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사진 왼쪽)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하면서 후계 승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급작스런 사망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 사장단이 회의를 통해 주요 현안의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등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한진그룹과 재계는 조 회장 유고에도 그룹 경영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지주회사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으며, 조 회장 측 지분을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계열사 사장단 역시 전문적인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어 경영상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월로 예정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도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으며 대표이사 자격이 있는 조원태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이 의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하면 된다.

가장 관심이 많은 후계 승계는 조원태 사장 체제로 전환이다. 조 사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한 후 2004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 등을 거쳐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됐다. 다음 해 대표이사 사장에 이름을 올리며 조 회장과 회사 경영을 함께 이끌어왔다.

특히 조원태 사장은 지난해 말 조 회장이 요양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 한 다음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물론 올해 시무식을 직접 챙기며 자연스럽게 경영 승계를 추진해왔다. 재계 역시 조 사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 및 회장으로 선출되며 후계 구도를 완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지분 상속 및 확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진칼 지분 구조를 보면 조 회장 일가의 우호 지분은 28.95%다. 조 회장이 17.84%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원태 사장이 2.34%,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1%,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0% 등으로 오너가의 지분 비중이 큰 편이 아니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필요한 셈이다.

또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의 주식 가치는 약 3579억원으로 그의 자녀들이 이를 상속하게 되면 최소 1789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조 사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상속세를 납부할 자금이 부족할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갑질 논란' 등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은 만큼 행동주의 사모펀드와 국민연금 등의 견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의 합산 지분은 20.81%로 자칫하면 조원태 사장 등 오너가가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 조 사장이 그동안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경영 성과가 없다는 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조원태 사장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지겠지만 우호적인 지분 확보, 경영 성과가 없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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