기획관리팀 차장

김혁기 신흥정밀 SAM4S 기획관리팀 차장은 “국내기업도 해외시장을 겨냥해 컴퓨텍스를 찾겠지만, 이는 대만 현지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POS단말 시장은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공세가 두드러진다”며 “대만의 경쟁사들도 중국 기업들을 경계하고 있으며, 컴퓨텍스를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위세가 컴퓨텍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와 상대적으로 참여가 적은 한국의 위상은 별들의 전쟁에서 다소 소외된 느낌이 들었다.

주우철 한미마이크로닉스 담당도 “한국 기업이 많지 않아 그런지, 소외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코트라에서 이노벡스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지원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며 “이런 지원이 늘어나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컴퓨텍스에 참가해 함께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주우철 한미마이크로닉스 파워사업부 담당
주우철 한미마이크로닉스 파워사업부 담당

그에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이노벡스처럼 컴퓨텍스에도 코트라 지원이 있어 어느 정도 국내 기업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사라졌는데, 다시 한 번 그런 기회가 국내기업들에게 주어진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컴퓨텍스의 참가한 국내 기업들은 이 행사를 통해 다른 전시회나 국내시장에서 얻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어가고 있었다.

홍지나 실장은 “유통업이든 외식업이든 시장환경이 급변하면서 다양한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산업간 경계가 무너짐에 따라, 이쪽 업계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음성인식을 단말에 탑재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여러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혁기 차장은 “스마트팩토리, AI, IoT, 5G 등의 새로운 물결을 느낄 수 있다”며 “요새 본격화되고 있는 스캐너 결합이나 데이터를 AI와 연결해 분석하는 등의 기술동향을 따라가고자 우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우철 담당은 “전체적으로 게이밍 시장이 게이밍 기어 분야로도 많이 발전해 불과 몇 년 사이에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에 LED를 활용한 디자인이 많아졌다. 우리도 여기서 영감을 얻어 자사 파워 서플라이 제품군에 LED 디자인을 접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한미마이크로닉스는 지난해부터는 게이밍 기어까지 제품군을 확장했다.

스타트업들의 소개의 장인 이노벡스에 대한 기대도 컸다. 전 세계 스타트업들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도 함께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주우철 담당은 “게이밍 시장을 계속 주시하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노벡스 전시도 그런 이유에서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베이(대만)=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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