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사진=KBS1

13일 오후 방송된 KBS1 '동네 한 바퀴'에서는 제21화. 함께 걷다 서울숲길 – 서울 성수동 편이 전파를 탔다.

봄을 맞아 응봉산에 연노랑 개나리꽃이 한가득 피어올랐다. 봄기운을 가득 느끼며 산 정상에 오르는 배우 김영철. 응봉산에서 바라보는 성수동 일대는 한강과 서울 숲 사이에 포근히 안겨있다. 강과 숲, 길과 골목이 어우러진 성수동을 바라보며 김영철은 <동네 한 바퀴> 스물한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 도심 한 가운데에 살고 있는 12마리의 말

서울 도심에 위치한 서울숲. 성수동 주민들에게는 쉼터이자 서울 시민들에게는 도심 속 나들이 명소로 손꼽힌다. 천천히 서울숲길을 걷다 마주한 뜻밖의 광경, 멀리서 걸어오는 4마리의 말이 김영철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늠름한 말들과 함께 있는 이들은 73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경찰기마대. 김영철은 경찰기마대를 뒤따라 도심 속에 위치한 마방을 구경해본다. 경찰기마대에 소속된 12마리의 말은 기마경찰들과 함께 매일 훈련 받고, 서울 숲 공원으로 순찰을 나가며 주민들의 곁을 지킨다. 깨끗하게 잘 관리된 마방을 둘러보며 김영철은 언제나 말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시민의 곁에 있기 위해 기마경찰들의 남모를 노력과 정성이 있음을 깨닫는다.

■ 서울의 브루클린! 폐공장의 화려한 변신

‘금속, 정미소’ 간판들이 가득한 중공업거리로 들어선 김영철. 성수동은 과거 금속, 인쇄 공장들은 물론 서울에서 자동차 공업사가 가장 많았던 곳 중 한 곳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빈 공장들이 하나 둘 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최근 비어있던 폐공장이 이색적인 변신을 하며 활력을 되찾고 있다. 청년들과 예술가들이 폐공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카페나 편집샵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

그 중 과거 정미소였던 공장을 카페로 개조한 카페에 들어가보는 김영철. 카페주인은 동네의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자동차 모형으로 한 전시품들을 곳곳에 설치해두었다. 지금은 젊은 사람들의 ‘핫플레이스’가 된 카페에서 김영철은 오래된 공간이 쓸모없는 것이 아닌 또 다른 ‘기회의 장소’로 탈바꿈 하고 있음을 느낀다.

■ 수제화 장인이 빚은 삶의 터전

성수동을 대표하는 ‘수제화 거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김영철. 1980~90년대 국내 최대 수제화 생산지답게 피혁, 악세서리, 구두 부자재 가게들이 거리 곳곳에 가득하다. 골목 어귀, 한 건물에 쓰여진 커다란 글귀가 김영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글귀의 주인은 15살부터 수제화 일을 시작했다는 50년 경력의 수제화 명장. 수제화 제작 단계별로 기능장이 있는 보통의 가게들과는 달리 혼자 디자인부터 패턴, 재단, 갑피까지 모든 작업을 해내는 장인 중에 장인이다. 명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무지외반증, 평발 등 기성화를 신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데...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수제화 한 켤레를 뚝딱 만들어내는 명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성수동 시니어들의 새로운 도전! 제2의 인생을 찾은 특별한 공간

발길 따라 걷다보면 알록달록한 컨테이너 박스116개로 이루어진 독특한 공간이 등장한다. 옹기종기 조성된 컨테이너 안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섰다. 색다른 풍경에 이리저리 둘러보던 김영철의 발걸음이 작은 분식집에 닿았다. 이곳은 은퇴한 시니어들이 운영하는 특별한 분식집. 일을 하며 오히려 자신감도 찾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시니어들은 이곳에서 제 2의 인생을 열었다. 소담한 공간에서 음식을 만들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의 모습에 배우 김영철도 절로 웃음 짓는다.

■ 젠트리피케이션을 몰아낸 성수동, 그 비결은?

도시재생으로 활기를 띤 동네에 나타나는 부작용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성수동은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있을까?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성동구가 직접 나서 건물주가 특정 한도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않도록 조율했다. 건물주와 임차인 간 상생협약이 성사된 건물은 외관에 ‘상생협약’ 마크가 붙여졌는데... 동네의 독특한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성수동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 한 사람을 위해 빵을 만드는 성수동의 빵쟁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가득한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김영철. 멀리서부터 퍼져온 고소한 빵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성수동에 새롭게 터를 잡은 김동일씨가 운영하는 작은 빵집. 진열되어 있는 빵들 중에 김영철의 눈길을 사로잡은 빵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단골을 위해 직접 주인이 만든 빵.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사장님은 직접 재배한 천연발효종만을 넣어 빵을 만든다고. 반죽을 숙성시키고, 빵을 만들기까지는 하루가 온전하게 소요된다는데... 사장님이 만든 빵을 맛보며 김영철은 빵집의 인기비결은 다름 아닌 사장님의 열정임을 느낀다.

■ 강바람을 시원하게 가르는 80세의 윈드서퍼

골목길에서 바로 이어지는 한강길. 뚝섬을 거닐다보면 한강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윈드서퍼들이 한강에 가득하다. 김영철은 뚝섬에서 매일 윈드서핑을 즐긴다는 백발의 윈드서퍼를 만나본다. 매일 윈드서핑을 한 덕분에 단단해진 팔 근육을 자랑하는 호쾌한 할아버지. 나이는 들었어도 지금이 제일 힘도 좋고 행복하다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김영철은 열정을 실현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없음을 깨닫는다.

■ 진정한 기쁨이란? 반찬 나눠주는 가방가게 할머니

길을 걷다 만나게 된 ‘뚝도시장’. 성수동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과거 서울의 3대 시장으로 손꼽히던 영광을 누렸다. 시장을 거닐다 열심히 더덕을 까는 가방가게 할머니를 발견한 김영철. 가방가게 할머니는 더덕 판돈으로 반찬거리를 사 가게를 찾는 어르신들을 위해 매일 푸짐하게 반찬을 만들어 놓는다고. 할머니의 푸짐한 인심에 식사시간이 되면 가방가게에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 문전성시를 이룬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베푸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할머니는 갈 곳 없는 노숙자에게도 따뜻한 밥 한 그릇 내어준다. 아낌없이 나누는 삶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할머니의 모습에 김영철은 가난한 시절,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진다.

■ 성수동에서만 먹는 떡 ‘국말이 떡’

성수동 주민들만 먹는다는 성수동 전통 떡이 있다. 국에 말아먹는 떡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국말이떡’. 과거 뚝섬유원지는 상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나루터였다. 나룻배로 이동하던 짐꾼, 마차꾼들이 새벽 일찍 허기진 배를 달래려 국말이떡을 해장국에 넣어 먹었다고. 성수동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다는 국말이 떡을 사러 떡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민들을 만나보는 배우 김영철. 6대째 성수동에 살고 있다는 토박이 4인방을 만나 성수동의 명물 국말이 떡을 맛보며 전통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되새겨본다.

이은수 기자 e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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