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Flickr
사진=Flickr

세계 2대 차량공유 기업인 미국 우버와 중국 디디추싱의 2018년 재무 상황이 공개됐습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두 기업 모두 예상 외로 1조원 이상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월 15일 우버가 공개한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순손실은 8억 65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연간으로는 33억 달러(약 3조 7174억 원) 손실을 봤는데요. 전분기·전년 대비 손실폭은 모두 줄었지만 흑자 전환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우버는 “최근 업계 경쟁이 가열된 데다 각종 사업이 늘어나면서 투입 비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우버가 몸값을 올리기 위해 후발주자인 리프트와의 경쟁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우버가 차량공유나 음식배달 서비스 등 핵심 사업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리프트와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며 “다소 무모할 정도로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최근 신사업 확장을 위해 우버가 전동자전거, 자율주행차, 항공 등 여러 분야에 거금을 쏟아 붓고 있다는 점도 적자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우버가 미래 이동수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해석인데요. 실제로 우버는 2018년 4월 공유자전거 업체 점프를 인수한 데 이어 같은해 7월 전기 스쿠터 공유기업 라임에도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다라 코히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도시의 모든 이동 수단을 장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버의 최종 목표는 차량을 소유할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음식배달 플랫폼 우버이츠(Uber Eats) 사업 확장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우버는 배달 서비스를 회사 최전방 사업인 차량 공유 서비스와 동일 선상에 두고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요. 2018년 4분기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분기 상황을 보면 우버이츠 수입은 전체 수입원의 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중은 점차 늘어날 전망입니다. 우버는 앞으로 미국 도시 70% 이상에 음식배달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진=Wikimedia Commons
사진=Wikimedia Commons

사업 확대에 따른 자금 출혈을 줄이기 위해 우버는 수익성이 낮은 일부 사업을 걷어내고 있는데요. 2016년 중국 사업을 디디추싱에 매각한 데 이어 2017년 러시아 시장에서도 철수했습니다. 2018년 3월에는 동남아 사업을 싱가포르에 위치한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 그랩에게 매각했죠.

이렇게 사업을 정리했다 해도 신산업 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우버의 적자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중국 최대 차량 공유 플랫폼 디디추싱도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습니다. 2018년 연간 순손실은 109억 위안(약 1조 8128억 원)로 전년 대비 4배가량 늘어났습니다.

사진=바이두
사진=바이두

디디의 실적 악화 이유 역시 우버와 마찬가지로 시장 경쟁 가열 때문입니다. 업계 경쟁사인 메이퇀을 견제하기 위해 디디가 운전사와 승객에게 각각 보조금과 할인권을 과도하게 지급했던 게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디디는 2018년 상반기 40억위안 순적자가 발생했습니다. 또 연간 운전사에게 지급한 보조금만 무려 113억위안에 달했습니다.

소모적인 사업 확장도 디디 적자의 또 다른 원인입니다. 지난 6~7년간 디디는 20~30개 사업을 벌여왔는데요. 소수의 주력 사업을 제외하곤 비효율 사업이 대부분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청웨이 디디추싱 CEO는 “2012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흑자를 본 적 없다”며 재무 부실 상태를 인정하기도 했죠.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자 결국 디디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2월 15일 열린 전 직원 회의에서 청 CEO는 “디디가 찬 겨울을 맞을 때가 왔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하며 “비주류 사업과 낭비되는 인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중복된 업무나 저효율 사업을 접고, 대규모 감원을 한다는 건데요. 디디는 전체 직원 중 15%인 2000여명을 내보낼 계획입니다.

우버와 디디뿐만 아닙니다. 동남아 택시와 차량공유 시장점유율이 각각 95%, 70%에 이르는 그랩 역시 최근 적지 않은 적자를 본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동남아 시장의 경쟁 격화로 그랩도 재무 사정이 안 좋은 상황입니다. 우버가 동남아 시장에서 철수할 당시 그랩은 “우버가 없더라도 동남아에는 여전히 많은 경쟁사들이 있다”며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진=Flickr
사진=Flickr

기업마다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다릅니다. 우버는 올해 미 증시 상장이란 중대 이슈를 앞두고 있는 반면 디디추싱은 지난해 잇달아 터진 승객 살인사건으로 추락한 회사 이미지 개선에 힘쓸 요량입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경쟁 과열과 신산업 확장으로 적자가 발생한 점에서는 일맥상통합니다. 이는 기업의 개별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차량공유 업계가 처한 상황이라는 걸 보여주는데요. 시장 형성 초반의 가파른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기업들은 재정비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사업을 접고 주력 분야에 힘쓰겠다는 이들의 계획이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두게 될까요.

권선아 기자 sunak@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