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스트데일리 DB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우리나라 항공산업에서 큰 족적을 남긴 재계 '큰 별' 중 하나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향년 70세로 8일 별세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이날 새벽 0시16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 병원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가족이 조 회장의 임종을 지켰다.

지난해 12월부터 요양을 목적으로 LA에 머물던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주총에서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해 큰 충격을 받는 등 스트레스가 심해져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주말에 급히 연락을 받고 미국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항공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에 45년 전 처음 발을 디딘 후 국내 항공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49년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1992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된 후 1996년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은 이 기간 여러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극복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를 매각한 후 재임차 하는 유연함을 보였고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했던 2003년 차세대 항공기 A380을 구매하며 대한항공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져왔다.

여기에 대형 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LCC)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한항공과 차별화 된 저비용 항공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 2008년 7월 진에어를 창립하기도 했다. 또 조 회장은 '항공업계의 유엔'이라고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우리나라 항공업계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조 회장은 스포츠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08년 대한탁구협회 회장, 2009년 아시아탁구연합(ATTU) 부회장을 맡으며 남다른 탁구 사랑을 보였고 2009년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대회 성공을 위해 헌신했다.

다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진해운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위기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한진해운은 결국 2017년 청산됐다. 여기에 다만 한진 오너가(家)의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으로 큰 질타를 받았고 지난달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표직에서 물러난 첫 사례라는 오점을 남겼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과 재계는 조 회장의 애도를 표명했다. 이들은 조 회장을 '한국 항공·물류산업의 선구자'이자 '재계의 큰 어른'이라며 공로를 기렸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