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 갤럭시 S10 때문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 라인업 언팩 행사가 열렸죠. 삼성전자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용 스마트폰과 폴더블 폰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스마트폰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보여줬다는 호평이 있습니다.

5G와 폴더블에 가려져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삼성전자 최초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암호화폐 지갑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S10에 탑재된 기능입니다. 아직 공식 출시하기 전이라 구체적인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전시 제품에 깔려있는 블록체인 키스토어 앱을 통해 일반적인 기능과 서비스 형태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키스토어의 샘플 동영상을 우선 봅시다. 샘플 동영상에는 블록체인 키스토어의 ‘지갑(Wallet)’ 기능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개인 계좌에서 암호화폐를 받고 보내는 송금이 가능합니다. 이 지갑은 현재 어떤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지, 암호화폐 코인 수와 현재 원화 가치를 표시해줍니다. 은행 앱이나 카카오뱅크처럼 계좌 별로 암호화폐 코인을 특정인에게 보내고 수수료 정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진=The Verge)
(사진=The Verge)

블록체인 키스토어가 어떤 암호화폐를 지원할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샘플 동영상을 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유력시 됩니다.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지원 암호화폐를 점차 늘려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사용자환경(UI)에는 ‘코인/토큰 추가’ 버튼이 있는데 다양한 암호화폐를 블록체인 키스토어 안에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단순히 암호화폐 송금 외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영상에는 쇼핑몰·보험·은행·게임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디앱(DApp)도 블록체인 키스토어의 주요 기능으로 예상됩니다.

디앱은 원래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 분산화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통칭하죠.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컨트랙트)이 가진 장점을 이용해 네트워크 참여자 간 분산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고 여기에 실행되는 새로운 방식의 앱입니다. 네트워크 참여자의 의도에 맞는 계약 형태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활용도를 높여주는데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예상되는 기능과 달리, 삼성전자는 블록체인 기반 프라이빗 키를 보관하는 것으로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을 넣었다’라고 크게 홍보할 수 있을 만큼 주목받을 만한 기능인데, 폴더블·5G 만큼 강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에서는 암호화폐가 본래의 가치에서 벗어나 초기 시장이 ‘투기’에 가깝지 않았느냐 우려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암호화폐 지갑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향후 암호화폐 시장이 신뢰가 쌓이고 성숙해지길 기다린다는 의미죠.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면 스마트폰에 선제적으로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한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라는 프레임을 만들 필요가 없는거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의 홍보 전략과는 다른게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지갑이 될 갤럭시 S10에 강한 관심을 보입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면서 시장 활성화와 성숙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선도적으로 암호화폐 지갑을 내놓으면 후발주자도 가세해 암호화폐 시장은 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장밋빛 미래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다양한 예측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암호화폐 지갑을 스마트폰에 넣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조용히 수면 위로 올라온 ‘블록체인 키스토어’가 빙산의 일각인지, 그저 표류하는 부유물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권동준 기자 djkw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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