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축가가 해답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사는 세상만 최선이라는 걸 의심하고, 질문을 만들어 내고 그중 가능한 답 중 하나를 건물로 보여 주는 거예요. 중요한 건 지금의 삶, 생각, 건축이 최선이고 유일하지 않고, 질문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내가 새로운 해법을 만들었다는 게 아닙니다.”-223쪽, <의심이 힘이다> 중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게 맞는 일이라고 봤다. 맞는 것 같아도 남들이 아니라고 하면 분위기 봐서 아니라고 말했다.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 말하지 못했다. 질문하지 못했던 사람이 기자가 됐다. 질문해야 할 현장에서 질문하지 못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질문하지 않으면 문장을 만들 수 없었다. 질문이 문장을 만들기에 질문해야 했다.

기자 생활로 질문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쉽게 가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의 답을 복사하면 된다. 삶은 타인이 이뤄 놓은 것을 ‘복사’해서 갖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손쉽게 하려다 일을 어렵게 만든다.

질문과 관련해 종종 등장하는 영상이 있다. 2010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G20 회의 후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에게 몇 차례 질문할 기회를 줬지만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질문권은 결국 중국 기자가 가져갔다. 무엇이 질문하지 못하게 한 걸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질문할 수 있었을까.

질문이 없는 회사는 위험하다. 어떤가. 질문할 기회가 있는가? 좋은 직장과 그렇지 않은 직장의 차이는 질문에 달렸다. 질문이 사라진 직장은 두렵다.

‘이게 맞는 건가, 이 방법밖에 없는 건가.’

취업 경쟁을 뚫고 들어간 회사를 1년도 채 다니지 않고 퇴사하는 비율이 높다. 한국경영자협회가 31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 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016년에 2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 조사에서는 15.7%였다. 30대에서 50대의 3년 내 퇴사율은 60%에 달했다. 고용불안 한 시대에서 퇴사의 이유는 다양하다. 직장 잡기 어렵다고 하는데도 퇴사를 하는 게 붐이 되었을까. 일이 행복한 삶과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질문하지 않아 생긴 일은 사회적 손실이다. 퇴사의 이유는 여라기 있겠지만 입사 전 제대로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질문을 가르쳐야 하지만 답을 알려주기 바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일은 질문하고 의심하며 바꿔나가는 데 있다. 관행과 당연함이 몸에 익으면 의심하지 않는다.

거래하던 업체에서 전년과 같은 포맷으로 홍보 안내지를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의심 없이 그대로 작업을 하고 시안을 업체 담당자에게 보냈다. 상대방이 이전과 같은 시안이라고 해서 규격을 제대로 묻지 않았다. 작업 일정만 생각했지 일의 형태를 의심하지 않았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현장에서 빼먹는다. 묻는 게 왠지 아마추어가 같다는 생각, 아는 척이 일을 더디게 했다.

연세대 최문규 교수와 배형민 건축역사가가 나눈 대담집, <의심이 힘이다>에서 최 교수는 지금이 최고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의심을 통해서 새로운 답을 찾자고 말한다. 질문은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질문과 의심이 없이 만든 건물은 뻔한 건물이 될 수밖에 없다.

퇴사율을 낮추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데 있다. 질문할 수 없는 직장은 재미없다.

일과 돈, 행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직장은 있는가. 지금 몸담은 직장은 어떤가. 떠날 회사인지 남아서 일해야 하는 곳인지. 그 이유를 꺼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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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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