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2일, 대한민국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이 2월 12일 대구지법에서 열렸다. 국민참여재판의 다른 호칭인 배심원 재판 제도는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제도로,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해당 지방법원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다.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 / 배급: 아트하우스)은 대한민국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와 같이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재판장 '준겸'과 배심원 '남우'는 과연 같은 평결을 낼 수 있을까? =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재판장 '준겸'과 배심원 '남우'는 과연 같은 평결을 낼 수 있을까? =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아들이 노모를 살해하는 천륜을 어긴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사건 재판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린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직업, 나이, 성별 등 모두 다른 8명의 사람들이 배심원단으로 선정된다.

피고인이 이미 모든 혐의를 자백한 상황에서 살인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려 양형 결정만을 남겨두었던 재판의 행방은 배심원들의 합리적 의심과 피고인의 갑작스런 진술 번복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신속하게 선고를 마무리 하려던 원칙론자 재판장 ‘김준겸’(문소리 분)은 배심원들의 계속되는 의문제제기와 의견을 외면하려 한다. 이에 굴하지 않고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 분)은 끈질기게 피고인의 무죄 가능성을 염두하고 주장한다. 배심원단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사건 자료를 분석하고 현장검증도 실시하며 밤샘 토론을 벌인다.

밤새 장고 끝에 배심원단은 피고인이 ‘무죄’라는 결론을 짓고 재판장 ‘준겸’에게 전달한다. 하루를 넘긴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의 판결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마지막 열쇠를 쥔, 재판장 ‘준겸’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배심원단의 결정이 법의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현재, 배심원 제도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배심원단이 유죄·무죄 평결을 내리고 이는 곧 법적인 구속력을 발휘한다. 판사가 배심원들의 결정에 따라 판결을 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제도는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과 달리 독자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할 경우에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배심원의 평결 결과를 알리고,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한 이유를 판결문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내에서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국민들에게 낯설고 특이한 경험 정도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미래에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재판의 실제 평결까지 이어지는 강한 배심원제도가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영화 ‘배심원들’은 국민들이 배심원제도 즉, 국민참여재판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관객들에게 영화를 통해 자신과 같은 보통사람이 법으로부터 보호받고 공정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제도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끔 함과 동시에 배심원제도가 적합한지 물음을 던진다.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극중, 재판장 준겸의 말처럼 법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끔 하기 위해’ 존재한다. “열 명의 범인을 풀어주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원리·원칙에 입각하여 집행돼야 한다.

영화 ‘배심원들’은 우리 사회의 돈없고 힘없는 약자들에게도 법은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상영시간 114분, 5월 15일 개봉.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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