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지분 담보로 자금 요청 등 자구책 제시…채권단 '부정적' 입장 표명

사진=아시아나항공 페이스북 화면 캡처
사진=아시아나항공 페이스북 화면 캡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날아오를 곳을 잃어버렸다. 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채권단에 제출했지만 채권단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난관에 봉착했다.

관련 업계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10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경영복귀 불가를 명문화 하고 오너가(家)의 회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요청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자구책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자구책의 핵심은 박삼구 전 회장의 완전 퇴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 지분의 전량 담보 제공, 3년간 재무구조 개선 이행 평가와 미달 시 아시아나항공 매각,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한 지원자금 상환 등이다.

특히 이들은 박삼구 전 회장의 아내인 이경열 여사와 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보유 중인 지주사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4.8%) 전량을 채권단 측에 담보로 제공한다는 카드를 꺼냈다.

재무구조 개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진행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배수의 진도 쳤다. 또 그룹은 이런 자구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11일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회의를 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경영난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채권단은 "이 자구책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그룹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자구책에도 채권단에 요청한 자금의 사용 계획이나 수익성 개선 방안 등이 채권단이 그룹의 향후 방향을 판단할 내용이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추가적인 자금 부담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여기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채권단의 입장 발표 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자구책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입장을 밝히며 그룹에 이를 통보했다. 앞으로 채권단 협의 등이 추가적으로 이뤄지겠지만 그룹은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자구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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