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차이거우
사진=차이거우

중국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무인 편의점이나 무인 슈퍼마켓이 대표적인데요. 출구에 안면인식 계산대를 설치해 고객이 현금이나 카드 결제를 할 필요없이 얼굴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자동 결제가 되는 시스템입니다. 도서관에서도 유용합니다. 회원증을 꺼낼 없이 얼굴 인식만으로 책을 빌리거나 반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듯 편리한 안면인식 기술이 잘못 사용될 경우 나타날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최근 중국의 한 기업이 안면인식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사람들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미국 IT 매체 씨넷에 따르면 중국 선전에 위치한 안면인식 개발업체 센스넷츠(SenseNets)가 250만개 이상의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인터넷 상에 6개월 이상 노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진=봉황망
사진=봉황망

이를 발견한 빅터 게버츠 GDI재단 보안 연구원은 “신분증 번호, 주소, 생일, 위치정보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며 “누구든지 이 정보를 볼 수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특정 인물의 행동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버츠 연구원은 센스넷츠가 중국 각지에 위치한 1039개 기기가 사람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 내 분쟁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이 자치구는 테러나 반국가 운동이 빈번히 발생하며 중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감시를 받고 있는 지역입니다.

사진=터우탸오쥔스
사진=터우탸오쥔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24시간 동안 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한 기록이 680만건이 넘는다는 점인데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정보를 빼 가려는 시도가 자주 있다는 겁니다. 데이터 접근에 대한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저장된 기록을 임의대로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진=GDI재단
사진=GDI재단

연구원에 따르면 과거에 이 데이터를 악용해 대가를 요구한 사례가 있으며 위치 기록이나 주소지, 신분증 번호 등 민감정보가 대량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면인식을 통한 사생활 침해 사례는 이뿐만 아닙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국민의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7년 출범한 ‘톈왕’인데요. 치안 강화 명목으로 각지에 수천만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행인의 표정이나 지갑, 휴대폰 등을 선명히 볼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와 야간에도 식별 가능한 적외선 카메라를 많이 설치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죠.

사진=봉황망
사진=봉황망

국민에 대한 중국의 감시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는 현재 2억대의 감시카메라가 있으며, 2020년까지 3배 많은 6억대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또 안면인식으로 교통질서 위반, 쇼핑 빈도 등을 파악해 사회적 신용점수를 부과한다고 하네요.

당초 이용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나온 안면인식 기술이 이처럼 악용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권선아 기자 sunak@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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