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타트업들의 경연장인 이노벡스는 컴퓨텍스의 백미다. 국내 스타트업도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품을 전시하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직접 둘러본 이노벡스 현장은 다른 전시관에서 찾아보기 힘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비교적 많았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노벡스는 30개국에서 467개 스타트업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출품작 전시 외에도, 이노벡스에서만 펼쳐지는 스타트업들만의 포럼에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이거나, ‘벤처 투자가(VC)’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피칭 경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스타트업들만의 행사였지만,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솔루션들이 소개됐으며, 보유한 기술력과 시장 이해도는 컴퓨텍스 본 행사에 참가한 기업들에 견주어도 될 만큼 유니콘 수준에 도달한 모습이었다.

◇ 전 세계 스타트업들의 기술경연장

맨 처음 마주한 곳은 우나비즈(UnaBiz)라는 대만 스타트업이었다. IoT에 특화된 이들의 솔루션은 수백만 대의 기기까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기업자산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놀라운 기업용 솔루션이었다. 국내 기업과 협업한다면 무척 좋은 서비스가 등장할 듯 싶었다.

일본의 AI 스타트업 엠파스(Empath)는 언어와 상관없이 실시간 목소리와 감정을 식별할 수 있는 '감정 AI'를 선보였다. 이들의 SDK와 API는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1500개 이상의 고객이 채택했다고 한다.

프랑스 스타트업들이 모인 프렌치 테크(FRENCH TECH)관에서 만난 버추어 룸(Virtual Room), 호마노(hoomano) 등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을 비롯해 5G와 연계될 수 있는 AR·VR에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줬다.

스웨덴 스타트업 네오노드(Neonode)는 광학 반사 기술 기반의 고급 센서 모듈을 선보였다. 정육면체의 모듈은 면마다 금속, 유리, 목재 등 다양한 소재로 구성됐고, 소재와 무관하게 손쉽게 터치를 정확히 인식했다. 센서와 다소 떨어진 곳의 사용자 움직임도 감지했는데, 이는 함께 마련된 별도 모듈을 통해 홀로그램 기술과 연계하는 기술임을 알려줬다.

이 회사는 현재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니, 캐논, 삼성, LG, HP, 엡손, 아마존, 보쉬, 알파인, 오토리브 등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그다음 들른 곳은 피칭 컨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네덜란드관이었다. 주최기관인 타이트라에서도 피칭 컨테스트를 진행하지만, 이노벡스에서는 그것 외에도 다양한 피칭이 자체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피칭의 규칙도 다양한데, 이곳의 피칭은 2분의 시간제한을 둔 타임어택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승자에게는 상금이 주어졌고, 방문객을 포함한 참가자 전원에게 맥주와 샌드위치를 제공했다.

네덜란드관에는 컴퓨텍스 2019 개막에서 VIP로도 초청됐던 존 조리츠마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시장도 참석했다. 아인트호벤 시는 타이베이 시와 자매결연을 통해 이노벡스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 세계가 주시한 국내 스타트업

이노벡스에 마련된 한국관에서는 국내 스타트의 우수한 출품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 이노벡스네는 10곳의 국내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이 중 다섯 곳의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건강한친구는 게임하며 운동을 할 수 있는 FAVE라는 운동기구를 선보였다. 일반 운동기구와 다르게, 이 운동기구는 게임 컨트롤러로 쓰인다는 점이 다르다. FAVE를 바닥에 놓고 위에 올라타 뛰거나 발을 구르면, 게임 앱에서도 동작이 그대로 반영돼 장애물을 피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식이다. 게임을 즐기며 운동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FAVE는 건강한친구에서 개발한 다섯 가지 전용 게임에서 구동한다.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아 실행할 수 있고, TV나 모니터와 연결해 집에서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위드어스는 친환경적인 비접촉 자전거 발전기를 선보였다. 기존 자전거 발전기는 자전거 바퀴와 맞닿아 쉽게 마모되거나 바퀴의 회전을 방해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자석을 원리를 적용한 이 제품은 바퀴와 닿지 않은 채로 작동하며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탈부착이 쉽고, USB와 연결할 수 있어, 외장배터리처럼 언제든 비상용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지난 3월 열린 대만 타이베이 자전거 쇼에서도 선보여 대만의 자전거 제조사들과 IT업체의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사운드주식회사는 가정용 스마트청진기 ‘스키퍼’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의사가 직접 사용하지 않는 것만 빼면, 청진기와 용도로 같다. 청진기 사용은 사용자가 직접해야 하는데, 심장이 위치한 가슴 왼쪽에 갖다 대면 된다. 소리를 분석하는 의사 역할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스키퍼 전용앱이 대신하게 된다. 일종의 사물인터넷 제품인 셈이다.

스키퍼 앱은 각 나라별 심장질환협회 기준에 맞게 자동 변환해 분석해주는 게 특징이다.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분석결과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종은 물론, 나이나 성별에 따른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저장된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돼, 스마트폰을 바꾸더라도 꾸준한 건강관리를 이어갈 수 있다.

룰루랩은 삼성전자 C랩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출품한 미용기기 루미니(Lumini)는 사용자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30초만에 분석해 6가지 피부 항목의 상태를 알려준다. 분석 후에는 사용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 주게 되는데, 이를 통한 B2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특정 데이터 기반 시장이 많이 형성된 상태가 아니므로, 현재는 B2C 서비스는 준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주로 피부과나 화장품 제조사 간의 협업을 진행중이다. CES 2019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룰루랩은 이노벡스 피칭 콘테스트에서 준결승에도 올라, 새로운 수상 이력 추가에 도전한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원소프트다임은 4개의 접촉 전극을 통한 생체전기임피던스법(BIA)으로 체성분을 측정하는 스마트폰 연동형 휴대용 체지방측정기기 피트러스(Fitrus)를 선보였다. 기존에도 유사한 제품은 있었지만, 그보다는 휴대가 간편하고 소형화된 혁신 제품이다.

피트러스는 현재 개인용 외에도, 그룹관리, 피트니스 센터, 헬스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B2B 솔루션도 개발된 상태다. 내달 출시 예정인 차기작 ‘피트러스 플러스’는 활동량 측정, 심박수, 산소포화도,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며, 체온이나 사물 온도도 간단히 측정할 수 있다.

현재 피트러스 앱은 무료로 내려받아 누구든 이용할 수 있으며, 피트러스 및 관련 솔루션도 세계 12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노벡스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대체로 대만시장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노벡스 참가기업 심사 기준에는 대만 등 중화권 시장 진출에 필요한 시장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준비된 국내 스타트업에 있어 대만시장은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평가다. 이대호 원소프트다임 사장은 “대만은 일본과 비슷한 선진국형 시장이며 인구도 2000만명이 넘는다”며 “영업 파트너를 찾는 데도 목적이 있지만, 전자 부품 개발에서도 앞서 있어, 여러 가지로 서로 협업할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대만)=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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