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퀄컴에 대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특허 라이선스 및 칩셋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불투명했던 애플 5G 스마트폰 출시는 한결 명확해졌다. 관련 업계도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7년 폭스콘 등 협력업체와 함께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 사용료(로열티)를 부과한다는 이유로 270억 달러(30조원) 규모의 소송을 건 바 있다.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포기한 이번 합의는 2년 가까이 이어진 갈등의 골을 뒤로 하고 애플이 자사 5G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 한 발 물러선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에는 소송 취하와 함께, 이달 1일부터 2년 연장 옵션과 다년 칩셋 공급 계약을 포함한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내용으로 한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애플이 퀄컴에게 그동안 지급을 중단했던 로열티 명목으로 최대 60억 달러(6조8000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양 사 합의에 따라, 올해 9월 출시가 예상되는 차기 5G 아이폰에는 퀄컴의 칩셋 탑재가 유력해졌다.

팀 쿡 애플 CEO [사진=애플]
팀 쿡 애플 CEO [사진=애플]

그동안 애플은 경쟁사가 먼저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소비자 의견을 토대로 더 완벽한 제품을 개발해 선보여 왔다. 그런 애플이 이번 5G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 이러한 출혈을 감수하는 모습은 낯설기까지 하다. 애플에 있어, 5G는 이와 같은 출혈을 상쇄하고도 남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다급함은 지난 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5G 모뎀칩 공급을 요청한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엑시노스 등 자체 칩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5G 모뎀칩 적용을 우선 고려했지만, 양산물량 부족을 이유로 삼성전자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 5G 출시 시점과 비슷하다. 이 같은 사실에는 당초 애플에 칩셋을 공급하기로 했던 인텔의 5G 모뎀 공급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번 퀄컴과 애플 합의는 인텔의 애플에 대한 5G 핵심 칩 공급 실패와 삼성전자의 거절로 인해 벌어진 자구책으로도 풀이된다. 5G 경쟁에서 뒤처진 상태에서, 애플은 5G 스마트폰 출시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나 화웨이와 달리,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핵심 칩셋을 모두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애플의 구조적 취약성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삼성전자는 EUV 기반 5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삼성전자는 EUV 기반 5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애플의 퀄컴 칩 공급 계약으로 퀄컴의 5G 칩셋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퀄컴 칩 생산에서 7나노 공정을 맡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문은 그에 따른 수주가 늘어나 이득이지만, 인텔의 5나노 공정을 맡으려던 계획은 틀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인텔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5G 모뎀 사업에서 발을 뗀다고 밝혔다. 밥 스완 인텔 CEO는 이 같은 결정이 “퀄컴과 애플의 합의와 무관하다”며 “산업적인 측면에서 스마트폰 모뎀 사업의 수익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 인텔은 컴퓨팅 분야와 달리, 모바일에서는 후발주자에 불과하다는 평가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반면 퀄컴은 스냅드래곤 855와 X50을 내세우며 모바일 업계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 외 5G 칩셋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춘 곳은 삼성전자와 화웨이 정도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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