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월드 IT 쇼(WIS 2019)’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지난 24일부터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ICT 전시회다. 국내 최대 규모인 만큼 176개 업체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공개됐고, 직접 체험해볼 기회가 일반에게 제공됐다.

1층과 3층의 전시장에서는 △ICT 디바이스 △SW·컴퓨팅 △디지털콘텐츠·스마트 미디어 △융합서비스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생활가전 등 6개 부문의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선보였다. 1층에는 중소기업 제품과 서비스가 중심이 됐다면 3층은 대기업 중심으로 큰 규모의 부스가 마련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WIS 2019 3층 전시관에는 SK텔레콤, KT, 퀄컴이 한데 모여 있었다.
WIS 2019 3층 전시관에는 SK텔레콤, KT, 퀄컴이 한데 모여 있었다.

공교롭게도 SK텔레콤과 KT가 서로 마주하고 자리해 기싸움을 펼치는 듯했고 양 통신사 사이에는 글로벌 무선통신 솔루션 기업 퀄컴이 있었다. 5G와 관련해서는 WIS 2019에서 이 구역만 자세히 훑어봐도 달라진 초연결시대의 일상을 쉽게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중 맨 먼저 찾아간 곳은 864㎡ 면적의 SK텔레콤 부스였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가장 먼저 눈에 마주한 건 VR기기인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열심히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관람객이었다. 얼마나 가상현실에 푹 빠져 있던지, 참여한 관람객 모두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임하는 국내 관람객과 달리, 표정이 다양한 외국인 관람객의 VR 야구 게임 체험 모습은 더 인상적이었다.

바로 옆에서는 5GX 울트라 와이드 뷰(UWV)를 통해 구현된 화면도 그 옆에 전시돼 있었다. 이 영상은 4K 카메라 3대를 활용해 촬영한 12K 초고화질로 구현된다고 한다. 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는 4K 수준까지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았지만, 확대해도 화질 저하가 없는 화면과 넓은 시야각은 기본 바탕이 12K 영상임을 알 수 있었다.

한 관람객이 VR 야구를 체험하고 있다. 5GX 울트라 와이드 뷰를 통해 구현된 화면도 그 옆에 전시돼 있다. 이 영상은 4K 카메라 3대를 활용해 촬영한 12K 초고화질 영상을 구현했다.
한 관람객이 VR 야구를 체험하고 있다. 5GX 울트라 와이드 뷰를 통해 구현된 화면도 그 옆에 전시돼 있다. 이 영상은 4K 카메라 3대를 활용해 촬영한 12K 초고화질 영상을 구현했다.

SK텔레콤 전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아 보였던 건, VR 시네마였다. 척 봐도,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5G로 구현된 생생한 VR을 경험해볼 수 있는 체험관인 듯한데. 시간 관계상 체험해보지는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 뒤편을 보자, 의문의 공간이 나타났다. 꽤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공터였는데, 자동차 레이싱 경기장을 간소화해 만든 것 같았다. 뭔가 준비를 하는 직원이 최종 정비를 하고 현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정말로 레이싱 경기라도 펼치려는 걸까. 답은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카트라이더 경기가 열렸던 것.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품은 별것 없다. 단상 위에 올라가 우승 트로피를 든 모습을 담은 기념사진이 주어지는 게 전부지만, 참가에 의의를 둔 많은 사람이 모여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시관 내에서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보니, 클라우드로 즐길 수 있는 포트나이트 체험관이 나타났다. 바로 옆에는 '매직리프' 사의 AR 글래스를 착용하고 인기게임 ‘앵그리버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앵그리버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늘어선 인파와 달리, 포트나이트 체험장은 상대적으로 파리를 날리고 있는 것 같았다. 워낙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의 실감형 콘텐츠가 인기가 많다 보니, 5G 기반 클라우드 게임 체험장은 관심에서 벗어난 걸까.

체험 버스에 직접 들어가 보니, 어느 정도 이유를 알 듯했다. 클라우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긴 했지만, 게임 플레이가 너무 불편했던 것. 기대와 달리, 조금 실망했다. 5G로 본래 게임과 동일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는 전달됐지만, 실제 게임을 즐기기에는 준비가 빈약해 보였다. 기왕이면, 조이스틱 같은 콘솔도 같이 놓아두면 어땠을까.

클라우드 게임에 접속한 태블릿들이 여러대 놓여 있었다. 이 중 한 대를 골라 체험했다. 태블릿 기반 플레이라, 일일이 터치해 조작해줘야 한다. 이런 조작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클라우드 게임에 접속한 태블릿들이 여러대 놓여 있었다. 이 중 한 대를 골라 체험했다. 태블릿 기반 플레이라, 일일이 터치해 조작해줘야 한다. 이런 조작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클라우드 게임 체험관 뒤편에는 최근 출시한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 네모를 전시하고 있었다. 음성인식 기반으로 작동하는 건 똑같지만, 7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점이 다르다. 물론, 스마트폰처럼 터치도 가능하다.

기존 AI 스피커는 주변 기기와 연동해 작동하는 게 한계였지만, 이 제품은 사용자의 음성 명령에 대한 결과를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각정보로 알려주는 차별성이 있다. 안내에 따라, “아리야, 노래가사 보여줘”라고 말하자, 화면으로 보여줬다. 그 외에도 ‘핑크퐁’ 콘텐츠, ‘옥수수 키즈 VOD’ 등과 연계된 서비스도 제공해준다고 한다.

누구 네모에 “아리야, 노래가사 보여줘”라고 말하자, 가사를 화면으로 보여준다.
누구 네모에 “아리야, 노래가사 보여줘”라고 말하자, 가사를 화면으로 보여준다.

확실히, 화면이 달린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기능은 전보다 더 다양해질 것 같다. 실제로, 요새는 이렇게 화면을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시장에 더 잘 통한다고 한다. 이 제품은 기존 스마트폰이 제공하던 인공비서 기능과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일 텐데, 다른 기기와 연결해 보조 역할만 담당하던 것과는 달리, 독립적인 활용법이 등장하며 나름의 위치를 잡아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T전화의 콜라(callar) 기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 연결된 화면을 통해 영상통화를 하는 체험 방식인데, AR 효과를 가미했다. AR이모지 등의 효과를 영상통화에 적용하는 것도 있지만, 화면에서 인식된 상대방의 추정 나이가 화면에 뜨는 것도 신기했다. 아는 사람끼리 대화했다면 재미있었겠지만, 모르는 사람끼리 대화했다면, 민망해질 것 같았다.

체험 결과, 실제 나이보다 동안으로 봐주니 감사하다. 혹시 이 기술을 기반으로 무작위 소개팅을 주선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하려는 걸까. 워낙 영상통화 화질이 좋아지는 세상이니, 평소 피부과에 종종 들러 관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기술이 너무 좋아져도 피곤한 세상이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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