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자동차 전시회 중 하나인 제네바 모터쇼가 7일(현시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했다. 17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는 올해 89회째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포드와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등 일부 업체가 불참했지만 200여 곳 업체가 참가해 150종가량 신차와 콘셉트카를 선보인다. 제네바 모터쇼 신차 트렌드는 한마디로 '전기차'다. 하이브리드 형태 전기차뿐만 아니라 순수 전기차까지 다양한 친환경차가 공개된다. 고급차 브랜드까지 자체 개발한 친환경차를 적극 공개하는 것이 이전과 다른 양상이다. 신차 약 15%가 전기차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

◇ 미래 지향적이지만 기존 차량을 닮았다

현대자동차는 불참했지만 기아차는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기아차는 차세대 크로스오버 EV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Imagine by KIA)'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미래 전기차 모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차량이라고 회사 측은 밝히고 있다. 외형은 전면 유리부터 지붕까지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디자인을 적용해 넓은 시야를 확보했으며 측면부는 A필러에서 C필러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을 적용했다. 전면부는 전조등을 둘러싼 독특한 형태 조명 라인을 그려 넣었다.

콘셉트카 외에 기아차는 3세대 쏘울 전기차 모델 'e-소울(국내명: 쏘울 부스터 EV)'을 유럽에 처음 선보였다. 1회 충전 시 최대 452㎞(280마일)을 주행할 수 있다. 기아차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이를 위해 기존 모델(30㎾h) 대비 용량을 두 배 이상 늘린 64㎾h 고용량·고전압 배터리를 적용했다. 기존 대비 80% 이상 향상된 150㎾(204ps) 출력을 확보했으며, 저부하 토크 영역에서 효율을 끌어 올린 모터를 쓴다.

폭스바겐은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품은 순수 전기차 콘셉트인 'I.D. 버기'의 실제 모습을 공개했다. 이 차는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폭스바겐의 전설적인 미국식 듄 버기(Dune Buggy)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순수 전기차로 폭스바겐 그룹의 MEB(Modularer Elektrobaukasten)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MEB 플랫폼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플랫폼으로 배터리와 부속물로 이루어지는데 이를 기반으로 아우디, SEAT, 스코다, 폭스바겐 차량이 만들어진다.

고압 배터리를 바닥에 통합했고, 고정된 문과 지방이 없다. 운전대나 기어 같은 조작 장치 없이도 차량을 제어하며 2개 전기모터로 시속 180㎞ 주행을 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면 111㎾급으로 1회 충전에 665㎞를 주행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QV'는 V-클래스 전기차 콘셉트 모델이다. 전기 구동 다목적차량(Multi-Purpose Vehicle, MPV)으로 프리미엄 세그먼트 내에서 첫 순수 전기 배터리로 구동되는 제품이다. EQV 양산형 모델은 메르세데스 밴 부서에서 담당한다. 상용차 모델인 '이비토(eVito)'와 상당 부분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 상용차 라인업인 이비토는 전신인 '비토(Vito)'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다. 41.4㎾h 용량 리튬이온 배터리팩, 최대 113마력 출력을 지녔다. 다만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150㎞ 밖에 되지 않는다. 벤츠 EQV는 이보다 더 나은 주행거리와 성능을 지니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는 현행 V-클래스와 같은 3열식 좌석을 그대로 사용하며, 배터리팩이 하부에 위치하는 만큼 실내 공간을 더 넓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스마트 브랜드를 포함해 2022년까지 총 9대 친환경 차량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EQV는 다섯 번째 버전으로 2021년 하반기에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우디는 e-트론 라인업 세 번째 모델인 'Q4 e-트론'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폭스바겐 그룹의 MEB(Modularer Elektrobaukasten)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e-트론 콰트로보다 작은 모델이다. 양산은 2020년 후반 혹은 2021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Q3와 Q5 사이 쿠페형 SUV 형태로 파워 트레인은 전륜과 후륜에 각각 고성능 전기모터를 장착해 4개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최대 출력 402마력, 최대 토크 664Nm을 발휘하며, WLTP 기준 1회 충전으로 최대 387㎞(241마일)을 달릴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까지 약 5.7초가 걸리며, 아우디는 150㎾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3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혼다의 '혼다 e 프로토타입'은 첫 번째 유럽 전략형 전기차다. 2017년 공개됐던 어반 EV콘셉트와 비교해 외관상 큰 변화는 없어 보이지만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한다. 도어 손잡이는 숨겨져 있으며, 사이드 미러를 대체하는 콤팩트 리어뷰 카메라를 장착했다. 보닛 가운데 검은색 덮개에는 충전 포드가 들어가며, 충전 포드의 글라스 커버에는 LED를 활용해 웰컴 메시지나 충전 상태가 나타난다.

실내에는 차량의 모든 기능을 통합한 복합 수평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대시보드 양 끝에서 사이드미러 뷰를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중앙 리어뷰 미러도 카메라로 대체된다.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최대 200㎞다. 30분 급속충전으로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양산 모델은 올해 말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BMW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대거 꺼내놓았다. '뉴 745e' '745Le' '745Le xDrive' 등 뉴 7시리즈 PHEV 모델을 처음 공개했으며, 프리미엄 중형 SUV 'X5 xDrvie45e'와 3시리즈 '330e'도 처음 선보인다.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뉴 7시리즈 PHEV 모델은 최고 출력 394마력 지녔다. 신형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만으로 최대 54∼58㎞(유럽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프랑스 브랜드인 푸조는 7년 만에 새롭게 디자인한 뉴 푸조 208의 전기차 모델 '뉴 푸조 e-208'과 고성능 PHEV 중형 세단 '508 PSE' 콘셉트카를 내놨다. 뉴 푸조 e-208은 1회 충전에 최대 450㎞(유럽 기준)까지 주행할 수 있다. 3륜식 전기스쿠터 'E-메트로폴리스'도 함께 선보인다.

◇새로운 개념 전기차 출현은 언제일까

전기차는 기존 내연 기관과 부품이 완전히 다르다.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아 부품 수도 훨씬 적고, 엔진 오일이나 미션 오일을 쓰지 않는다. 테슬라는 앞쪽 엔진 공간을 트렁크처럼 쓸 수 있게 해놨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 자동차가 나올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기존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초기이다 보니 소비자 거부감을 최소화한 디자인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된 전기차 또한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그 안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주행가능거리가 대부분 1회 완충에 400㎞ 안팎이라는 점이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200㎞를 못 넘었었는데, 비로소 일상에서도 사용하기 충분한 주행거리를 대부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내년 이후 좀 더 과감한 시도의 전기차 출현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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