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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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가 '카드 수수료 대전(大戰)' 2라운드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 라운드에서도 카드업계의 난항이 예상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주 현대기아차와 카드 수수료율 협상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어 이번 주 유통·이동통신·항공 등 초대형 가맹점과 협상에 들어갔다.

핵심은 이들 업종이 그동안 자동차와 함께 카드업계에 가장 어려운 협상 대상자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른 업종보다 카드 결제 물량이 많은 것은 물론 이런 점을 바탕으로 카드사보다 협상에서 우월적 위치에 자리해 왔다.

이번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안 수용 불가 입장이 유통·이동통신·항공업계의 기본 방침이다. 이들이 카드사가 인상 요인을 납득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카드업계의 제시안을 받아들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함이다.

지난주 현대차와의 협상도 카드사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유통·이동통신·항공업계에 제시한 인상안이 현대기아차에 최초 통보한 인상폭보다 높은 상황에서 현대차와의 협상이 사실상 카드업계의 '투항'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 대부분이 카드를 사용하는 유통업계는 카드수수료 인상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의 요구안이 그대로 관철될 경우 대형마트들은 연간 1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등을 회원사로 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카드사의 합리적이고 성실한 수수료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카드사가 대형마트 등에 0.1~0.3%p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적용했다는 점에 반발하며 수수료 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카드업계는 이들과의 협상은 물론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등과의 갈등이 터지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한다. 두 자동차 회사는 올해 초 카드 수수료율을 종전보다 0.1%p가량 인상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최근 이를 다시 낮춰달라고 카드업계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최근 수수료 인상에 강하게 반발해 카드사들로부터 수수료율 인상 폭을 절반으로 낮춘 데 따른 행보다. 두 자동차 회사는 이런 점을 감안해 업계 형평에 맞는 인상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율 협상이 끝나는대로 점검을 실시한다고 예고해 이에 대한 준비도 돌입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 협상이 종료되면 곧바로 실태 점검을 시작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카드 수수료율 협상이 연말까지 진행된 사례도 있었지만 이번 협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카드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원만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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