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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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게임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990년 10차 ICD 이후 약 30년 만에 개정된 이번 ICD는 오는 2022년부터 194개 WHO 회원국에 적용된다. 또 '6C51' 코드인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은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된다.

이번 조치로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하는 기간이 12개월 이상이 되면 게임중독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각국 보건당국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 이에 대한 보건 통계를 작성해 발표해야 하며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도 배정해야 한다. WHO는 물론 각국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게임중독과 관련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을 새로운 질병으로 채택한 WHO 결정에 따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절차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관련 의학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실태조사가 이뤄지며 체계적 관리를 위한 기반 조성이 시작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게임중독이 어떤 질병인지, 치료와 예방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을 조사해 명확한 진단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중독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가려져 있던 부분들을 정확히 들여다보면 필요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업계가 이번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WHO 결정 소식에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번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번 조치로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정부의 관련 규제가 도입되거나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를 시작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 뿌리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ICD의 국내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과학적 검증 없이 내려진 결정인 만큼 WHO에 추가로 이의를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체부는 WHO 권고가 발효되더라도 국내에 적용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직 무리가 있다. 게임과 콘텐츠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이번 WHO의 결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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