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김윤석의 영화 연출 데뷔작 '미성년'

영화 '미성년' 포스터 (쇼박스 제공)
영화 '미성년' 포스터 (쇼박스 제공)

같은 고등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 분)와 윤아(박세진 분)가 학교 옥상에서 만난다.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 분)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 분)의 불륜 사실을 눈치 챈 둘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주리는 엄마 영주(염정아 분) 몰래 수습해보려 하지만 윤아는 그와는 반대로 영주에게 비밀을 폭로해 버린다.

모든 내막을 알게 된 두 가정의 다섯 사람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영화 '미성년' 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유다.

과연 누가 미성년일까?

불륜 사실이 드러난 이후, 영화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기존 영화의 전개방식과는 다르게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각 인물들의 시각에서 사건을 조명한다. 다섯 명의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다섯 가지 고민과 마주친다.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모습이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심각한 상황임에도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이 담겨 있다.

주리의 아빠 대원과 윤아의 엄마 미희는 자신들의 감정에 휘둘려 두 가정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문제를 피하기만 하는 대원과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는 미희의 모습에서 책임감 있는 어른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주리의 엄마 영주만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18살 여고생 주리와 윤아는 어떻게든 상황을 극복하고자 발버둥 친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혼란스러움이 가득하다.

‘어른스러움’을 찾을 수 없는 어른의 모습과 ‘아이스러움’을 뛰어 넘는 아이들의 모습은 진정한 성년과 미성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물리적인 나이가 아닌 정신적인 성숙이 성년과 미성년을 구분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김윤석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를 보다 현실적이면서 직접적으로 전하고 싶었다”라 말한 바 있다. '미성년'은 그가 의도한 것처럼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극중 인물에 감정이입을 시키면서 작품에 빠져들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소재로 다뤄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 '미성년' 스틸 (쇼박스 제공)
영화 '미성년' 스틸 (쇼박스 제공)

영화 '미성년'은 김윤석으로 시작해 김윤석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신인감독답지 않은 연출력으로 평단을 놀라게 한 그는, 배우 출신 감독답게 배우들과의 교감을 중시했다. 배우들이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허물없이 소통하며 편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덕분에 가족같이 좋은 분위기로 촬영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5인 5색의 캐릭터 위주로 풀어나가는 영화라 그런지 배우들의 면면도 돋보였다.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김윤석은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에 성공했고, 영주 역의 염정아는 절제된 감정연기로 베테랑 배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외강내유의 캐릭터 미희 역으로 분한 김소진은 복합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연기하며 그간 연극 무대를 통해 쌓아온 연기 내공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어른스러운 아이들 주리 역의 김혜준과 윤아 역의 박세진은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되어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넉살 가득한 연기를 선보이며 앞으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스타 배우의 탄생을 예고했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그에 따른 해석도 각양각색일 것이다. 영화 '미성년'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인물 중에 가장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96분의 상영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질 것이다.

영화 '미성년'은 4월 11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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