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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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일상이 됐습니다. 정보기술(IT)의 핵심으로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가깝게는 메모리 반도체가 있습니다. 디지털 신호를 받아 데이터를 저장할 때 씁니다. 또 데이터를 처리하는 연산 작업도 수행합니다. 이를 비(非)메모리 반도체라고 합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가 대표적입니다.

반도체라고 하면 칩이나 메모리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거의 같은 말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의 전기 전도도(10^-4~10^4Ω.m)를 가집니다. 반만 도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름도 반(半)도체입니다.

실리콘 잉곳
실리콘 잉곳

원소 그 자체로 구성된 반도체를 원소 반도체라고 합니다. 실리콘(Si)과 게르마늄(Ge)이 있습니다. 반도체(메모리 혹은 칩) 제조 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건 실리콘입니다. 실리콘을 정제해 실리콘 잉곳을 만듭니다. 원기둥 모양입니다. 이걸 얇게 잘라 연마하면 실리콘 웨이퍼가 됩니다. 웨이퍼를 잘라 개별 칩으로 사용합니다.

실리콘은 열에 강하지 않습니다. 보통 150도가 넘으면 반도체 성질을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높은 전압도 견디기 힘듭니다. 전류와 전압을 제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전력 반도체에는 실리콘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전력 반도체는 전기자동차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입니다.

전력 반도체 세계 시장 1위인 독일 인피니언 전력 반도체.
전력 반도체 세계 시장 1위인 독일 인피니언 전력 반도체.

그래서 튼튼한 반도체 소재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실리콘 카바이드입니다. 실리콘, 즉 규소에 탄소를 결합하면 실리콘 카바이드가 됩니다. 탄소 성질 덕분에 매우 튼튼합니다. 모스 경도로 다이아몬드가 10인데, 실리콘 카바이드는 9.2에서 9.3 수준입니다.

실리콘 한계를 극복한 소재라 온도와 전압 내성이 아주 강합니다. 150도가 넘어도 반도체 특성을 유지합니다. 녹는점은 2000~2400도 정도입니다. 또 실리콘이 견디는 전압을 실리콘 카바이드는 10% 두께로도 견딜 수 있습니다.

블랙 실리콘 카바이드
블랙 실리콘 카바이드

저항도 실리콘보다 작습니다. 저항이 작은 만큼 실리콘 대비 전력 손실이 적습니다. 실리콘 보다 작은 크기로도 전압을 견디고 전력 손실이 적으니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면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발열이 심하지 않아 냉각장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강점입니다. 다만 단단한데다 화학약품으로도 처리가 쉽지 않아 가공하기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이 실리콘 카바이드 가공 기술이 곧 전력 반도체 생산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전력 반도체는 실리콘 카바이드 특성으로 다양한 분야에 쓰입니다.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태양전지·연료전지, 풍력 발전, 전자기기, 무중단전력공급장치 등 활용 사례가 무궁무진합니다. 그만큼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LG경제연구에 따르면 전력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9%씩 성장해 내년이면 340억달러(약 38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력 반도체 활용 분야
전력 반도체 활용 분야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우리 기업 중 전력 반도체 시장 순위 20위 안에 드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시장 점유율도 1% 정도입니다. 원천기술과 해외 특허로 인해 전력 반도체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메모리 반도체와 대조됩니다.

2007년 한국전기연구원과 이츠웰이 실리코카바이드 전력 반도체를 최초로 만든 후 최근 LG이노텍, 포스코, SKC, 사파이어테크놀로지, LG화학, 세라믹기술원 등이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나노기술원, 광전자, 트리노 테크놀로지, 광운대 등이 전력 반도체 소자를 연구합니다. 산학연이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합니다.

권동준 기자 djkw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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