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롯데카드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번 인수로 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시작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롯데지주가 추진 중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 본입찰이 마감됐다. 입찰에는 지난 2월 적격 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업체 대부분이 참여했다.

기밀유지협약 조항이 있어 롯데지주가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지만 롯데카드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3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손보 입찰에서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JKL파트너스가 경쟁하고 있다.

본입찰이 마무리 되면서 롯데지주는 참여 업체를 대상으로 서류검토 작업을 거친 다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주식매매계약 체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면 매각 절차가 끝나게 된다. 최종 매각은 올 하반기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입찰에서 높은 관심을 모은 것은 롯데카드의 새 주인이 누구인가다. 금융권에서는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롯데카드 입찰을 포기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의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롯데카드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승열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 자금은 현재 증자 없이 1조원가량 준비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하나금융그룹이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금융권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먼저 카드업계에 지각변동이 찾아온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을 보면 롯데카드의 자산규모(12조6527억원)는 8개 카드회사 중 5위, 하나카드(7조9847억원)는 7위다. 두 회사의 자산규모를 합치면 약 21조원으로 이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뒤를 이은 3위 수준이다.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 후 시장점유율은 2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용카드 기준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1.2%, 하나카드는 8.2%다. 중복 고객이 있지만 합병 시 단순 점유율의 합은 19.4%로 선두인 신한카드(21.5%)를 바짝 쫓게 된다.

여기에 합병 시너지 효과 창출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례로 롯데카드 회원 중 여성 회원과 백화점 고객이 많다는 특징을 고려하면 하나금융그룹 다른 계열사에서 자산관리(WM)와 같은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롯데멤버스와의 협력을 인수 조건으로 제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그룹의 롯데카드 인수는 금융권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이와 같은 행보가 다른 금융그룹의 성장 전략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비은행권 M&A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는 M&A다. 지난해 금융 1위 자리를 탈환한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 말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며 M&A 신호탄을 쏜 가운데 이번 하나금융그룹의 롯데카드 인수가 금융권에 M&A 바람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작년 인수한 회사들의 실적이 올해부터 반영되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견고히 지킬 것으로 예상되는 신한금융그룹을 넘기 위해 다른 금융그룹도 M&A를 선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번 인수전에 앞서 KB금융그룹도 M&A 시장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의 최대 관심은 M&A다. 비금융 부분까지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하나금융그룹의 롯데카드 인수가 금융권 내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카드와 달리 롯데손해보험의 인수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3곳이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롯데카드 인수보다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매수·매도자 간 가격 차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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