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낙(FANUC)은 4차 산업혁명 핵심으로 불리는 산업용 로봇 분야 세계 최강으로 꼽힌다.

화낙 산업용 로봇 제조라인.(사진 : 닛케이아시안리뷰)
화낙 산업용 로봇 제조라인.(사진 : 닛케이아시안리뷰)

스마트폰 등 제조에 핵심인 정밀 가공용 로보드릴과 공장 자동화에 필수인 NC(수치제어) 공작 기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0%, 50% 수준이다.

전 세계 공장에서 가동 중인 화낙의 로봇은 40여만대로 보급률 기준 세계 1위다.

매년 영업이익률은 30% 이상으로 동종업계 최고 수익률을 보인다. 사내 유보금은 1조엔에 이를 만큼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다른 사업에 진출하지 않고 오로지 ‘로봇’이라는 본업에만 충실한다.

화낙은 야마나시현 미나미쓰루 군 오시노 촌에 본사를 둔 일본의 전기장비 제조 업체로 1956년 후지쓰의 하나의 팀으로 출발해 1972년 분리 독립 후 설립했다.

당시 후지쓰는 컴퓨터 부분과 NC부분으로 나눠 사내 벤처 기업을 키우고 있었는데 컴퓨터가 메인이었고 NC가 이질적인 것이 돼 분사했다. 회사명 FANUC은 ‘후지쓰’ 자동공작기계 Fuji Automatic NUmerical Control의 약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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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낙 창업자 겸 명예회장인 이나바 세우에몬은 후지쓰 엔지니어 출신으로 1956년 일본 최초로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를 만들어 이후 꾸준히 자동화 기기 개발에 힘써왔다.

원래 로봇은 수치제어를 통해 운용됨에 따라 화낙은 이 비즈니스가 매력적이라고 판단, 공장기계 NC를 개발하며 로봇 비즈니스를 사업 초기 단계부터 본격화했다.

화낙은 일본 최초로 공작기계 장비와 공작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서보모터 등을 개발했다. 공장 자동화(Factory Automation)라는 말을 세계 최초로 사용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이 지난 2016년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서 기자간담회 후 제조업 혁신을 강연하고 있다.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이 지난 2016년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서 기자간담회 후 제조업 혁신을 강연하고 있다.

로봇을 기반으로 공장자동화 관련 설비를 만드는 기업답게 대부분의 제품 생산라인에 로봇이 투입돼 제품을 생산, 조립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공장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어 그만큼 생산성도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낙은 자동화된 설비를 바탕으로 FA사업(CNC, 서보모터)과 산업용로봇, 공작기계 총 3가지 사업 부문을 운영한다.

화낙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컴퓨터 수치제어 시스템의 50%, 산업용 로봇의 20%, 스마트폰 가공 기계의 80%로 모두 세계 점유율 1위 기록했다. 주요 경쟁사로는 일본의 야스카와, 독일의 지멘스와 KUKA, 스위스의 ABB가 있다.

화낙은 고유의 정밀함을 무기로 로봇 업계의 틈새시장을 개척하여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절삭 로봇 및 수치제어 공작 기계 분야에서 독점적이다.

화낙의 성공비결으로는 ‘로봇’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이 꼽힌다. 즉, ‘로봇 외길 인생’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화낙은 풍부한 현금을 보유했지만 문어발 식 사업 다각화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직 ‘로봇’ 연구에 몰두한다.

지금도 화낙의 회의실에는 ‘다능은 군자의 수치’라는 글이 걸려 있다고 한다. 다른 곳에 눈길을 주지 않고 로봇 기술 연구 외길만 걸어 온 세이우에몬 명예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로봇 기술 제고를 위하여 일본 본사의 전체 직원 3200명 가운데 30%가 연구개발 인력일 정도로 R&D 투자에 힘쓰고 있다. 화낙의 고집스러운 한우물 파기는 기술력 확보, 신뢰성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S기간도 타사와 차별화가 분명하다. 화낙 산업용 로봇의보증 기간은 무제한이다. 고객이 화낙 제품을 사용하기만 한다면 언제까지나 고쳐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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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낙의 로봇은 애플 아아폰, 갤럭시S, 테슬라 자동차를 만드는데 투입 중이다. 아이폰을 조립하는 폭스콘은 2010년 화낙의 로봇을 도입해 현재 10만대 이상을 설치했다.

화낙은 로봇장비를 모두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핵심부품은 본사인 화낙의 숲에서 생산한다. 화낙은 특이하게도 로봇 장비를 모두 일본에서만 생산하고 있하고 있다. A/S 엔지니어만 해외에 분포되어 있다. 창사 이래 생산품 100%가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으로 그 흔한 해외 공장이 없다.

자국 공장 내 철저한 공정 관리를 통한 품질에 대한 확신을 높이고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해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직원에 대한 처우 또한 동종업계 내에서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차별화했다. 기술자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온 화낙의 평균 급여는 1571만엔 (약 1억 6,000만원)으로 급여 수준 또한 높은 편으로 도쿄 소재 일본 대기업 평균 연봉(약 745만엔)의 2배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면서 ‘신사업투자’와 ‘월가절감’이라는 방법을 쓰는 여러기업들에게 화낙의 성공비결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김지혜 기자 jihy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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