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직접 생산' 기준이 포함되지 않아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제약업계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27일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복제약 가격 산정이 현재의 '동일제제-동일가격' 원칙에서 제약사의 복제약 개발 노력에 따른 '차등가격' 원칙으로 바뀌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와 실무협의체를 운영하며 복제약 전반(허가부터 약가제도까지)의 개편방향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고혈압 의약품인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불순물(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검출된 사태를 계기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점을 반영한 행보다.
실제로 발사르탄 사태 당시 진입장벽이 낮은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의 안전성 및 효능이 같다는 것을 입증하는 시험)와 제네릭 의약품의 높은 약가로 인한 복제약 난립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일례로 발사르탄의 경우 영국은 5개, 미국은 10개의 복제약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174개의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식약처가 '제네릭 의약품 허가제도 개편방향'을 발표했으며 이번에 복지부가 이와 연계해 복제약 약가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다.
복제약 약가제도 개편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복제약의 약가는 의약품 성분별 일정 개수 내(20개)에서는 건강보험 등재 순서와 상관없이 2개 기준 요건(①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 ②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충족 여부에 따라 산정된다.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의 기준은 품목 허가권자(제약사)가 직접 주관해 단독 또는 타사와 공동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 보고서를 보유하는 지이며 원료의약품 사용 기준은 식약처 고시에 따라 보건당국에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주성분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다.
두 개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현재와 같이 원조(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복제약의 가격을 받게 된다. 1개, 0개 등 기준 요건 충족 수준에 따라서는 53.55%에 각각 0.85씩 곱한 가격으로 산정된다.
또 건강보험 등재 순서 21번째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가 정해진다. 다시 말해 21번째 복제약은 등재 순서 20위 내 제품 중 최저가의 85%로 가격이 산정되고 22번째는 다시 21번째 제품 가격의 85%를 약가로 받는다.
복지부는 올 하반기부터 이번 개편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제약계 및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제네릭과 기존에 등재된 복제약(현재 건강보험 급여 적용 중인 제품)으로 구분해 적용 시점을 다르게 할 계획이다.
복지부의 이번 개편안 발표에 제약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의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당초 복지부가 복제약의 직접 생산을 약가 산정 기준에 포함할 방침이었지만 이것이 제외돼 '최악은 피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접 생산 여부는 제약업계에서 반발이 기장 심했던 기준이다. 하나의 복제약을 생산하기 위해 제약사가 제품별 생산라인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해 이 기준이 포함되면 제약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제약업계 모두가 안도하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의 발표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촉구했다. 복제약 약가 산정 기준 중하나인 생동성 시험과 관련, 보건당국이 현장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제약산업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면서도 이번과 같은 약가 인하를 반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보건당국의 행보가 제약업계의 성장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소제약사들은 이번 개편 방안이 생존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매출 대부분을 복제약에 의존하고 있으며 복제약의 약가를 위해 생동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복제약 약가 개편안이 복제약의 난립을 막는 등 일부 성과를 거둘 수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중소제약사 생존권 등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